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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드라마 ‘우영우’에서 만난 ‘희망의 불교’

  • 기자칼럼
  • 입력 2022.07.22 20:32
  • 수정 2022.07.25 17:38
  • 호수 1642
  • 댓글 4

“나 불교 믿어. 법명도 받았어, 보덕심. 관세음보살의 마음이라는 뜻이야. 내 재판이고, 내 결혼이고, 내 인생이야.…결혼을 해야 한다면 언니랑 할 거야. 사랑하는 사람이랑 할 거야.”

요즘 인기를 모으고 있는 채널ENA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대사다. 드라마 2화의 등장인물 ‘화영’은 결혼식 도중 웨딩드레스가 흘러내리는 사건으로 파혼에 직면했다. 그녀의 등 뒤에 새겨진 ‘관세음보살’ 문신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교회 장로였던 그녀의 예비 시할아버지는 이 사건으로 화영을 탐탁지 않게 여겼고, 화영의 아버지는 딸이 망신을 당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바로 그 사건의 클라이막스에 화영이 아버지에게 던진 대사다.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인생까지 좌지우지하려는 아버지를 향한 화영의 항변은 동시에 우리 사회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화영은 동성애자였다. 화영은 자신이 불교신자임을, 그리고 보덕심이라는 법명을 받았음을 밝히며 등에 새긴 관세음보살 문신이 “철없을 때 장난으로 새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녀의 등에 자리잡은 관세음보살상은 아버지로부터 관심과 지지를 받지 못했던 그녀가 유일하게 기대고 위로받을 수 있는 버팀목이었음이 전해진다.

‘성소수자의 자기 결정’이라는 드라마의 메시지를 선명하게 시각화하는 장치로 불교와 불교적 상징이 등장한 것은 그동안 불교계가 꾸준히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편에 서 왔음을 대변해준다. 사회적 약자 편에 서는 종교, 편견에 저항하는 종교, 부당한 차별에 맞서는 종교라는 불교의 이미지가 우리 사회에 구축되고 있음도 보여준다.

지난 7월16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지몽 스님. 이하 사노위)를 향한 시선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성소수자의 인권증진을 위해 열린 이 축제에 사노위는 ‘성소수자도 함께 살아가는 평등세상’을 발원하며 힘을 보탰다. 축제에 동참하며 사노위가 전달한 메시지는 ‘차별없는 세상, 우리가 부처님’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차별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건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스님들의 목소리는 근거 없는 편견과 차별의 시선에 억눌려야 했던 성소수자들에게 커다란 버팀목이자 숨 쉴 틈이 되어주었다.

때 맞춰 화제가 됐던 드라마 속 한 장면까지 떠오르며 불교계의 지속적인 노력이 이제 우리 사회에서 조금씩 자리 잡고 있음을 보는 듯해 반갑고 기쁘다. 한편으로 퀴어축제 맞은편에서 이른바 ‘맞불집회’로 몽니를 부리며 종교의 이름으로 폭력에 가까운 언행을 자행하는 일부 종교인들의 행태를 향한 우리 사회의 시선과 평가가 어떠할지도 가늠할만 하다.

남수연 기자
남수연 기자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법 선언 일성은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세상을 불쌍히 여겨서 길을 떠나라”이다.

모든 이들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약자의 편에 서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전법의 출발이다. 그 노력들이 지금 세상의 한 모퉁이에 정토의 꽃을 피우고 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42호 / 2022년 7월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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