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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포교마저 자리를 잃었다

기자명 안직수

드디어 법회가 재개됐다는 말을 듣고 집 인근 군법당에 처음 가던 날, 위병소에서 법당 위치를 물으니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위병소를 지나 몇 번을 물은 끝에 “저쪽 끝으로 가면 큰 종이 하나 있는데 거기가 법당인 것 같다”는 한 병사의 답이 돌아왔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병사들이 종교행사를 간 적이 없다보니 위치를 모를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려를 저버리지 않고, 법회에는 3명의 간부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병은 군종병 3명이 전부였다. 법회 시간이 되자 앳된 모습의 법사가 자리에 올라 삼배를 올리고 목탁을 잡았다. 사실 마음 한편으로 ‘법사가 제대로 절 생활을 하기는 했을까’ 생각도 들었다.

잔잔하게 법당을 울리는 목탁소리, 예불소리, 그리고 빈자리가 송송한 것을 개의치 않고 아버지 나이뻘 되는 간부들을 대상으로 법문을 하는 모습은 감동이었다. 15분 법문을 위해 일주일간 얼마나 공부하고 고심했을까 하는 모습이 그대로 묻어났다.

그 다음주 법회를 기대했지만, 코로나 감염자가 확산되면서 법회는 취소됐다. 한 주일을 건너 다시 열린 법회에서 법당이 가득 차기를 기대한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사찰을 접한 경험이 거의 없는 사병들이 편한 내무반을 두고 부처님을 뵙고 싶다는 마음으로 뙤약볕 아래를 걸어 법당에 온다는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겠는가.

‘황금어장’이라고 해도 밑밥을 줘야 고기떼가 몰려들고, 떡밥을 줘야 낚시꾼의 품에 고기가 안길 것인데, 불법을 접한 경험도 없는 사병들이 법회에 나올리는 만무했다. PX에 온갖 주전부리가 가득하다. 이제는 피자나 좋은 먹거리를 내걸고 법회 참석을 유도하던 시기도 지났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 들른 법회에 참석한 사병의 숫자는 ‘0’이었다. 법회는 취소됐다. 참배라도 하려고 드를 법당에 좌복이 깔려 있었다. 법문을 준비하고, 20여 개 좌복을 깔면서 사병들을 기다렸던 법사 스님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해본다.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면서 다시금 서원을 세웠다. 법회 참석 사병들의 먹거리 살 돈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법회를 활성화하는데 일조해야겠다고 발심을 한다.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내가 현재 하고 있는 ‘드론 교육’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요즘 젊은이들의 관심이 높은 드론 조종자 국가자격증을 취득하려면 비행경력이 일정 정도 필요한데, 법회에 두 달 정도 참석할 경우 그 경력을 채워줄 수 있다. 즉 군생활을 하면서 법회 이전에 법당에 와 드론도 조종하고, 법회도 참석해 마음의 위안도 얻으면서 자격증을 취득할 기회를 준다면 사병들이 법당에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지금은 좋은 먹거리는 당연하고, 그 위에 플러스가 있어야 한다. 무산된 법회 대신 법사스님과 차를 나누면서 한참동안 그 구상을 서로 나눴다.

‘수처작주 입처개진’,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이 곧 진리의 자리가 아니겠는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길이 바로 수백 가지 방법 가운데 포교의 한 길이 아니겠는가. 아직 사병들의 관심과 거리가 있는 법회 대신 드론을 통해 연말까지 법회 참석 인원을 50명까지 모아보자는 서원을 세워본다.

빈 법당을 거니는데, 수년 전 찾은 인도 녹야원이 떠오른다. 5비구를 모아 법을 전하고 전도에 나서라고 하시던 모습이 담긴 성상이 있었다. 여기가 승단이 조직되면서 불법승 삼보가 이뤄진 곳이구나 하는 감동에 한참동안 그 성상을 바라봤다.

지금 우리 불자들은 부처님께서 5비구에게 일주일간 하셨던 법문보다 더 많은 내용을 알고 있다. 초기 법문을 2000년 이상 다듬고 해석한 선지식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우리는 전도의 길을 걷고 있는가?

청년포교를 발심하고 군법사를 자청해 수행과 포교를 하는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더불어 5개월 후 수원에 위치한 공군 10전투 비행단 호국 화성사의 법회 모습을 이 지면을 통해 다시 소개하고자 한다.

안직수 복지법인 i길벗 상임이사 jsahn21@hanmail.net

[1648호 / 2022년 9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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