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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앞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의 ‘당부’

  • 불서
  • 입력 2022.08.19 13:58
  • 수정 2022.08.19 18:42
  • 호수 1645
  • 댓글 5

원행 스님의 당부
원행 지음 / 자현 정리 / 불광출판사 / 320쪽 / 2만원

초심 일깨우는 진솔한 언어들…교계 당면한 과제들 성찰
재임 기간 사회·사부대중에 전한 간곡한 말들 모아 엮어
“우리 모두 보살…원력으로 산다면 못 이룰 일이 없죠”

많은 이들이 지난 4년을 태평성대로 기억하게 된 데에는 금강석처럼 단단한 원행 스님의 원력에 힘입은 바 크다. 사진은 2019년 4월 백만원력결집 선포식에 참여한 원행 스님. [불광출판사]
많은 이들이 지난 4년을 태평성대로 기억하게 된 데에는 금강석처럼 단단한 원행 스님의 원력에 힘입은 바 크다. 사진은 2019년 4월 백만원력결집 선포식에 참여한 원행 스님. [불광출판사]

조계종 총무원장은 조계종의 행정을 총괄한다. 3000여 사찰 주지 임명권을 비롯해 사찰 재산 감독 및 처분권을 갖는다. 조계종·천태종·진각종·관음종 등 30여 종단이 가입해 활동하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당연직 회장도 맡게 된다.

총무원장은 선망의 자리일 수는 있지만 존경받기는 쉽지 않다. 숱한 이해관계가 모이고 그 최종 결정권자가 총무원장이다. 그 결정과 행보에 따라 찬사와 원망이 뒤따르고는 한다. 때로는 강력한 저항에 직면한다.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나는 일도 적지 않았다. 1962년 4월11일, 조계종 통합종단이 출범하고 지금까지 36대의 총무원장직을 이어오고 있다. 과거 60년간 총무원장을 맡았던 29명의 스님 가운데 4년 임기를 마친 스님은 의현·월주·지관·자승 스님 4명에 불과하다. 격동의 종단 역사에서 총무원장이 된다는 것은 벼랑 끝에 놓인 외줄에 오르는 것일는지 모른다.

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한 달여 지나면 임기를 마친 5번째 스님으로 기록된다. 4년 전인 2018년 9월 스님이 총무원장에 당선될 때는 혼돈의 한복판이었다. 전임 총무원장과 교육원장을 둘러싼 의혹들이 연일 언론에 보도됐다. 불교단체들까지 진위를 밝히기보다 무조건 적폐로 몰아붙이며 조계사 앞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원행 스님은 원만한 성격에 학문과 행정에 밝았다. 그렇더라도 난관을 넘길지 걱정스러운 시선들이 많았다. 허나 기우였다. 스님은 불자들의 원력을 모아 불교중흥을 위해 사업 기금을 조성하는 백만원력 결집불사에 착수했다. 그 원력을 기반으로 인도에 분황사를 건립하고 세종 신도시에 광제사를 낙성했다.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모범적인 종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부와 지자체의 편향 정책에는 적극 대응해 개선해나갔다. 사회의 낮은 곳에서 신음하는 이들을 찾아가 버팀목도 돼주었다. 크고 작은 사건과 우여곡절이 끊이질 않았지만 많은 이들이 지난 4년을 태평성대로 기억하게 된 데에는 금강석처럼 단단한 스님의 원력에 힘입은 바 크다.

조계사 동자승들의 예방을 받은 원행 스님이 천진불의 미소를 짓고 있다. [불광출판사]
조계사 동자승들의 예방을 받은 원행 스님이 천진불의 미소를 짓고 있다. [불광출판사]

퇴임을 앞두고 출간된 ‘당부’는 4년간 우리 사회와 사부대중에 전한 스님의 간곡한 ‘말’을 모아 엮은 책이다. 불자로서의 초심을 일깨우는 진솔한 언어들은 보살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간곡한 바람으로 빼곡하다. 동시에 우리 불교계가 직면한 냉혹한 현실과 풀어가야 할 과제에 대한 성찰이다.

