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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법당을 찾기 시작했다

  • 기자칼럼
  • 입력 2022.07.15 15:48
  • 수정 2022.12.10 18:27
  • 호수 1641
  • 댓글 3

어릴 적부터 불교를 접한 사람에게는 불상이나 법당 등의 불교문화가 친숙할 것이다. 그러나 불교를 처음 접한 사람에게는 황금색 불상, 거대한 석상, 지옥도 등이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불교는 한국과 1700년을 함께하며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종교에 대한 관심과 신규유입이 감소하자 종교는 아는 사람만 아는, 요즘말로 고인물이 되어버렸다. 

고인물은 환수나 여과가 이뤄지지 않으면 썩기 마련이다. 불교계는 이를 인지하고 젊은 불자 포교에 진력해왔다. 종립학교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런데 종립학교 법당들은 하나같이 좁은 공간, 높은 닷집, 짙은 갈색 기둥과 벽, 울긋불긋한 단청, 눈을 부라리는 사천왕 등 전통 사찰 분위기를 고수했다. 불교를 처음 접하는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이 같은 분위기는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양형진 은석초 교장에 의하면 은석초 법당에선 인성교육과 더불어 놀이교육 등도 진행했는데, 기존의 무거운 분위기로 법당에서 놀고 싶어 하는 어린이가 없었고 오고 싶지 않다는 학생도 있었다. 동대부중·동대부여중 1학년들도 “어두컴컴하고 불상만 밝게 빛나는 공간에 들어가기 두려웠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이는 고등학생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이학주 동대부여고 교법사는 “여고에 진학해 처음 법당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자리에 앉는 것마저 어색해했다”고 말했다. 동대부고에서 근무했던 김태연 교법사도 “법당 입구의 나무 대문을 활짝 열어놓았음에도 불교학생회 학생들만 들어올 뿐, 문 앞 복도에는 출입을 망설이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올해 동국대 건학위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건학위는 올 4월 은석초 연화법당 천진불·동자승 후불탱화 점안을 시작으로 산하 8개 초중고등학교 법당 개선에 나섰다. 연화법당엔 석가모니부처님 주변으로 팔부신장을 대신해 10명의 동자승이 그려졌고 호법신장인 사천왕도 기존의 무시무시한 모습이 아닌 스마트폰, 노트북, 석탑, 법장을 들고 웃고 있는 동자승으로 표현됐다. 최근엔 동대부여고 법당도 후불탱화 봉안 및 내부 장엄을 마치고 재개원했다. 전통 사찰 분위기를 내던 대형 닷집, 어두운 천장, 공포들 대신 밝은 배경에 은은한 조명 등 현대적 분위기로 바꾸었다. 동대부중 법당에도 드럼과 기타가, 동대부고는 개금불사가 이뤄졌다. 학생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정은비(2학년) 동대부여고 파라미타 불교학생회장은 “기존 법당은 어둡고 비좁아 학생들이 잘 찾아오지 않았는데, 환해지고 넓어진 덕에 편하게 공부하고 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박수영(3학년) 학생도 “밝아진 법당에서 점심시간에 친구들이랑 보드게임을 하고 잠도 자면서 힐링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말했다. 

새싹 불자 포교를 위해선 불교가 삶의 일부가 되도록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건학위의 산하학교 법당 개선 사업은 어린이·청소년들이 부처님을 가까이 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포교의 기반을 다지는 뜻깊은 불사들이 이어져 가까운 미래에 불교의 황금기가 시작되길 기대해 본다.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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