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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위 축적한 ‘신뢰’ 새로운 10년의 원동력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2.06.17 21:14
  • 호수 1637
  • 댓글 1

일반 노동운동 집회 접근?
공감대 형성 못하고 실패!
108배‧오체투지로 진정성 확보
세상에서 가장 큰 ‘울림’ 감동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의 복직을 발원하며 오체투지를 준비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의 복직을 발원하며 오체투지를 준비하고 있다. 

2012년 8월27일 출범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사노위)가 한 달 후면 10주년을 맞이한다. 최대 성과는 무엇일까? 10년 동안 보여준 진정성에서 꽃피운 신뢰라고 본다. 사회 시민단체들이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비춰볼 때 사노위가 축적해 온 신뢰는 지중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불교 위상 격상에 한정된 게 아니라 사회변화를 도모하는 큰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은 건 이명박 정부 때다. 계층 간 분열에 비정규직 차별까지 더해지며 사회는 크게 요동쳤다. 이명박 정부 4년 차와 맞물렸던 2012년 새해 조계종 총무원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대안 마련을 핵심과제로 발표했다. 그리고 2월 조계종은 서울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천도재를 봉행했다.

‘경찰특공대의 과잉진압‧2급 발암물질 최루액 살포!’ 한 줄 요약만으로도 2009년 당시 상황이 얼마나 참혹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무급휴직 455명, 희망퇴직 2004명, 정리해고 187명. 파업 이후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 정부와 경찰의 압박으로 30명의 해고 노동자 및 그 가족들이 목숨을 잃었다. 비난의 화살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집중됐다.

그런데 조계종이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천도재를 봉행한 것이다. 조계종이 정부와 대척점에 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했을 정도다. 3월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이 쌍용차 해고노동자 천막농성장을 방문했고, 해고노동자들은 불교계에 도움의 손길을 청했다. 당시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그 청을 귀담아듣고는 면담의 자리를 마련하고는 그 자리서 “노동문제 전담 전문기구 신설”을 약속했다. 2012년 8월27일 출범한 조계종 노동위원회(노동위)는 명실상부한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불교 대사회역할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해야 한다. 2016년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로 명칭을 바꿨는데 시의적절했다. 노동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빈곤, 인권 등의 의제도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역점을 두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도 명칭을 바꿨기에 수월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복직 발원하며 오체투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복직 발원하며 오체투지.

사노위의 신뢰는 언제부터 쌓였을까? 2012년 노동위는 출범과 함께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하는 10만배 기도정진에 들어갔다. 투쟁구호 외치며 광화문으로 나간 게 아니다. 노동위 스님들과 노동자, 일반 시민 등이 100일간 매일 1000배씩 절하며 조속한 해결을 염원했고 이 법회는 2012년 12월25일 회향했다. 광화문에 성능 최고의 스피커를 켜고 목소리를 높인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울림이 컸다. 2018년 3월 조계종 사노위는 쌍용차 복직을 위해 조계사 마당에서 청와대 앞 사랑채까지 오체투지 했다.

온몸의 뼈를 구부린 다음 팔꿈치, 무릎, 정수리를 모두 땅에 닿게 하는 오체투지는 삼보와 탑 등에 대한 최상의 예배법이다. 사회에서의 오체투지는 상대를 존중함과 동시에 거룩한 침묵 속에서 나의 의지를 강렬하게 피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KTX 해고 여승무원들의 복직을 위해 이웃종교 성직자들과 함께 오체투지에 나섰다. 미얀마 민주화, 우크라이나 평화를 기원할 때도 오체투지 했다.

2021년 1월 제4기 사회노동위원회가 출범할 당시 위원장으로 위촉된 지몽 스님은 “사회노동위원회는 가장 약하고 차별받는 사람들에게 가장 낮은 자세로 다가가겠다”며 “108배와 오체투지로써 고통을 함께하고 위로하겠다”고 했다. 그해 8월30일부터 9월10일까지 10일 동안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30km 오체투지를 단행했다.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을 조성하려는 원력의 표출이다. 최선의 노력과 간절함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108배, 삼천배, 십만배, 오체투지 등 가장 불교적인 방법으로 성스러우면서도 강렬하게, 진솔하면서도 강도 높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웃종교인도, 시민도 감동하며 사회노동위의 주장에 동의했다. 세속의 노동운동처럼 집회에 나가 경찰과 대치하는 방식을 택했다면 실패했을 것이다. 10년에 걸친 신뢰는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데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큰 그림을 당당하게 그려가기를 기대한다.

[1637호 / 2022년 6월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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