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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金井)에 비친 달 녹여 법(法)의 향기 그리다

  • 교계
  • 입력 2022.07.01 09:56
  • 수정 2022.07.01 20:28
  • 호수 1639
  • 댓글 0

범어사 성보박물관 신축개관 특별기획
주지 경선 스님 ‘월인-묵언(月印-墨言)’展
바쁜 일정 중 글·그림 정진의 도구 삼아
3일 오후4시 개막식…7시 산사음악회
7월3일부터 8월6일까지 전시

범어사 주지 경선 스님 작 - 설중동백.
범어사 주지 경선 스님 작 - 설중동백.

 

“불사, 법회, 사중의 여러 일로 쉴 시간도 제대로 없으셨을 텐데 언제 그리신 겁니까?”
“시간이 날 때 하는 것은 수행이 아니지요.”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경선 스님이 11년 전 첫 개인전을 개최할 당시 많은 이들이 놀랐다. 글씨와 그림을 언제 배우고 닦은 것이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답도 없이 스님의 묵향(墨香)은 다시 침묵에 들어갔다. 몇 해가 흘러 금정총림 범어사의 주지 소임자가 된 스님은 쉼 없이 도량의 불사와 법회를 추진하고 본·말사의 행정을 진두지휘했다. 그러면서도 예불과 공양, 운력 만큼은 거르지 않는 것을 대중 생활의 원칙으로 삼았다. 그리고 스님은 틈날 때마다 먹을 갈고 붓을 들었다. 이유는 단 하나, 수행이고 정진이기 때문이었다. 

세간에는 좀처럼 드러내지 않던 경선 스님의 선서화(禪書畫)가 오랫만에 법향(法香)을 피운다. ‘달빛에 새긴 묵(墨)의 언어, 월인-묵언(月印-墨言)’ 전시회가 그것이다. 범어사 성보박물관 특별기획전으로 마련된 이번 행사는 스님이 지난해 11월 오랜 원력을 쏟아 불사를 마치고 정식 개관한 신축 범어사 성보박물관 2층에서 열린다. 스님에게는 지난 2011년 가을 ‘월인산방(月印山房)’ 서화전 이후 11년 만에 열리는 두 번째 개인전이다.

범어사 주지 경선 스님 작 - 한산습득가가소.
범어사 주지 경선 스님 작 - 한산습득가가소.

 

경선 스님의 선서화 정진은 어느덧 반세기에 이른다. 스님은 1970년대 중반부터 청남 오제봉(菁南 吳濟峯, 1908~1991) 선생과 오진 이웅선(烏辰 李雄善) 선생에게 서예와 그림을 배웠다. 오제봉 선생은 해방 후 청남묵연회 대표와 동명서예원장을 역임하며 부산·경남지역에서 서예 분야의 일가를 이룬 인물이다. 이웅선 선생은 한국적 산수의 전형을 이룬 대가로 불린 청전 이상범 선생의 제자이자 문인화가다.

총림의 대중 생활을 철저히 이어온 스님은 후학들과 신도들에게 항상 일상이 곧 깨달음임을 당부한다. 선서화 또한 스님의 일상을 비추는 거울이다.

‘벽암록’의 ‘조주석교(趙州石橋)’, ‘강산고절처(江山孤節處)’, ‘불식(不識)’, ‘불회(不會)’, ‘산심수심선심(山心水心禪深)’은 산수의 정취와 어우러져 선심(禪心)을 표현한다. 분주했던 어부가 한시름 숨을 돌리고 유유자적한 물결과 바람을 가로지르는 ‘망중한동중정(忙中閑動中靜)’, ‘어부한사(漁夫閑思)’, ‘겁외어부(劫外漁夫)’, ‘춘유백화추유월(春有百花秋有月) 하유량풍동유설(夏有凉風冬有雪)’은 금정산(金井山)을 유영하는 금어(金魚)의 이심전심 같다. 안양암에서 바라본 ‘안양암 일출(安養庵 日出)’, 구름 속에서 나투는 ‘웅비(雄飛)’, 빛나는 여의주를 품는 ‘봉황 여의주(鳳凰 如意珠)’, 푸른 산과 떠오르는 태양을 그리고 시를 쓴 ‘한산습득가가소(寒山拾得呵呵笑)’는 범어사 도량 곳곳에서 마주한 풍경과 내면의 조우를 화폭으로 옮긴 듯하다.

범어사 주지 경선 스님 작 - 안양암 일출.
범어사 주지 경선 스님 작 - 안양암 일출.

 

경선 스님은 지난 2003년부터 2021년까지 범어사 성보박물관장을 역임했다. 특히 불자뿐 아니라 일반인도 불교를 바르게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범어사 선문화교육관, 템플스테이관, 성보박물관을 신축하고 개관하며 금정총림 상마마을에 새로운 문화 도량을 조성하는 원력을 이뤄냈다.

범어사 주지 경선 스님.
범어사 주지 경선 스님.

 

그런 스님이기에 성보박물관에서의 전시는 각별하다. 스님을 향한 후학들의 존경이 담긴 선물이며, 범어사를 아끼고 사랑해 온 부산 시민과 불자들을 위해 펼치는 포교의 새로운 출발이다.

범어사 주지 경선 스님 작 - 웅비.
범어사 주지 경선 스님 작 - 웅비.

 

범어사 성보박물관장 환응 스님은 “이번 전시는 지난해 11월 신축 이전한 범어사 성보박물관에서 초청하는 특별기획전으로 오랜 세월 선서화로 정진해 오신 주지 스님의 법향을 글과 그림으로 소개하는 열린 법석”이라며 “월인삼매(月印三昧)에 이르는 선서화 한 폭 한 폭과 마주하며 겁외의 불연(佛緣)을 맺길 바란다”고 소개했다. 

경선 스님 작 - 청향.
경선 스님 작 - 청향.

전시회 개막식은 7월3일 오후4시 금정총림 범어사 신축 성보박물관에서 개최된다. 전시회는 8월6일까지 이어진다. 개막일 오후7시 박물관 앞마당에서는 ‘산사음악회’가 열려 여름밤을 음악 선율로 장엄할 예정이다. 

 

한편 범어사 성보박물관은 매일 오전9시30분부터 오후5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휴무일이다. 
051)508-6139

신축 범어사 성보박물관.
신축 범어사 성보박물관.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639호 / 2022년 7월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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