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국 히피족 사이에서 유행했던 명상은 이제 실리콘밸리 곳곳에 뿌리내렸다. 2016년 미국기업 ‘세일즈포스(Salesforce)’는 ‘마인드풀니스 구역’을 지정했으며 틱낫한 스님이 설립한 플럼 빌리지의 스님들이 명상과 마음챙김을 가르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실리콘 밸리 기업들 사이에서 문화로 자리 잡은 명상에 대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신적 해킹”이라고 주장하는 책이 발간돼 주목받고 있다.
캐롤린 첸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교수는 그의 저서 ‘워크 프레이 코드(Work Pray Code)’에서 “불교명상이 기업을 위해 재포장됐다”며 “기업들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영적인 방법으로 직원들을 깊숙한 내면부터 기업을 사랑하고 헌신하도록 만든다”고 주장했다.
첸 교수에 따르면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은 1950년대 후반 일본 선수행자 스즈키 순류와 히피족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는 비트 세대의 등장으로 불교의 진원지로 부상했다. 이후 마음챙김과 명상을 소개한 ‘영적구도자’들은 인플레이션으로 생계유지가 어려워지자 기업과 함께하는 길을 택했으며, 그 과정에서 기업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들이 배운 가르침을 변화시켰다. 첸 교수는 “그들은 같은 명상수행자이면서 엘리트가 된 스티브 잡스처럼 되고자 했을 것”이라며 “대부분 다르마센터나 커뮤니티센터에서 서민들을 가르쳤지만 결국 기업과 함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달라이라마와 같은 전통 불교지도자들이 불교를 서구에 전파하기 위해 명상의 세속화를 촉진했다고 주장했다. 첸 교수는 “1992년 달라이라마와 리차드 데이비슨 위스콘신 매디슨대학 심리학과 교수가 명상의 과학적 연구에 대해 논의했으며 그 결과로 ‘건강한 정신을 위한 센터(Center for Healthy Minds)’가 탄생했다”며 “명상에 대한 과학적인 관점은 불교를 혁명적으로 변화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명상은 영성의 세계에서 병원, 상담센터 및 학교와 같은 세속적인 치료 공간으로 확대됐다”며 “명상수행을 위해 불자가 될 필요가 없어졌다”고 비판했다.
명상이 세속화되자 기업에 도입하기 더욱 쉬워졌다. 종교적 색채로 도입을 꺼린 많은 기업에 과학적 데이터를 제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명상을 기업이 요구하는 대로 변화시켰으며 더 많은 사람이 부처님 가르침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정당화했다.
그는 자애명상을 도입한 몇몇 기업의 모습을 예시로 들었다. 명상안내자들은 가족과 ‘직장’, 더 나아가 전 세계를 포함하는 사랑의 원을 그릴 것을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명상과 직장을 연관시키고 소속감이 향상돼 기업에 헌신하게 된다.
첸 교수는 기업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조장하는 불교는 ‘백인화된 불교’이며 아시아인이나 아시아계 미국인이 따르는 전통종교로서의 불교가 말소되는 문제가 생겨났음을 우려했다. 백인들은 염불, 절, 기도 등이 아시아계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 ‘종교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반면, 기업에서 접한 명상은 ‘보편적’인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첸 교수는 “백인들은 명상 위주의 특정 불교만 알고 있으며 이를 불교의 모든 것으로 착각하곤 한다”며 “명상만이 ‘바른’ 또는 ‘유일한’ 수행방법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고 비판의 이유를 설명했다.
첸 교수는 “전통종교는 오늘날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극도로 개인화되고 세속화된 영성에 대항할 수 있는 의미와 목적, 전통을 가지고 있다”며 “전통불교는 백인화된, 기업에 맞춰진 불교를 바로잡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태훈 기자 yth92@beopbo.com
[1642호 / 2022년 7월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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