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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제부터 텀블러 사용합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조점향(일법수, 64) 불자는 매달 한 번씩 해오던 새치염색을 멈췄다. 늘어가는 흰머리에 주변에선 “염색 좀 하라”고 아우성이지만 “새치도 있는 그대로의 멋”이라고 애써 둘러댄다. 그럼에도 그가 염색을 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다. 화학재료가 들어간 염색약으로 건강에 좋지 않을 뿐더러 물도 지나치게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조 불자는 일상생활에서 에너지 소비 줄이기 운동을 해오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재난 소식에 더 이상 기후위기를 외면 할 수만은 없었다. 최소한의 물만 사용해 씻고, 적당 양만 먹어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는 필수품이 됐고, 시장이나 마트에 갈 땐 장바구니를 꼭 챙긴다. 

비가 오늘 날엔 몇 번째 재사용 중인지 모를 우산비닐을, 어쩌다 가족들과 외식이라도 있을 땐 남은 음식을 싸올 수 있는 반찬통부터 찾는다. 처음엔 다들 “이렇게까지 하냐”고 놀랬지만 익숙해지다 보니 “이렇게까지 해줘서 고맙다”는 반응이다. 

조 불자는 “익숙하지 않아서 일뿐 막상 해보면 불편함은 크지 않다”며 “한 사람이라도 실천하다보면 나비효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것이다. 나부터 실천하자”고 말했다.

협동조합숲과함께에서 숲해설가로 활동하는 손민영(경기도 군포, 29) 불자도 몇 년 전 가족들과 오른 남산에서 짙은 미세먼지를 보고 환경 문제에 경각심을 갖게 됐다. 그 후 ‘소비는 쓰레기를 남긴다’라는 말을 항상 되새기며 불필요한 소비를 절제해왔다. 그렇게 붙은 별명은 ‘착한 궁상’. 새로운 곳을 찾을 때마다 그 동네 가까운 ‘아름다운가게’를 찾아가는 버릇까지 생겼다. 손 불자는 “생산 후 소비되지 못한 좋은 물건들이 많다”며 “아껴 쓰고 다시 쓰는 것도 나름의 즐거움이 있다”고 물건의 재사용을 독려했다.

최근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가 서울 시청역과 숭례문 일대에서 개최한 대규모 기후행동 집회에는 3만5000여명의 시민이 동참해 기후정의 실현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화석연료체제 OUT’ ‘빙하를 지켜야해요’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지금당장 시작해’ 등 각자가 처한 위기와 상황이 담긴 손펫말을 들고 “시민들의 일상이 기후재난에 직면했다”고 역설했다. 

2019년 5000여명이 참여한 기후행동 집회보다 참가자가 7배나 증가한 이번 집회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기후행동으로 기록된다. 이는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과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기후위기,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몇 년 후엔 뼈아픈 후회만 남을지 모른다. 나도 오늘부턴 텀블러와 장바구니 생활화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실천에 동참할 것을  다짐해 본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652호 / 2022년 10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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