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戒行에 철저해야 할 이유

기자명 지운 스님
간화선 하기가 어려운 요인 가운데 하나가 수행 중에 퇴보심이 생기거나 갖가지 마장이 오기 때문이다. 퇴보심과 마장으로 말미암아 화두 참구가 싫어지고 마구니의 장애가 생기는 이유는 계율에 대한 오해와 깊은 관계가 있다. 은연중에 계율은 구속이고 계를 파괴하는 게 수행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런 때 일어나는 첫번째 문제는 발심과 신심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며 그 다음은 들끓는 번뇌로 인해 마음이 늘 어지럽고 불안하며 고요한 선정을 이룰 수 없어 마음이 깨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세번째 문제는 갖가지 마구니의 장난이 생겨 수행을 중도에 포기하는 일까지 일어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보리심(깨달음의 씨앗)이 생기지 않으면 아무리 철야정진을 한들 효과가 없다. 오히려 물러나고자 하는 마음만 일게 되며 정진하는 대중을 괴롭히거나 방해하기도 한다. 수행해야할 당위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수행의 동력은 발보리심이다. 보리심은 삶과 죽음의 괴로움에 대한 자각이 없으면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함허 스님은좬원각경좭함허해에서 “중생에 대해 자비심이 생기면 보리심이 일어나고 보리심은 정각을 이루게 한다”고 설하고 있다. 아울러 삶과 죽음의 괴로움은 선악의 인과(因果)를 잘 모르는 데서 비롯된다. 발심은 바로 이러한 인과의 이치를 잘 아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과의 이치를 망각할 땐 그 고통이 점점 커질 뿐이다. 따라서좬대승기신론좭은 삶과 죽음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상(無上)의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난다고 설하고 있다.

나아가 인과의 괴로움으로부터, 보리심을 발해 수행하려는 그 마음을 곧게 보호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계율’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계율은 발보리심을 깨달음까지 이끌어 가는 중요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신심이 없으면 수행 진도가 멈춘다. 믿음이 확인되지 않은 진실을 성인의 말씀을 통해 믿는 것이라면 수행은 자신이 직접 그 진실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수행의 첫걸음은 믿음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원효 스님은좬범강경보살계본사기좭권상에서 계(戒)를 가짐으로 인(因)하여 성불의 결과를 가져온다고 설하는 것이다. 믿음이 수행의 첫 출발이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들끓는 번뇌를 제어하고 깨달으려면 계율을 지켜야한다. 계율은 반드시 선정과 지혜와 함께 한다. 그래서좬선가구감좭에서는 “계율이거나 선정이거나 지혜이거나 그 중 하나만 들어도 셋이 함께 구족하여 있어서 때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계율에 의해 번뇌를 잡을 수 있기에 선정이 생기고 선정에 의해 번뇌의 뿌리가 잘리고 진리를 깨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계 없는 깨달음은 있을 수 없다.

계율은 갖가지 마구니의 장난을 막아준다. 그래서 계율은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장애를 막아주는 울타리 역할을 한다고 『미린다왕문경』에서는 설한다. 또한 원효 스님은 “계율을 지키지 않으면 선신이 떠난다”고 『발심수행장』에서 설하셨고 『대승기신론』에서 “모든 마구니나 외도와 귀신들의 홀림을 받는다. 혹 앉아 공부하는 중에 두려움을 주는 모습으로 나타나거나 혹 단정한 미남 미녀들의 모습들로 나타날 때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참선 요지에서는 한 생각도 일어나지 않는 상태나 무념의 마음 경계로 나아가면 차츰 마음이 적정해지면서 거친 망상도 쉬어지기까지는 좋으나, 좋아하는 사람이나 물건이 나타나기도 하고 두려운 경계가 나타나 공포감이 일어나기도 하고 음욕이 일어나는 등 갖가지 경계가 나타난다고 설한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마장임을 모르고 잡착하면 바로 병이 된다는 점이다.


지운 스님/전 송광사 강원 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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