첫 번째 장인 ‘사부대중과 함께 한 4년의 행적’에서는 총무원장 재임 기간 중의 인사말·강연 등에서 두고두고 곱씹을 만한 내용을 발췌해 정리했다. 스님의 말은 대승의 가치를 뼈대로 한다. 학력·빈부·지역·성별·사회적 위치를 떠나 누구에게나 지침이 돼줄 모든 가르침은 ‘보살의 마음으로 더불어 사는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의 가치로 귀결된다. 오랜 세월 은사 월주 스님을 모시며 온몸으로 체득한 가르침이기도 하다.

두 번째 장인 ‘불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는 대중법문 내용 중 오래도록 귀감이 될 만한 내용들을 선별해 묶었다. 스님은 ‘화엄경’의 선재동자가 그렇듯 대승적 삶인 보살로서의 인생 기반은 ‘처음 발심한 원력’에 있음을 역설한다. 내 주변 모두를 선지식으로 여기고 매사에 정성껏 대할 것도 당부한다. 그것이 공부인의 길이고 행복에 다다르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선지식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나를 이끌어주는 스승도 선지식이지만 우리가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반이나 시주자도 모두 선지식입니다. 선지식 아닌 분들이 없어요. 그래서 절대 조그마한 것이라도 소홀해선 안 됩니다. 정성을 다해야 해요.” 불자라면 새겨야 할 소중한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 장인 ‘학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는 불교인을 길을 걷겠다고 첫 마음을 낸 이들을 향한 경책이다. “자비를 넓히는 마음으로 서로를 사랑하라” “책 엮은 가죽 끈이 끊어지도록 노력하라” “성심으로 살아가는 수행자가 돼라” “미래는 정진하는 이의 몫이다” “열정과 노력으로 질주하라” 등등. 경전과 어록, 부처님과 옛 조사들의 흥미로운 일화를 통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고구정녕하게 일러준다.

책에 보내는 조계종 중진스님들의 찬사도 뜻깊다. 원행 스님이 천릿길을 걷는 소걸음으로 묵묵히 보살행을 실천한 4년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일 것이다.

“백만원력 실행과 교육적인 헌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아름답고 품격 있는 책”(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 “친숙하면서도 거룩한 모습을 보인 위대한 자취의 모음”(중앙종회의장 정문 스님) “학자적인 역량이 총무원장이라는 행정 수반이 되어 어떻게 펼쳐졌는가를 보여주는 자비행의 집대성”(호계원장 보광 스님) “한국불교의 현 주소와 대사회적 역할이 명료하게 드러나고 있는 의미 깊은 책”(전 교육원장 진우 스님) “언제나 천진보살 같은 미소로 우직하게 처리하시는 한국불교의 참된 버팀목이다.”(포교원장 범해 스님)

세종 한국불교문화체험관 대들보에 연기문을 적고 있는 원행 스님. [불광출판사]
세종 한국불교문화체험관 대들보에 연기문을 적고 있는 원행 스님. [불광출판사]

책의 기획과 정리는 중앙승가대 교수 자현 스님이 맡았다. 그 계기가 흥미롭다. 원행 스님이 중앙중가대 총장 시절 교수·학생들과 해외 성지순례를 같이 갔다. 원행 스님은 순례지 설명도 하고 일일이 개인 사진들도 찍어주었다. 그런데 순례를 다녀와 개별 사진을 각각 정리해 앨범까지 만들어 선물하는 것이 아닌가. 그때 어른스님이 어려워 감사의 마음을 전하지 못했던 빚을 뒤늦게 갚으려 나섰다. 책을 제안하고 1년여 넘게 자료를 모으고 분류했다. 자현 스님은 정리자의 말에서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이는 원행 스님을 아는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했다.

“원력을 가진 분에게는 바람을 거스르는 향기가 있다. 진정 강한 사람만이 스스로를 낮추고 아랫사람에게 무한하게 따뜻할 수 있다. 높은 지위에서 권위를 보이는 것은 쉽다. 그러나 스님은 총무원장이 되신 뒤에도 소탈하기 그지없다. 스님이야말로 언제나 화합승을 강조하신, 부처님께서 한국불교에 보낸 참 보살이 아닌가 싶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45호 / 2022년 8월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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