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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신화와 불교 인드라망 (끝)

기자명 고용석
  • 기고
  • 입력 2022.09.08 16:43
  • 호수 1648
  • 댓글 0

인드라망과 발우공양

생태·영성 연결하는 핵심적 연결고리

황금률 실천은 무생물까지 확대
생태·영성 연결하는 핵심 고리
인류가 배워야 할 대안 발우공양
모든 생명체 하나임을 자각해야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을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오늘날 환경운동과 현대과학, 채식과 비거니즘은 화엄불교의 인드라망과 맞닿아있다. 인드라망은 우주만물의 상호연결성을 나타내는 이미지다. 우주는 다면체의 빛나는 보석들이 이루는 거대한 그물망이며 보석 하나하나는 다각의 거울 역할을 한다. 어떤 의미에서 각각의 보석은 독립된 실재다. 그러나 보석 하나하나를 바라볼 때 우리는 다른 보석들의 반사만을 보게 되고 다른 보석들도 또 다른 보석들의 반사이다. 그렇게 반사체계가 끝없이 이어진다. 이렇듯 하나하나의 보석은 그물 전체의 상인 것이다.

화엄불교의 인드라망에 담긴 홀로그램적 상호연결이야말로 우주적 보편윤리라 할 수 있는 황금률이다. 다른 종교와 모든 영적 전통의 핵심에도 ‘대접받고 싶은 대로 먼저 베풀라’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말라’의 황금률이 자리한다. 상호연결과 연민의 원리를 품고 있으면 상대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애쓰게 되고 세상의 중심에 자신을 끌어내리고 상대를 세우게 된다. 모든 상대의 신성을 존중하게 되고 예외 없이 상대를 절대적 정의로움과 공정함과 존중감을 갖고 대하게 된다.

그리고 이 황금률의 실천은 비단 사람이나 미래세대뿐 아니라 동식물 무생물까지 확대될 수 있다. 예컨대 이미 우리의 전통 속에서도 콩을 심을 때 하늘의 새와 땅의 벌레가 각각 한 알, 사람이 한 알을 먹도록 배려하거나 알에서 벌레들이 나오는 시기나 혹은 개미와 지렁이 등 미미한 벌레들이 짚신에 밟혀 죽지 않을까 해서 엉성하게 만든 오합혜, 늦가을 감 수확 시 다 따지 않고 까치와 새들이 먹을 수 있도록 남겨 두는 까치밥 등이 그 예다.

특히 모든 존재를 배려하는 자비심을 담고 있는 불교의 발우공양은 일상 속에서 우주적 보편윤리를 상기하는 영적 의례이자 생태와 영성을 연결하는 핵심적 연결고리일 뿐 아니라 인류가 배워야 할 음식문화의 대안이다. 맑은 음식과 그 음식 속에 담긴 수많은 인연에 감사하는 기도, 물 한 방울까지 비우는 낭비 없는 식사 그리고 모든 존재를 향한 연민까지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모든 가치가 여기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생태계 보호, 생명 존중, 깨어있는 소비의 채식과 비거니즘은 발우공양을 비롯해 모든 영적 전통과 종교에서 여전히 남아있는 식사 의례의 경건함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 귓가에는 올바른 방향으로 진화하라는 외침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다. 이 외침은 우주적 본질을 이야기하는 커다란 노래의 일부이다, 전체 세포의 하나하나를 일깨우고 온전한 나로 존재하도록 만드는 대지를 향한 노래는 인간뿐만 아니라 뭇 생명체가 저마다 아름답고 자애로운 우주의 현현임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가 행하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이라는 말이 있다. 당신의 식사가 필요 없이 무력한 동물들을 해치지 않도록, 우리의 귀중한 자원을 낭비하지 않도록, 그 어딘가 아이의 건강한 삶을 빼앗지 않도록 늘 깨어있으라. 그러는 동안 당신은 점차로 모든 생명체가 하나임을 더욱 자각하게 될 것이다. ‘깨어있음’이야말로 우리 자신임을 알게 될 것이다.

고용석 한국 채식문화원 공동대표

[1648호 / 2022년 9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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