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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월드 이사장 성관 스님

세상 이익과 행복 위해 사는 것을 존재 가치로 삼아 살아갑시다

부처님의 전도선언도 많은 사람들의 이익‧행복 위한 것
인생관‧세계관 분명히 하고 용기 가질 때 나와 세계 변화
존재가치 회복을 위해 쉼 없이 공부‧수행하는 불자 되길

로터스월드 이사장 성관 스님은 “나의 존재 가치를 회복하면서 나아갈 길을 정하는 시대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터스월드 이사장 성관 스님은 “나의 존재 가치를 회복하면서 나아갈 길을 정하는 시대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수임아사자좌(有誰任我師子座)
자괴금일야간명(自愧今日野干鳴)
수연아유변신술(雖然我有變身術)
번호화사우일생(飜狐化獅又一生)
“누가 있어 나에게 사자좌를 맡겼는데/ 참으로 부끄럽구나, 오늘 여우의 소리를 하고 있으니/ 비록 그러하나 나에게 변신술이 있으니/ 여우의 몸을 바꿔 사자로 일생을 살아보자.”

이 시는 조계종의 통합종단 첫 종정을 지내신 효봉 큰스님의 게송입니다. 후학들을 격려하는 이 시는 언제나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유수임아사자좌(有誰任我師子座), ‘누가 있어서 나에게 사자의 자리를 맡겼는데’, 사자의 자리는 말하자면 부처님의 자리입니다. 자괴금일야간명(自愧今日野干鳴)이라, ‘참으로 오늘 부끄럽구나.’ 왜 부끄러운가. 사자의 소리를 하라고 사자좌를 맡겼는데 사자의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여우의 소리를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 불성이 있다’고 합니다. 불성이 있다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선과 악의 마음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선과 악의 마음 중에서 어떤 마음을 쓸 것인가. 사자의 소리를 내는, 부처님의 소리를 내는 선한 마음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세상을 고통스럽게 하고, 해롭게 하고, 어지럽히고, 많은 생명을 해치는 악의 마음을 쓸 것인가는 여러분이 선택하는 것입니다. 오늘 이 순간 이 법당 안에서만이라도 부처님과 같은 마음을 가지려는 발원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 발원이 법당에서 밖으로 연결되고 여러분 가정으로 연결되고 이웃에게 연결될 때, 그 세계가 바로 극락세계입니다. 그렇지 않고 악한 마음을 선택해서 그것이 세상에 연결되면 그것이 바로 지옥 같은 세상입니다.

수연아유변신술(雖然我有變身術)인데, ‘비록 여우의 소리이지만 나에게는 변신술이 있다.’ 나를 바꿀 수 있다는 말입니다. 여우의 마음을 사자의 마음으로, 부처님의 마음으로 바꾸는 것이 변신술입니다. 저도 사찰을 운영하고 대중과 함께하고 신도님들을 제접하다 보면 악마 같은 마음이 솟을 때가 많습니다. 그때마다 조석으로 부처님 전에 나가 정진하고 내 마음의 거울을 바라보면서, ‘부처님의 시은을 입고 이런 모습으로 살려고 이 세상에 왔는가.’ 이렇게 참회하고 발심합니다. 변신술은 수행입니다. 이렇게 위패를 봉안해서 모시는 거룩한 마음도 부처님의 마음으로 가기 위한 수행입니다. 비록 다시 탐진치 삼독심의 악순환이 반복되더라도 법당에 들어와서는 전생의 부모부터 삼세 선망부모 그리고 수 없는 생명이 극락왕생하기를 발원하는 간절함으로 부처님의 마음이 되기를 기원합시다. 그래서 번호화사우일생(飜狐化獅又一生)이라, ‘여우의 마음을 사자의 마음으로 바꿔서 일생을 살아보자.’ 이것이 효봉 큰스님께서 후학들에게 남기신 고귀하고 간절한 당부의 게송입니다. 

나의 존재 가치란 무엇일까요? 저는 고등학교 때 출가를 위해 당시 유명하다는 해인사 백련암의 성철 큰스님을 찾아갔습니다. 그 시절 성철 큰스님은 삼천배를 해야 뵐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법당에 도착해서 삼배를 올리고 나오자마자 바로 마당에서 큰 스님을 뵈었습니다. “너 왜 왔나?” 큰스님께서는 저를 보시고는 물으셨습니다. 출가하려고 왔다니까, “너는 네 존재 가치가 뭔지 아나?” 이렇게 물으십니다. 존재 가치라는 말 자체가 저에게는 생소한 단어였습니다. 어안이 벙벙해서 멀뚱히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큰스님께서는 이렇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많은 사람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서 사는 것이 너의 존재 가치다.”

저는 한때 잘 나가는 포교당 주지를 지냈습니다. 법회 인원이 1000명 이상 모일 수 있는 극장식 법당을 마련하고 활발하게 활동했습니다. 포교당을 운영하면서 성철 큰스님의 말씀이 새롭게 와 닿았습니다. ‘아, 바로 전도선언의 첫마디에 나오는 이 말씀을 하신 거로구나.’ 

전도선언의 내용은 이러합니다.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시고 바라나시 갠지스 강변에서 제자들을 만나기 시작한 이후로 많은 제자가 생겼습니다.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많은 제자가 깨달음을 이루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들은 하늘과 땅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그동안 하늘에는 신이 있고 땅에는 인간의 계급이 있다는 구속 속에 살았는데 이제 하늘에 신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가. 집착과 욕망, 어리석음이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땅에는 인간의 계급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왕의 행동을 하면 왕이 되는 것이고 비천하고 비루한 짓을 하면 거지가 되는 것이다.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혁명적인 선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들은 이제 하늘의 구속으로부터, 땅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자, 이 좋은 소식을 많은 사람에게 전하라.” 

