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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간 장애인들과 함께 만들어간 차별 없는 세상

  • 교계
  • 입력 2022.07.12 11:49
  • 수정 2022.07.13 15:51
  • 호수 1641
  • 댓글 0

광림사, 7월10일 법당서 장애인 일요 정기법회 봉행
법산 스님 법사로 매달 참석 장애인들에 생활법문도

“꽃은 소리가 없어도 오묘한 향기를 들려주며 마음에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하고 꽃은 눈이 없이도 그윽한 미소를 전해주어 얼굴에 아름다운 향기를 피어주네. 몸은 늙어도 마음의 꽃은 시들지 않고 세월은 흘러도 마음의 꽃은 지워지지 않느니 평상심의 향기로운 꽃 보이지 않아도 늘 보이고 들리지 않아도 항상 깨어있어 다문 입술에 백련화 피고 감은 눈가에 홍련화 피네.”

법산 스님의 시가 고요한 법당에 차분히 울려퍼졌다. 아름다운 시가 참석 대중들의 가슴에 내려앉자 그들 얼굴엔 미소가 한 가득 어렸다.

들리지 않아도, 보이지 않아도, 몸이 불편해도 어떠한 걸림돌 없이 세상과 연결되는 곳, 모두가 차별 없이 부처님 가르침을 들을 수 있는 자리, 이 곳은 바로 광림사 장애인 정기 법회다. 법회에 참석한 이들은 수어와 점자로 이야기 나누며 스님의 한 마디 한 마디를 가슴에 새겼다. 그리고 이들은 불법을 행함으로서 지혜로운 삶을 살아갈 것을 다시 한 번 부처님 전에 서원했다.

서울 광림사(주지 해성 스님)는 7월10일 경내에서 ‘불자 장애인 정기 법회’를 봉행했다. 이날 법회에는 전 동국대 이사장 법산 스님, 해성 스님을 비롯해 30여명의 불자장애인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법회는 ‘천수경’ 독경을 시작으로 찬불가 합창, 삼귀의·반야심경 봉독, 법산 스님 법문, 사홍서원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30년을 앞두고 있는 만큼 광림사 장애인 정기 법회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광림사 장애인 법회는 2003년 시작(법인 설립 기준)돼 29년간 중단 없이 이어져 불자 장애인들의 신행활동에 있어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고 있다. 광림사 장애인 법회가 열리기 전까지 신행활동을 하고 싶어도 장애인들에게 사찰 문턱은 산처럼 높았다. 법회를 보기 위해 매번 다른 사찰을 찾아야만 했으며, 그마저 섭외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강태봉 한국시각장애인불자회장은 “시각장애인 불자들의 언어는 점자다. 그런데 점자로 된 불교 서적이 없어서 한계가 있었다. 마침 해성 스님과 인연이 닿았고, 편하게 법회에 참여해도 된다고 말씀하셔서 그때부터 광림사 정기법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광림사 불자 장애인 정기법회는 시각·청각·지체 등 장애 특성을 가리지 않고 모두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 뿔뿔이 흩어져 있던 불자장애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29년간 톡톡히 해오고 있다.

광림사는 법회뿐만 아니라 직업재활 운전교육, 템플스테이, 제주도 수련회, 성지순례 등을 실시하며 사회성 향상을 기르는 데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또 매달 법사로 나서는 동국대 전 이사장 법산 스님도 불자장애인들과 남다른 인연을 가지고 있다. 스님은 원심회의 모태인 원심포교당을 설립, 1988년부터 청각장애인들과 수어를 통해 법을 전해왔다. 그러던 중 다시 장애인 법회와 연이 닿게 되면서 법회에 참석했고, 정년 퇴임 후 본격적으로 매달 둘째주 일요일 광림사를 방문, 불자장애인들이 실생활에서 필요한 생활법문을 들려주고 있다. 스님은 법문이 끝난 후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장애인들과 이야기 나누며 끊임없는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이날 법산 스님은 법문을 통해 “잠깐도 기다리지 못해 성질을 부리는 것은 삼독심이 일어나기 때문”이라며 “삼독심이 자신의 밝은 성품을 가려 우리의 마음은 점점 어두워지고 지혜로움마저 사라지게 된다. 어리석은 사람은 보려고 해도 보지 못하고, 맛을 봐도 맛을 모르고 반가운 걸 봐도 반가운 줄 모르고, 예쁜 것을 보아도 예쁜 지 모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혜 있는 사람은 마음을 다스릴 줄 알고,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은 곧 편안함을 얻는다”며 “마음의 편안은 세상의 편안을 불러오고 그 반대로 불안하고 초초하면 세상이 내 마음처럼 느껴져 불행하게 되는 것”이라고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법문이 끝난 후 스님은 한 명 한 명 손을 잡아주며 불자장애인들의 쉼없는 정진을 응원했다.

강태봉 한국시각장애인불자회장은 “광림사 법회에 나온 지 13년이 다 되어간다. 스님께서 점자로 된 서적을 배포해셔서 공부할 수 있게끔 해주신다. 우리는 이 자리가 있음으로 해서 신행생활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만약 광림사가 없었다면 지금까지 헤맸을 것이다”며 “법산 스님의 생활법문을 통해 생활 속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더 잘 실천할 수 있고 불자로서의 마음가짐을 계속 다잡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해성 스님은 “청각장애인들을 만나기 전에는 말이나 소통에 대한 중요성을 느낄 수 없었는데 법회를 찾아오는 불자장애인분들이 그들뿐 아니라 모두에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분들이라 생각한다”며 “이분들 대부분 자신에게 장애가 있다고 해서 비관하지 않는다. 못 보는 대신 손이 있고, 걸어다닐 수 있고, 말할 수 있는 것에 오히려 감사함을 느끼고 계신다. 바로 그 마음이 29년간 법회를 이끌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641호 / 2022년 7월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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