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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됐던 성보 불화 2점 제자리로…불교계에 직접 돌려준 첫 사례

  • 성보
  • 입력 2022.09.06 18:13
  • 수정 2022.09.09 19:17
  • 호수 1648
  • 댓글 0

9월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서 환수 고불식
‘독성도’‘신중도’ 각 35년·22년만에 각 사찰로

도난당한 불화 ‘독성도’와 ‘신중도’가 제자리를 찾았다. 이번 환지본처는 여러 이유로 봉안처에 머물지 못하는 성보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조계종과 문화재청이 긴밀히 협력해 불필요한 소송 없이 도난 성보문화재를 회수, 처음으로 불교계에 직접 전달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조계종(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9월6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서 ‘도난 성보 환수 고불식’을 봉행했다. 고불식을 통해 원소장처 반환을 알린 성보는 용연사 ‘독성도’와 천은사 ‘신중도 총 2점이며, 불교중앙박물관에 임시로 보관돼 원소장처로 이운하기에 앞서 부처님 전에 고하기 위해 마련됐다.

고불식은 총무원장 원행 스님의 헌향과 포교원장 범해 스님의 헌다로 의식이 시작됐다. 이어 문화부장 성공 스님의 경과 보고에 이어 총무원장 원행 스님 인사말과 문화재청장의 축사 순으로 진행됐다.

고불식에서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명절을 앞두고 사부대중 모두가 함께 환지본처한 불교문화유산을 마주하게 되니 감개무량하다. 이는 종단과 문화재청이 도난 불교문화유산을 환수하기 위해 상호 협력해 이뤄낸 소중한 결실”이라며 “한국 불교는 유구한 역사와 호흡하며 시대마다 그 가치와 진정성을 고스란히 담으며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꽃피워왔다. 격동의 역사 속에 시련과 수난을 겪으며 성보들이 도난됐고 훼손됐다. 그럼에도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돌아온 성보는 역사와 문화유산으로서 가치를 되찾고 더불어 예경의 대상으로 본연의 가치를 회복하면서 후대 국가적 자긍심이 되어 세계의 문화대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몸담고 있었을 당시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모시고 고불식을 했던 기억이 난다. 임기 시작 3개월 정도 되는데 청장이 되자마자 이렇게 중요한 성보 환수 고불식을 하게 돼 더욱 뜻깊다”며 “성보는 본래의 자리에 있을 때가 가장 소중하고 가치있는 법이다. 이번은 문화재청이 조계종에 성보를 바로 반환, 그리고 종파를 초월한 첫 사례다. 이는 기증문화 확산의 자양분이 될 것이며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불교 문화재 환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성보 환수에 큰 기여한 세운 기증자 대원, 자원 스님, 김미경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문화재청 사범단속팀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이번 성보 환수는 기존 환부절차와 다르게 진행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대부분의 도난문화재 회수는 검찰 측에서 형사사건, 공소시효가 지난 건에 한해서 민사사건으로 분류, 조사 및 재판을 거쳐 환부돼왔다. 특히 2014년 조계종과 문화재청, 경찰청은 업무협약을 맺고 정보 공유 및 공조수사를 하며 은닉된 불교문화재 환수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도난된 성보를 되찾기 위한 상호 긴밀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던 지난해 8월, 타인으로부터 기증받아 불화를 소유하고 있던 태고종 부산 백운사와 거제 대원사는 해당 불화를 시·도지정문화재로 신청했다. 성보 조사를 위해 현장에 나간 김미경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이 지정 조사하는 과정 중 도난 문화재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 위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 “불화를 살펴보는데 ‘어디서 많이 봤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중도의 경우 봉안처와 연대가 훼손되어 있었는데 감정을 하고 돌아와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공시되어있는 도난 문화재와 불교문화재도난백서를 확인해보니 도난성보였다”고 설명했다.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김미경 문화재 감정위원과 최응천 문화재청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김미경 문화재 감정위원과 최응천 문화재청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김 위원은 이를 곧바로 문화재정 안전기준과 사범단속팀에 제보했고,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 문화재청 사범단속팀은 소장자를 설득, 분쟁의 소지 없이 소장자가 원래 봉안처인 사찰로 기증할 수 있도록 조력하고 있는데 이번 불화 환수건이 이에 해당한다. 사범단속팀은 도난 자료 등을 면밀하게 분석해 2021년 9월에 도난 문화재임을 확인한 뒤 해당 사찰에 방문했고, 법적 절차에 따라 대전지방검찰청에 사건을 접수, 검사의 지휘를 받아 봉안처를 대표하는 조계종 총무원에 가환부하게 됐다.

검찰 조사 당시 도난 성보를 소장하고 있던 부산 백운사와 거제 대원사 주지스님들은 “신앙의 대상인 탱화가 지금이라도 환지본처되는 것이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며 환수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오랜 시간 제자리를 찾지 못했던 독성도와 신중도는 원소장처인 용연사와 천은사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소장자가 기증 의사를 밝힘에 따라 별도의 소송 없이 조계종으로 반환된 사례로, 이는 도난 문화재가 원래 자리로 환원될 수 있는 자발적 기증 문화 확산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조계종 문화부에 따르면 1871년 조성된 불화 독성도(獨聖圖)는 99.8cm*73.7cm 크기로 비단 바탕에 채색된 작품으로, 경북 청도 적천사 백련암에 봉안된 후 조선 말 암자가 폐사되면서 인근 용연사로 옮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화면 부분만 잘라 액자 형태로 표구돼 보존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수 당시 태고종 사찰인 부산 백운사 내 삼성각에 보관돼 있었으며 2019년 11월 명인박물관으로부터 기증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중도(神衆圖)는 1897년에 조성된 불화로 크기 192.3cm*126cm 면바탕에 제작돼 고려 말 창건돼 현존하는 천은사 도계암에 봉안되었다. 출처가 기록된 부분만 의도적으로 훼손한 흔적이 확인됐으나 보존 상태는 하다. 이를 보관하고 있던 거제 대원사 측은 “평소 교류가 있던 진기 스님으로부터 2018년 입적하기 전 기증받아 소장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부장 성공 스님은 “문화재청이 도난 성보를 불교계에 직접 반환해 의미가 크다. 앞으로도 문화재청과 협력해 제자리를 떠난 성보들이 환지본처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648호 / 2022년 9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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