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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토해가며 맞다가 정신 잃자 찬물 쏟아부었다”

  • 교계
  • 입력 2022.10.14 18:56
  • 수정 2022.10.16 08:22
  • 호수 1653
  • 댓글 0

조계종·불교10·27법난피해자회 10월14일 학술세미나
의현·명선 스님 생생한 증언…“1차 중심 자료집 필요해”

“10·27법난의 의미와 무게를 집대성하기에는 진상규명에 대한 연구가 미약하다.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제언은 지속적으로 요구됐으나 구체적인 행보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법난의 진실성, 역사성, 사회성, 교훈성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는 역사적 근거(문헌·증언·기록 등)를 바탕으로 진일보한 자료집이 나와야한다.”

김광식 동국대 교수가 10월14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조계종·불교10·27법난피해자회가 주최한 ‘10·27법난 제42주년 추념문화제-10·27법난의 문제, 현실과 대안 학술세미나’ 발제를 맡아 이같이 진단했다. 법난의 가해자로 지목된 당사자와 피해자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객관적인 진실에 의해 근거와 자료를 지속적으로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 △한국현대불교운동사-10·27법난 편(실천불교전국승가회,1999) △10·27법난의 진실(유응오, 2005) △10·27불교 법난(원행 스님, 2015) △10·27 법난 40주년 시집, 군화에 짓밟힌 법당(혜성 스님, 2020) 등 법난 자료집이 일부 발간됐지만 이 자료집들은 법난의 2, 3차 자료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피해자 신고 내용, 다양한 인물에게 청취한 내용 등이 보완된 1차 자료 중심의 자료집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역사와 기억은 정체성을 유지하는 관건이다. 정체성이 부재한 집단은 죽은 존재다. 10·27법안의 역사성, 교훈성을 강조하고자 할 경우 자료, 역사는 생명과 같은 대상이다”라며 “이런 연관성 즉 자료, 진실, 역사, 기억이라는 연계 하에서 법난의 가치, 역사적 의의는 살아날 것”이라고 밝혔다.

법난 명예회복에 있어 10·27법난 기념관 사업의 현황과 문제점도 지적했다. 조계종의 기념관 건립 사업은 부지 확보 등에 난항을 겪으면서 당초 2022년에서 2027년 완공으로 5년 늦춰졌다. 수년 간 지지부진하던 사업은 서울 봉은사 일원에 기념시설 1동, 동대 일산병원 일원에 치유시설 2동을 건립한다는 계획으로 추진 중에 있다. 김 교수는 “불교계 사부대중들은 (기념관 건립 사업의) 개요, 추진, 성격, 내용 등은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법난 기념관은 법난 사업의 핵심이고, 명예회복의 중심이다. 그렇기에 기념관 사업은 불교계 구성원들의 지혜가 집약돼 공정하고 공개적으로 추진해야한다”고 말했다.

유승무 증앙승가대 교수는 ‘10·27법난 피해자 개인의 명예회복 방안’을 통해 “국가는 과거를 잊기 위해서라도 어설프게 봉합되었거나 철저히 은폐돼온 과거를 백일하에 들춰내야한다”며 “끊임없이 기억하고 재현하는 활동을 통해 후세로 하여금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밝혔다.

총무부장 호산 스님.
총무부장 호산 스님.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덕문 스님.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덕문 스님.

학술세미나에 앞서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총무부장 호산 스님이 대독한 격려사에서 “종단에서는 법난 피해자들을 위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며 “이번 세미나에서도 10·27법난의 진실을 온 세상에 알리는 진실규명과 더불어 올바른 10·27법난이 해원의 초석으로 회향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덕문 스님도 “법난을 당시 직접 겪지는 못했지만 불교 역사의 치욕스러운 일을 잊을 수는 없다”며 “한국 불교의 초석을 다진다는 다짐으로 법난의 명예회복 문제를 잘 해결하는 데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세미나에서는 전 총무원장 의현 스님과 원로의원 명선 스님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당시 법난의 아픔을 되새기고 이를 한국불교 발전으로 계기로 승화시킬 것을 다짐하는 시간도 가졌다.

의현 스님.
의현 스님.

먼저 의현 스님은 “은해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던 어느 날 밤 군인들이 총칼을 들고 법당에 들어와 부처님 좌복과 탱화를 찢고, 스님들을 폭행했다. 이후 보안사 팀장이라는 사람이 얼굴에 시커먼 보자기를 씌워 고문실로 데려가 축구공 차듯 때렸고, 피를 토하며 정신을 잃어가자 보자기를 덮어 찬물을 부었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온 짐승 같았다”며 “그럼에도 특정정권에 아부하는 것은 국민인권과 조국을 위해 몸 바쳤던 호국불교의 길이 아니기에 끝까지 신군부를 지지하라는 그들의 강요를 저항했다”고 회고했다. 의현 스님은 이날 명확한 진실규명과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발원하며 불교10·27법난피해자회에 활동 지원금 500만원을 전달했다.

원로의원 명선 스님.
원로의원 명선 스님.

원로의원 명선 스님도 당시를 회상하며 “수많은 스님들이 고문으로 죽음에 직면해야 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깊이 고민하고 연구하는 것이 한국불교를 발전으로 이끌 수 있다”고 당부했다.

한편 10·27법난은 신군부가 불교계의 지지를 받지 못하자 불교계 정화를 명목으로 교단을 무자비하게 탄압한 인권유린 사건이다. 신군부는 1980년 10월27일 전국 사찰과 암자에 군경을 투입해 법당을 훼손하고 스님 1776명을 강제 연행해 가혹행위와 고문,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653호 / 2022년 10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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