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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한국선 개척한 삼우 스님은

  • 해외
  • 입력 2022.08.12 21:47
  • 수정 2022.08.12 22:04
  • 호수 1644
  • 댓글 2

8월7일 세납 82세·법랍 64년…9월24일 캐나다서 추도법회
미국으로 떠나 사찰·승가대학 건립하며 포교사 양성에 진력
불교잡지도 발간…미국불교간 화합 주목 종교회의도 개최해

미국과 캐나다 등 미주지역에서 한국선불교 포교에 진력해온 삼우 스님이 8월7일 캐나다 토론토 선련사에서 원적에 들었다. 세납 82세, 법랍 64년.

삼우 스님은 일제강점기였던 1941년 진주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아버지는 만주로 떠나 연락이 끊겼고 어머니는 10세 되던 해 별세했다. 아버지의 부재에 이은 어머니의 죽음으로 기댈 곳이 사라지자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녀야 했다. 구걸과 일용직으로 삶을 이어가던 중 우연히 들렀던 사찰에서 부처님 법을 만나 마음의 평화를 얻자 출가를 결심했다. 

청담 스님이 주석하던 김천 직지사를 거쳐 1958년 상주 남장사에서 삭발염의했다. 1962년 부산 범어사에서 조계종 2대 종정을 지낸 동산 스님(1890~1965)을 은사로 계를 받고 선사였던 설봉 스님(1890~1969)에게서 선을 배웠다. 선 수행에 매진하던 중 총무부장이었던 광덕 스님의 추천으로 조계종 총무원에서 해외업무를 맡게 됐다. 당시 코리아타임스에 칼럼을 기고한 일이 인연이 돼 미국 하버드대학 세계종교연구소의 초청으로 한국선불교를 서양에 소개했고 이를 계기로 해외포교의 원력을 품었다.

일본, 홍콩 등을 거쳐 1967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 도착한 스님은 바쁜 나날을 보냈다. 밤에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하고 낮에는 손수 전단지를 만들어 워싱턴 스퀘어공원과 그리니치빌리지에 붙였다. 다시 저녁이 되면 출근 전까지 숙소였던 방 1개짜리 아파트에서 미국인들에게 참선을 가르쳤다. 그러나 체류기간에 발목을 잡혀 1년 만에 장소를 캐나다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캐나다 몬트리올, 토론토에서도 식당에서 접시를 닦거나 우체국에서 수하물을 운반하는 등 일을 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선을 알리고자 하는 일념으로 참선 지도와 법회를 이어갔다. 

이러한 노력은 결실로 이어져 스님이 지내던 토론토 지하 아파트에 참선을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왔다. 참선 공동체를 만들어 불교사회운동을 펼쳤고 제자들도 점차 늘어나 여법한 사찰의 필요성을 절감한 스님은 쓰러져가던 헌 집을 구입해 사찰건립 불사에 돌입했다. 

스님은 직접 자재를 구입하고 하루 18시간 이상 망치질을 하는 등 몸을 아끼지 않았다. 스님의 원력에 감동한 제자들은 최소한의 생활비를 제외한 수입원 전액을 불사에 보시하기도 했다. 배관, 전기콘센트, 심지어 수도꼭지 하나도 없었던 집은 스님과 제자들의 원력으로 점차 모습이 바뀌었고 1979년 마침내 토론토 선련사를 개원할 수 있었다. 한국을 떠난 지 13년 만에 거둔 결실이었다. 이후로도 스님은 1982년 미국 미시간주 앤 아버, 1992년 일리노이주 시카고, 2011년 뉴욕시 맨하탄, 1984년 멕시코 멕시코시티에 사찰을 개원했다. 이 다섯 사찰은 삼우 스님이 설립한 ‘자혜불교회’에 소속돼 있다. 

삼우 스님은 북미지역에서 포교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 미륵상가대학을 설립했다. 북미문화권에서 태어나고 자란 현지인 포교사를 양성하면 한국선 홍포에 더욱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학 커리큘럼은 ‘명상수행의 해탈문’ ‘교리연구의 해탈문’ ‘의례와 의식의 해탈문’ ‘마음수양의 해탈문’ ‘지혜심장수양 해탈문’ 등 다섯 가지 해탈문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대학에서 경전, 한국선불교의 역사, 불교의식 등을 배운 졸업자들은 미주 곳곳에서 포교사로 활동하며 한국선을 알리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항상 현지 문화에 맞는 포교방법을 고민해온 스님은 현지의 언어로 불법을 전할 수 있는 문서포교에도 진력했다. 선련사 건립의 원력을 문서포교로 확장한 것이다. 1981년 100달러짜리 인쇄기를 구입해 불교잡지 ‘봄바람, 불교문화포럼’을 출간했다. 다양한 부처님 가르침과 불교문화가 실린 잡지는 1983년부터 1986년,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총 15권이 발행됐다. 

삼우 스님은 미국에 진출한 불교 종파간 화합에도 주목했다. 1987년 앤 아버 선련사에서 상좌부불교, 정토진종, 선불교, 티베트불교 등 미국 내 다양한 불교의 대표들이 모여 각자의 현안과 전망을 논의하는 ‘북미 세계 종교회의’를 8일간 개최했다. 동서양불자, 미국 불교학자들을 비롯해 300여명이 참석한 회의에서는 ‘민족 및 북미 불교운동’ ‘사찰과 불자 운동’ ‘생태 인식 및 사회 문제’ ‘현대 불교운동에서 전통의 역할’ 등 다양한 주제가 다뤄졌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티베트불교 지도자 달라이라마와도 여러 차례 만나 대화를 나눴다. 

2019년 병원에서 파킨슨 병을 진단받은 삼우 스님은 멕시코 출신 상좌 도안 스님에게 자혜불교회 회주직을 이임했다. 스님은 입적 2주 전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제자들에게 ‘매순간 새로운 마음으로 정진을 거듭하라’는 뜻으로 ‘프레쉬(Fresh)’라는 말을 남기고 8월7일 캐나다 토론토 선련사에서 원적에 들었다.

삼우 스님이 입적하기 전까지 시봉한 토론토 선련사 주지 산하 스님은 8월1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은사 스님은 모든 일에 앞장서며 개척정신으로 한국선불교를 미국에 알리고자 노력한 선지식”이라며 “항상 씩씩한 목소리를 내시며 때로는 엄격함으로, 때로는 재치로 제자들과 불자들을 올바른 부처님 법으로 이끄셨다”고 삼우 스님의 생전 모습을 회상했다. 이어 “마지막 스님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겨 매순간 새로운 마음으로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삼우 스님의 추도법회는 9월24일 토론토 선련사에서 봉행될 예정이다.

윤태훈 기자 yth92@beopbo.com

[1644호 / 2022년 8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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