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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을 신이라 믿는 이들에게 

  • 출판
  • 입력 2022.09.05 14:34
  • 호수 1647
  • 댓글 0

불교도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마성 스님 지음 / 민족사
400쪽 / 1만9000원

거짓된 신의 권위·굴레서 벗어나
진리 통한 해탈의 길 제시한 붓다
세월 흐름 속 ‘새로운 신’으로 둔갑
초기경전 속 부처님 음성 되살려

붓다는 과연 전지자(全知者)일까? 많은 불교도들이 붓다를 일체지자(一切智者) 혹은 전지자로 이해한다. 일체지자 혹은 전지자란 ‘모든 것을 다 아는 자(The Omniscient One)’란 뜻이다. 만일 붓다를 전지자로 이해하게 되면 전지전능한 신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붓다는 스스로를 전지자로 말한 적이 없다. 붓다는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진리의 길을 발견하여 그 길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붓다는 오로지 괴로움과 괴로움의 소멸을 가르칠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다수 불자들에게, 특히 한국의 불교도들에게 붓다는 전지전능한 신을 능가한다. 인간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모두 들어주고 해결해 주는 그런 존재로 생각된다. 붓다는 중생들에게 거짓된 신의 권위와 굴레에서 벗어나, 진리를 통한 해탈로 가는 길을 누누이 이야기했지만, 오늘날 붓다마저도 다시 새로운 신으로 둔갑시켜 붓다의 가르침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책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오랜 세월의 티끌이 쌓이고 쌓여, 모든 것을 감추고 숨겨버리는 모래먼지처럼 붓다의 가르침이 가물거리는 현실에서 어떤 것이 진짜 붓다의 가르침이고, 참된 불교도의 길이 무엇인지 일러주고 있다. 그래서 ‘불교도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책 제목은 붓다 가르침의 근본을 돌아보게 하는 상당히 원론적이면서도 도발적인 질문이다.

저자 마성 스님은 스리랑카팔라불교대학 불교사회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철학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동방문화대학원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동국대 불교문화대학원 겸임교수와 팔리문헌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스님의 남다른 배움의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각 주제의 질문에 대한 답들은 초기경전에 나타난 붓다의 가르침들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렇다고 내용이 지나치게 교학적이거나 현학적이지는 않다. 책에 수록된 70편은 모두 칼럼 형식으로 그 중 62편은 2019년 5월15일부터 2년6개월에 걸쳐 ‘법보신문’에 ‘마성 스님의 법담법화’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것들이다. 따라서 지나치게 교리적이거나 혹은 난해한 논문일지 모른다는 우려는 기우다. 붓다 교설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과 대중적인 글쓰기가 함께 어우러져 누구나 쉽게 읽고, 넉넉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이다. 

책은 제 1장 위대한 스승, 붓다의 참모습. 제 2장 붓다의 가르침, 담마의 특성. 제 3장 불교도들을 위한 붓다의 가르침. 제 4장 사회를 위한 붓다의 가르침. 제 5장 불교 수행에 관한 가르침. 제 6장 승려를 위한 붓다의 가르침. 제 7장 평범한 일상에 대한 가르침 등 교리와 수행, 출가자와 재가불자의 삶, 그리고 불교도의 사회참여까지 두루 다루고 있다. 

붓다는 자신의 신격화를 끊임없이 경계했다. 전지자(신)라 말하는 이는 붓다를 헐뜯는 자라고 말했다. 가난 또한 찬양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난이야 말로 이 세상의 가장 큰 괴로움이며 가난이 범죄와 타락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붓다는 미래가 아닌 지금 여기에서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는 것이 불교의 궁극적 목적임을 밝혔다. 현세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내세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 또한 가르침과 거리가 멀다.

이렇게 붓다의 가르침은 오늘날 너무나 잘못 이해되고 있는 것들이 많다. 책은 이런 잘못된 생각과 관념들을 초기경전에 나타난 붓다의 가르침을 통해 바로 세우고 있다. 특히 붓다의 음성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감각적인 글쓰기는 이해를 돕는 것은 물론 감동의 울림을 증폭시키는 일등공신이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647호 / 2022년 9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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