왜 전해야 하는가. 많은 사람의 이익과 행복을 위한 것입니다. 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처음도 중간도 끝도 좋게 하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효율적으로 전법하라는 말씀입니다. 성철 큰스님의 가르침 속에는 부처님의 전도선언이 담겨 있었던 것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생명의 탯줄을 같이 합니다. 다만 인연에 따라서 나쁜 선택을 하면 나쁘게, 좋은 선택을 하면 좋게, 왕의 선택을 하면 왕이 되고, 비루한 선택을 하면 거지가 되고, 이렇게 선택으로 우리가 태어난 것입니다. 생명의 탯줄을 같이 하니까 남을 이익되고 복되게 하는 것은 나를 이익되고 복되게 하는 것이다, 남을 해롭게 하고 어렵게 하는 것은 곧 나를 어렵게 하고 나를 해치는 행위다, 이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선가(禪家)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파도는 바다를 여의지 않는다.” 조건에 의해서 여러 가지 파도가 생깁니다. 잔잔하기도 하고, 거칠기도 하고, 높기도 하고, 낮기도 합니다. 온갖 조건에 의해서 생겨났다가 조건이 되면 다 되면 사라집니다. 우리도 이 세상에 조건을 따라서 왔다가 그 조건이 다하면 사라집니다. 이것이 연기법(緣起法)입니다.

우란분절에 모셔진 영가도 조건에 의해서 왔다가 조건을 따라서 간 분들입니다. 본래는 남도 없고 죽음도 없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없지만 큰 자연의 틀에서 보면 그런 것입니다. 

모든 생명이 하나임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저는 늘 고민해 왔습니다. 미운 사람도 많고, 때려주고 싶은 사람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많은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사는 것, 그것이 나의 존재 가치다, 그래서 생각을 실천으로 옮긴 것이 바로 ‘로터스월드’입니다. 

로터스월드는 2002년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온 국제NGO 단체입니다. ‘로터스’는 ‘연꽃’이라는 뜻입니다. 세상을 연꽃의 세상으로 만들어가자는 취지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가장 먼저 캄보디아에 들어가서 구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점차 미얀마, 라오스로 지원을 확대했고 지금은 유엔 국제경제사회이사회의 협의 지위를 얻은 우리나라의 몇 안 되는 해외 NGO 단체로 성장했습니다.

20년 전 해외 구호사업을 한다고 나섰을 때, 세상의 시선은 냉랭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제대로 돕지 못하는데 남의 나라까지 가서 왜 저러냐며 비판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말하는 분들에게 이렇게 답했습니다. “우리가 1950년대 세계에서 가장 어려울 때, 나라가 만신창이가 되었을 때, 우리를 도와준 젊은이들이 누구인가. 미국만이 아니다. 필리핀, 미얀마, 캄보디아 같은 나라에서도 쌀을 지원해 주었고 그 나라의 많은 생명이 우리나라에 와서 희생됐다. 그 도움이 있었기에 우리나라가 오늘날 세계를 선도하는 선진국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이제는 어렵고 힘든 나라의 고통을 함께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인종과 국경과 언어를 초월해서 모든 생명이 하나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많은 사람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서 산다고 하면서 우리가 과연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부처님의 전도선언 중에 “처음도 중간도 끝도 좋게 하라.” 이런 말씀이 있었습니다. 로터스월드는 지원 국가의 교육에 주력했습니다. 누군가는 여행사나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사업을 하라고 했지만, 그런 활동은 일체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신뢰가 쌓이고 쌓이면서 대기업과의 관계가 형성되었고 지속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얀마에 기숙사가 있는 중고등학교를 건립할 수 있었고 라오스도 정부기관 협력으로 농가의 소득을 올리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서 살자.’ 이 생각으로 로터스월드가 출발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인생관, 세계관을 분명히 갖고 희망과 용기를 가지면 곧 자신도 바꾸고 세상도 바꾸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생명은 하나라는, 모든 생명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산다는 세계관, 남을 이익되게 하는 것이 곧 나를 이익되게 한다는 인생관, 많은 사람이 있고 행복을 위해서 산다는 인생관을 가질 때 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광대무변한 세계의 변화무쌍함 속에서 어떻게 우리가 완전할 수 있겠습니까. 완전하다는 오만은 버려야 합니다. 시시때때로 문제가 발생하지만, 그때마다 다시 초심을 일으키고 부처님 말씀을 회복해서 다시 정진하고 또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대정신이 필요합니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또 각자 이 순간 나의 존재 가치를 회복하면서 나아갈 길을 정하는 정신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쉼 없이 공부하고 쉼 없이 수행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야 세상이 보입니다. 

부처님께서 마지막 임종의 순간에 제자들을 모아놓고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세상은 변한다, 쉼 없이 정진하라.” 그러니 쉼 없이 공부하고 쉼 없이 정진해서 시대정신을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 불자들이 가야 할 길을 찾아서 가야 합니다.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이 법문은 7월24일 부산 홍법사에서 봉행된 ‘불기 2566년 우란분절 백중 4재’에서 초청 법사 성관 스님이 설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1645호 / 2022년 8월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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