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니어 인재, 적극 활용해야

부산에서 도심포교당을 운영하는 한 스님은 최근 시내에서 갑작스러운 상담 의뢰를 받았다. 주차장에서 주차요금을 계산하던 60대 후반의 중년으로부터 고민을 듣게 된 것이다.

남성은 자신이 은퇴 후 절에서 소일하며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 싶은데 그럴만한 곳을 추천해 달라는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이었지만 스님에게 이런 경험은 처음이 아니었다. 의외로 이 같은 고민을 지닌 시니어 세대가 주변에 상당히 많다는 것이 스님의 설명이다. 고령화로 사회 전반에서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어떻게 회향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는 낯선 주제가 아니다. 사회 많은 기관과 대중매체에서도 이를 주제로 다루며 사회 공동의 과제로 자리한 지 오래다. 특히 불자들의 고령화는 종교인구 감소와 맞물려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 불교계의 공통 고민이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불교계의 준비나 교육시스템은 미미한 수준이다.

얼마 전 부산 대광명사 주지 목종 스님은 은퇴자들의 모임 ‘로터스포럼’을 창립했다. 스님은 “젊은 시절 각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했던 불자들이 자신이 가진 재능과 경험을 사찰에서 회향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회원들을 모집했는데 예상외로 큰 관심과 호응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고도 이 단체가 이렇다 할 활동을 보여준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어떻게 활용될 것인가와 이들이 일할 사찰들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인데 쉽지 않은 현실이다. 불교계의 행정적 지원이 활발하게 이어지지 못한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시니어 불자들의 재능을 활용하는 것은 종단 차원이나 그 정도 규모의 조직력을 갖춘 집단의 역할이 필요한 문제이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갈수록 줄어드는 스님의 수를 걱정한다. 조계종은 한해 50명 안팎에 불과한 출가자 수를 대체할 자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3000여개 사찰 가운데 절을 지킬 스님을 구하지 못하는 도량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걱정은 엄살이 아니다. 인구 고령화와 불자 감소는 이제 우리가 당장 맞닥뜨려야 할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무엇보다 불교계의 소중한 인적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시니어 불자들을 위해 종단과 개별사찰들은 대응 방안을 빨리 고민하고 마련해야 한다. 사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조직을 만들고 이들이 실제 사찰에 적응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발현할 수 있는 교육 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아울러 모범적인 활용사례를 발굴하고 일선 사찰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시행과정에서 부작용과 문제점이 발생하겠지만 그것을 이유로 한발 물러서는 것은 곤란하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집안을 본보기로 삼을 수 없다. 망설임 때문에 시니어 인재를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불교계가 당면한 현실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650호 / 2022년 9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