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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행 스님이 남긴 ‘초심’ 전법 확대 원동력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2.10.04 11:23
  • 호수 1651
  • 댓글 1

취임 때 ‘승가‧불자답게’ 강조 
솔선수범하며 종단기틀 다잡아
대중 신뢰 쌓으며 ‘백만원력 결집’
“화합‧혁신 고삐 오늘도 당겨야!”

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9월28일 퇴임식을 끝으로 공식임기를 마무리했다. 퇴임식에 동참한 대중들은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건강하십시오!”를 외치며 아쉬움을 달랬다고 한다. 전국의 교구본사 주지를 비롯한 사부대중의 마음도 이와 같을 것이다. 

‘1994 종단개혁’ 이후 평화로운 종권 이양과 공식 퇴임식이 거행된 건 2009년 지관 스님과 2017년 자승 스님에 이어 세 번째다. 1994년 이후 여덟 명의 총무원장이 취임했음에도 공식 퇴임식이 세 번이었다는 건 그만큼 조계종 내의 혼란이 자주 발생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돌이켜보면 단독 후보로 당선된 원행 스님이었지만 종무행정 수반의 어깨를 짓눌렀던 무게는 태산보다 무거웠을 것이다. ‘전임 총무원장 불신임’으로 비롯된 불교 내 갈등과 분란, 비판과 비난 등으로 점철된 혼란의 시기에 종단화합과 불교발전이라는 두 사명을 짊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원행 스님은 ‘총무원장 취임사(2018)’를 통해 종단 미래를 차분하게 설계해 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특히 종단 혼란과 관련해 “저 또한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종단의 기틀을 다잡겠다는 메시지는 강렬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승가는 승가답게, 불자는 불자답게, 사부대중 모두가 주어진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함께 수시로 탁마함으로써 한국불교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총무원장이 되겠습니다.” 

원행 스님의 이러한 다짐은 사부대중으로부터 깊은 신뢰를 얻었으며 나아가 큰 호응을 이끌었다. 신뢰와 호응은 원력으로 응축되고, 그 원력은 결국 성취됐다. ‘백만원력 결집불사’가 대표적이다.

“한 방울의 물이 모여 강을 이루고 큰 바다가 되듯, 불자 한 명 한 명의 원력이 백만이 되면 모든 어려움을 능히 극복할 수 있다”며 백만원력 결집을 제안했는데 3년여간 120억여원을 모연했다. 이 기금으로 인도 부다가야에 한국사찰 분황사와 세종 광제사 및 전통문화체험관, 계룡대 호국홍제사를 건립했다. 10·27법난 기념관 건립과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 모시기 불사 등도 진행되고 있다. 경제침체에 ‘코로나19’까지 덮쳤던 사회 제반 상황을 고려하면 엄청난 결과였다.

2020년 ‘코로나19’가 엄습하며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조계종은 법회‧모임 자제 등 선제적으로 대응했고 일부 사찰은 자체적으로 산문을 폐쇄했다. 아울러 한국불교종단협의회와 협의를 통해 매년 열리던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연기하고,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연등회마저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취소했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은 행복해야 한다’는 부처님 가르침을 지구적 위기에 직면했을 때 실천한 것이다. 이로 인해 사찰에서 ‘코로나19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도자의 용단이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원행 스님도 끝내 성사시키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는 불사 하나를 꼽을 수 있겠다. ‘금강산 신계사 템플스테이’다. 남북불교 교류의 물꼬를 트는 것을 넘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책의 상징으로 남았을 불사이기에 더더욱 아쉽다. 조계종의 원력으로 계속 추진되어 언젠가 성사되기를 바란다.

원행 스님은 ‘2019 신년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렇게 다짐한 바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미래불교의 새로운 희망을 위해 오늘을 소중히 여기며 화합과 혁신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습니다.” 36대 집행부뿐만 아니라 그 어떤 집행부도 새겨들어야 한다. ‘화합‧혁신’의 고삐를 늦추는 순간 ‘대 혼란’은 또다시 발생할 것이다. 

원행 스님은 퇴임식에서 “모든 것이 여러분의 채찍과 협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저는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산으로 돌아가 초심을 갖고 수행 정진하겠다”고 했다. 취임과 퇴임을 관통한 키워드는 ‘초심’이다. 자신은 물론 사부대중 모두 “승가답게, 불자답게 살자”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전법의 지평을 확대하는 ‘원동력’이기에 울림이 크다. 우리가 귀담아들어야 할 ‘총무원장 원행 스님’의 당부이자 일갈이다.

[1651호 / 2022년 10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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