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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화사 태백선원 해제 땐 재가자 수행도량으로

  • 수행
  • 입력 2022.08.22 16:45
  • 수정 2022.08.23 10:16
  • 호수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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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0~26일 1차 시민선원 개원…불자 9명 등 11명 입방
50분 정진 10분 행선으로 8시간 정진…오후불식·묵언도

사찰을 신기해하는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도량 곳곳을 휘젓고 다녔다. 당황스러워하는 엄마 아빠가 나무라고 말려보지만 정작 입방을 앞둔 할머니는 빙긋이 웃었다. “공부 열심히 하고 나올게.” 배웅하는 가족들은 할머니가 그저 몸 건강히 나오길 바랐다. 이윽고 선원의 문이 닫히자 고요해진 도량에는 다시 계곡물소리가 울려 퍼졌다.

태백산맥에서 뻗어나온 각화산자락의 천년수행도량 각화사(주지 환풍 스님)가 8월20일 시민들에게 산철 선원을 개방했다. 안거를 마친 스님들이 만행을 떠난 빈 선방을 대중에게 내어준 것이다. 각지에서 모인 9명의 불자와 2명의 인도 출신 스님은 이날부터 26일까지 7일간 경내 태백선원에서 가행정진을 이어간다.

대웅전 뒤에서 바라본 각화사 전경.
대웅전 뒤에서 바라본 각화사 전경.

조계종 제16교구 고운사의 말사인 각화사는 지난해 9월 입적한 조계종 명예원로 은암당 고우 스님(1937~2021)을 비롯해 전 조계종정 진제 스님과 축서사 조실 무여 스님 등 여러 선지식들이 수행처로 삼은 곳이다. 지금도 각화사는 전국 수좌들에게 가행정진도량으로 유명하다. 신라 문무왕 6년(686) 원효대사가 창건, 고려 예종 때 무애계응 스님이 중건했으며 조선 정조 1년(1777) 태백산사고를 지어 왕조실록을 수장했다. 당시 800여명의 스님들이 정진한 대표적인 수행도량으로 전해지나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으로 사고 등 상당수 전각이 소실, 오랜 복원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각화사 주지 환풍 스님.
각화사 주지 환풍 스님.
수행 지도를 맡은 지덕 스님.
수행 지도를 맡은 지덕 스님.

시민선원 개원식은 환풍 스님의 인사말, 7일 정진·입방 안내 등으로 이뤄졌다. 지난 2019년 ‘한국불교중흥’을 발원한 아홉 스님이 ‘상월결사’를 집행할 당시 외호대중으로 함께 정진했던 주지 환풍 스님은 “이번 개원을 기점으로 각화사를 상월결사 정신을 계승하는 청정수행도량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스님은 “2019년 혹한과 배고픔을 견디며 목숨 건 정진을 했던 아홉 스님들의 상월결사 정신을 계승해 일반대중들과 함께 정진할 것을 발원해왔다”며 “계속해서 시민선방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럿이 수행하면 혼자 수행할 때보다 수월히 정진할 수 있지만 일상에서 수행환경을 조성하긴 어렵다”며 “스님들의 수행 공간을 산철 시민들에게 개방해 수행에 도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각화사를 모든 사부대중이 찾는 청정수행도량으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도 덧붙였다.

각화사 태백선원.

수행 지도를 맡은 지덕 스님은 강원과 화엄학림에서 교학을 공부했다. 이후 무문관에서의 3년과 제방 선원에서 오랫동안 정진한 중진수행자이다. 스님은 먼저 대중들에게 각화사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각화사(覺華寺)의 ‘각’은 깨달음, ‘화’는 찬란하게 빛난다는 의미이며 태백(太白)의 ‘태’는 불교의 ‘마하’와 같은 크고 위대함, ‘백’은 해 일(日)에서 변화된 한자로 커다란 빛이다. 태백 각화사는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대적광전과 같이 위대한 깨달음이 찬란하게 비추는 곳이라는 것이다. 지덕 스님은 “선 수행이 우울증에도 도움 되느냐”는 참가자의 질문에 “선은 바로 지혜를 말한다. 선정은 집중력이고, 집중은 번뇌가 사라짐을 의미한다. 우울증은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고 어딘가에 빠져있다는 것이므로 선 수행은 우울증 해소에 능히 도움이 된다”고 즉답했다.

시민선원은 50분 정진에 10분 행선을 기본으로 진행된다. 몸을 가볍게 하고 집중력을 높여 정진에 도움이 되도록 오후에는 음식을 일체 먹지 않는다. 말을 해서도 안된다. 수행은 새벽·오전·오후·저녁 4번에 걸쳐 이뤄진다. 매일 오전 3시에 일어나 예불과 함께 입선하며 오전 5시에 방선한다. 아침공양 후 오전 8시에 다시 입선해 오전 11시에 방선하고 사시예불을 올린다. 공양 후에도 가행정진이 이어진다. 오후 2시에 입선하며 오후 4시 방선한 뒤 각각 맡은 곳을 청소한다. 오후 7시 저녁예불과 함께 입선, 오후 9시 방선하며 취침에 들어간다. 수행에 방해가 되는 휴대폰과 음식물은 반입이 불가하다.

각화사는 9월17일부터 9월23일까지 2차 산철 시민선원을 운영할 예정이다. 환풍 스님은 "좋은 수행공간에서 좋은 도반과 함께 정진해 원하는 바 이뤄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054)672-6120

수행 지도를 받는 불자들.
수행 지도를 받는 불자들.
천년수행도량 태백산 각화사.
천년수행도량 태백산 각화사.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646호 / 2022년 8월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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