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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회의 입법청원마저 외면한 조계종 중앙종회

  • 기자칼럼
  • 입력 2022.07.29 11:06
  • 수정 2022.12.02 10:22
  • 호수 1643
  • 댓글 0

[기자칼럼] 권오영 기자

7월19일 폐회한 제225회 조계종 임시종회는 사실상 17대 중앙종회의 마지막 본회의였다. 이 때문인지 임시회에는 5건의 종헌개정안과 8건의 종법개정안이 상정돼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막상 본회의에서는 5건의 종헌개정안이 모두 부결되거나 이월됐고, 종법개정안도 단 3건만 가결되는 데 그쳤다. 하안거 기간 중인 데다 임기가 석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중앙종회가 이례적으로 임시회를 열었던 의욕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특히 이번 임시회에서 원로회의가 숙고 끝에 중앙종회에 요청한 원로회의 의장단 임기를 단축하는 종헌개정안마저 부결된 것은 대단히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종헌개정안은 원로회의 의장단 임기를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이다. 이와 연동된 원로회의법 개정안은 의장단 궐위시 보궐선출하고 잔여임기를 맡도록 한 현행 규정을 삭제하고 새 의장의 임기 3년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장단의 잔여임기 문제는 오랜 논란거리 가운데 하나다. 올해 4월 원로의장에 보궐선출된 대원 스님도 전임 의장 세민 스님의 잔여임기(12월10일)까지만 맡게 돼 있어 원로회의는 올해 12월 다시 새 의장을 선출해야 한다. 결국 원로회의가 종헌 및 종법개정을 요구한 것은 의장단 임기를 단축해 특정인이 장기간 갖던 권한을 고르게 나누고, 현실과 동떨어진 보궐 및 잔여임기 규정에 따른 운영의 불편함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딱히 이견을 드러낼 만큼 특별한 쟁점이 없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였다. 오히려 작은 권한을 두고도 갈등과 반목이 잦은 종단의 현실 속에서 의장 권한을 나누겠다는 원로 스님들의 입법 청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이날 중앙종회 본회의에서는 이 종헌개정안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쟁점은 원로 스님들의 장례비용 문제였다. 몇몇 종회의원은 “원로의장 임기를 단축하면 향후 원로의장이 다수 배출될 수 있는데 이 스님들이 입적하면 모두 종단장(宗團葬)으로 해야 한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며 반대 의사를 표출했다. 결국 종헌개정안은 표결 끝에 가결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됐다. 이에 따라 연동된 원로회의법도 자동 폐기됐다.

중앙종회가 원로회의의 요청이라고 무조건 따를 수 없고, 입법의 필요성 여부를 따지는 것은 당연한 권리일 수 있다. 그렇더라도 원로회의 의장단 임기 단축을 담은 종헌개정안을 논의하면서 ‘종단장’을 운운한 것은 반대 논리로는 매우 궁색해 보인다. 오히려 평생 종단을 위해 헌신한 원로 스님들에 대한 불경(不敬)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어느 공동체든 원로들은 특별한 권위가 부여되고 존중받는다. 조계종 원로회의도 최고의결기구로서의 위상을 갖는다. 그런 원로회의가 합리적 운영 방안을 모색하고 도출한 종헌 및 종법개정안이라면 중앙종회는 좀 더 신중히 살펴봤어야 했다. 그럼에도 ‘장례비용’ 운운하며 속단한 것은 원로회의에 대한 권위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존중도 없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643호 / 2022년 8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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