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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편찬위 간 『불교성전』

기자명 윤창화
  • 불서
  • 입력 2004.03.22 13:00
  • 댓글 0

한 권으로 읽는 성전 시대 열어

1970년대 초반들어‘간단한 성전’ 수요 늘어

조계종 나서 편찬위 구성 1600년 불교역사에 한 획


불교에는 많은 경전이 있다. 소위 팔만대장경(고려대장경)이라고 일컫는 경전전집(全集) 속에는 약 1496종의 경전(논서 포함)이 수록되어 있으며, 기타 『속장경』 등에 수록된 중국 각 종파의 저술과 주석서, 그리고 선어록까지 합하면 실로 엄청난 양에 속한다.

초심자는 물론이지만 일평생 스님이나 불교학자로 살아가겠다고 투신한 사람들도 수많은 경전의 바다에서 헤맨다. 도대체 불교엔 왜 이렇게 경전이 많은 것인지, 그리고 각 경전의 특성과 가르침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점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불교경전은 부처님께서 생존시에 친히 설하신 『우다나』, 『숫타니파타』, 『법구경』 등 초기 아함계통의 경전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역사적 사상적으로 발전하면서 각파의 시대적 필요성에 의하여 ‘불설(佛說)’이라는 권위 하에 창작된 것이다. 물론 이것은 부처님 가르침을 근간으로 하여 각 불교학파(초기, 부파, 대승불교, 선불교)의 사상을 뒷받침하는 경전으로 만들어졌지만, 장구한 역사 속에서 사상적 절충과 변천 교류, 통합에 의하여 그 많은 경전과 학설은 모두가 다 ‘부처님께서 친히 설하신 말씀(佛說)’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따라서 때론 비슷한 경전들이, 때론 사상적으로 상반되는 경전들(대승경전이 소승경전을 공격하듯이)이 최고를 주장하면서 속속 출현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점은 사실 우리로 하여금 매우 어리둥절하게 한다. 주석서, 해설서는 다양할 수 있지만 원전은 아무리 많아도 40-50권 정도라야 하는데 우리 불교는 부처님께서 설하신 원전만 해도 수천 종에 수만 권이 되니 그것을 다 읽는다는 것도 불가능할뿐더러 (전문학자가 아니고서는) 특징이나 차이점을 구별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일반 불자들은 도저히 어떤 경전을 읽어야 좋을지 가늠할 수가 없다.

1970년대 초 불교계는 이러한 점에 공감하면서 “이제 우리 불자들도 한 권으로 읽을 수 있는 성전(聖典)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조계종은 오랜 논의 끝에 교계의 훌륭한 스님들과 각계 각층의 불교학자들을 중심으로 ‘불교성전편찬위원회’를 구성하여 만 2년 만에 간행한 책이 『불교성전』이다.

이 책은 한국불교역사 1600여 년 만에 갖게 되는 최초의 『불교성전』인 동시에 대중불자들을 교화해야 한다는 시대적 필요성에 의하여 만들어진 ‘생활불교성전’이다. 한국 특유의 통불교적인 입장에서 대소승경전과 율장, 그리고 선종의 조사어록 등에서 핵심적인 문구를 뽑았다. 1편에서는 『아함경』 등 여러 경전 속에서 부처님의 생애에 관한 문구를, 2편은 초기경전인 『법구경』, 『숫타니파타』 등에서 교훈적인 문구를, 3편은 『유마경』, 『금강경』, 『법화경』, 『화엄경』 등 대승경전 속에서 핵심적인 문구를 뽑았다. 4편에서는 계율관계 경전에서 신앙생활의 규범에 대한 것을, 그리고 5편에서는 한국불교가 전통적으로 선불교라는 점을 고려하여 달마, 육조혜능, 보조국사, 나옹스님 등 선사들의 중요 말씀을 수록하였다.

이 책은 사실 1963년 대한불교청년회에서 만든 『우리말 팔만대장경』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에서 시대적 인식 하에 오랫만에 합심하여 만든 최초의 『불교성전』이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 책도 불교계를 대표하는 ‘성전’이라는 이미지에서 점점 퇴색하여 지금은 그 위치를 잃은 지 벌써 오래되었다. 1972년 11월 30일 간, 46판, 700쪽, 양장, 대한불교조계종 교화사업후원회.


윤창화/민족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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