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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성 폐질환에 무너진 미얀마 청년의 일상

  • 상생
  • 입력 2022.07.29 20:50
  • 수정 2022.07.29 21:13
  • 호수 1643
  • 댓글 1

2015년 한국 찾은 민팡씨…호흡곤란·기침 잦아 병원 찾았다
폐 딱딱해지는 간질성 폐질환 진단…하루 병원비만 100만원

“부모님에게 미안해요”

미얀마에 온 이주노동자 민팡(31)씨가 보호자 조모아씨를 통해 전한 첫 마디였다. 가난하지만 성실한 부모님 덕에 구김살 없이 자랐고 학업도 마칠 수 있었다. 자신의 학비를 벌기 위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부모님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렸다. 그런 부모님을 보지 못한 지도 어느덧 7년. 사무치는 그리움을 마음에 안고 오랜 시간을 버텼다. 그러나 민팡씨는 무사히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는 부모님에게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

학교를 졸업한 민팡씨는 지인의 도움으로 비료 공장에 취업했다. 그러나 열악한 작업환경은 상상 이상이었다. 에어컨은 물론 환풍기조차 설치되지 않았다.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악취가 종일 공장 내를 부유했다. 그로 인해 어지러울 때가 많았지만 묵묵히 참았다. 어려운 살림에도 자신을 지원해 준 부모님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한국에 있는 학교 선배로부터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이곳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부모님을 두고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돈을 벌어 미얀마로 돌아와 편히 사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2015년 3월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국에 도착한 그가 처음 취업한 곳은 전라남도의 한 상추농장이었다. 상추를 심고 청소, 수확, 포장까지 모두 민팡씨가 해야할 일이었다. 상추 외에 다른 야채들을 함께 재배하고 있어 민팡씨의 일은 계속 늘어 갔다. 농장에 5명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워낙 각자의 일이 바빠 누구를 도와줄 겨를도 없었다. 일과를 마치면 바로 곯아떨어지기 일쑤였다. 작업이 익숙해져도 피로는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그래도 월급 한 번 밀리지 않았고, 가끔 보너스도 받았다. 미얀마 친구들이 한국에서 일하면서 돈을 받지 못했다는 말을 종종 들었기에 꼬박 5년을 상추농장에서 일했다.

“농장 일이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도 사장님이 좋은 분이었습니다. 제때 미얀마로 돈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부모님을 못 뵌 지 오래됐지만 잘 지내고 계신 것 같아 마음이 놓였습니다.”

부득이 농장을 떠나야 했던 그는 자동차 용품, 라바텍 공장 등을 전전했다. 월급은 형편없었다. 돈을 못 받는 달도 있었다. 그러나 언제 해고될 지 모르는 비정규직이기에 참고 또 참았다. 그러다 상추농장 동료가 구미 스마트폰 조립 공장에 일자리가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바로 근무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고 했다. 그는 구미로 이동했고, 다시 정규직으로서의 삶을 살수 있었다.

일자리를 옮긴 지 5개월, 행복한 일은 거기까지였다. 어느 날부터 가슴이 아프고 숨이 가빠 오기 시작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 술은 입에 대지도 않았고, 담배도 피우지 않았다. 워낙 건강했기에 잔병치레도 없었다. ‘마스크 때문이겠지’하며 다시 일에 몰두했다. 시간이 갈수록 심각해졌다. 스마트폰 조립 작업을 할 수도 없을 정도로 기침과 호흡곤란이 계속됐다.

동료가 작업을 중단한 채 레일 앞에서 가슴을 움켜쥐고 숨을 헐떡거리는 민팡씨를 발견했다. 급히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치료를 받지 않고 약만 처방받았다. 경제적인 이유였다. 그러나 병은 깊어갔다. 숨이 제대로 안 쉬어지는 날도 늘어갔다. 이대로 죽을 수 있겠다 싶어 선배인 조모아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조모아씨는 한달음에 구미까지 내려왔고, 구급차로 수도권에 있는 종합병원으로 이동했다.

폐렴이었다. 산소포화도는 84%까지 떨어졌다. 저산소증으로 목숨까지 위험한 상황이었다. 병원에서는 3차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대학병원에서 그는 또다시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가벼운 폐렴이 아니었다. 폐가 딱딱하게 굳어가는 간질성 폐 질환이었다. 손상된 폐조직은 회복되지 않을뿐더러 간질성 폐 질환은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폐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산소포화도는 갈수록 떨어졌다. 자가호흡마저 어려워지자 결국 산소호흡기를 달았다.

가족을 위해 한국을 찾았던 미얀마 청년의 웃음은 사라졌다. 일상의 편안함도 잊은 지 오래. 민팡씨는 현재 중환자실에서 호흡기에 의존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언제까지 병원 신세를 져야할지도 모른다. 늘어나는 건 병원비뿐. 하루 100만원이 넘는 금액은 민팡씨와 조모아씨 둘 다 감당하기 불가능한 액수다.

조모아씨는 “유리창 너머로 후배를 바라볼 때마다 후회가 듭니다. 건강검진을 받아봤더라면, 돈이 없다고 치료를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라는…. 그랬다면 지금도 건강히 일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어쩌다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56-51 (사)일일시호일. 070-4707-1080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643호 / 2022년 8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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