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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 점령한 신기술, 메타버스로 새로운 포교·희망찬 불교 그리다

  • 교계
  • 입력 2022.10.17 16:00
  • 수정 2022.10.17 16:06
  • 호수 1653
  • 댓글 0

'평화랜드' 메타버스 선보이는 양주 육지장사 회주 지원 스님

코로나19가 불러온 삶의 변화 신기술 접목…불교계도 이를 받아들여야 
뉴노멀 시대 이용자 맞춤 포교전략 도입…전시·체험가능·창작자로도 참여
지원 스님 “아름다운 꽃길은 길 내지 아니 해도 절로 길이 나” 포교 환경 강조

‘평화랜드’ 메타버스에서는 대탑 내부를 미리 볼 수 있으며, 전망대에 올라가 주변 경관을 바라볼 수 있다. 사진은 평화대탑 고불식 영상 갈무리.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시간의 바탕 위에 시대 또한 어김없이 변화한다.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우리는 이 변화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불청객이 찾아왔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덮치면서 초유의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 것. 가게는 문을 닫았으며 공연계, 종교활동 또한 중단됐다. 대면에 익숙했던 우리는 갈 길을 잃었다. 그러나 적응의 동물들은 이내 곧 상황을 직시하고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시대를 반영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실제로 마주하지 않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메타버스 등의 새로운 방식을 선보였다.

이는 일반적인 상황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전반적으로 종교인구가 감소하면서 훗날 무종교시대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불교계라고 이를 외면하거나 피할 수 있겠는가? 시대가 변하면서 불자 인구 또한 크게 줄어들고 있어 불교계의 고민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그렇기에 어떤 방식으로 포교 해야하는지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분명 시대의 흐름을 읽고 역동적으로 바뀌는 문명의 변화를 발빠르게 취한다는 일은 분명 힘든 일이다. 그러나 옛 방식을 고집하고, 사람들이 찾아오기만을 바라는 일은 현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 불교와 메타버스
이런 가운데 육지장사 회주 지원 스님(전 포교원장)이 ‘시대 맞춤 포교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메타버스(meta와 universe의 합성어)를 현장에 적용해 눈길을 끈다. 메타버스는 시대의 자화상이라 불릴 정도로 관심사를 담아내고,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이끌고 있다. 이미 정치권이나 기업에서도 메타버스를 적극 도입해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아가 수익을 창출하는 시도도 보이고 있다. 즉 메타버스를 새로운 사업으로 육성해 그 영역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스님은 “메타버스가 적극 활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개념이 정리되지 않았고, 이를 어색해하는 사람도 있다”며 “어린이·청소년 불자 수가 많이 줄어들고 있어 포교를 위해서라도 누군가 언젠간 했었어야 할 일”이라며 가상공간 내에서 직접 체험하고, 전시물을 둘러볼 수 있고, 영상 제작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선보인다.

스님이 공개 준비 중인 메타버스의 이름은 ‘평화랜드’다. 말 그대로 세계 평화를 발원하는 마음을 담아 낸 것으로, 스님의 모든 기획은 ‘지구촌 평화 구현’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포교방식을 도입해 콘텐츠를 채워나가 아이들에게는 교육을, 일반인들에게는 교육과 더불어 불연을 선물해 주고자 했다. 포교원장 재임 시절도 시대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며 모바일 게임과 어플리케이션, ‘반야의 야단법석’ 이모티콘 등을 발표하는 등 미디어 포교에 매진하기도 했다. 또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연령대와 상황에 맞춰 이용했다. 그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이러한 스님의 포교 철학은 뉴노멀 시대인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스님은 더 큰 세계로 시야를 확장했다. “이젠 지정된 공간에서 포교를 할 시대는 지났다”라며 메타버스 활용 포교에 뛰어들었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조차 생소한 시절, 운영 방식을 알아야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특강을 들으면서 7명의 전문가와 함께 작업에 착수했다. 2년 전의 일이었다.
 

평화대탑 설계도. 지하2층 지상9층으로 조성될 대탑 내부는 평화의 메세지로 장엄될 예정이다.
평화대탑 설계도. 지하2층 지상9층으로 조성될 대탑 내부는 평화의 메세지로 장엄될 예정이다.

불사가 진행되고 있는 평화대탑을 메타버스의 무대로 삼았다. 약 30년 전부터 평화를 발원하며 각종 행사를 진행해온 만큼 많은 이들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이만한 장소가 없었다. 실제 진행 중인 대탑 건설은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처럼 30년이 걸릴지, 100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현실감 있는 대탑을 가상공간에 먼저 구현해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스님이 제작한 아바타. 지원 스님은 연령대에 맞춰 이모티콘을 활용하고 있다. 
스님이 제작한 아바타. 지원 스님은 연령대에 맞춰 이모티콘을 활용하고 있다. 

메타버스 활용은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큰 장점을 가진다. ‘평화랜드’는 자신의 방 안에서 평화대탑의 입지 및 전경을 3차원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실물에 가깝게 구현되기 때문에 탑의 구조, 사용된 자재 등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대탑 꼭대기에 올라가 주변의 경관을 구경할 수 있으며 또한 대탑 옆에 있는 양주 육지장사에도 방문해 사찰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모든 것은 현실의 내가 아닌 나를 대변하는 아바타가 움직인다. 스님은 “혹자는 메타버스가 활성화되면 사찰에 발길을 끊어버리지 않을까 우려를 한다”며 “생동감 넘치는 체험은 오히려 사람들이 사찰로 향하게 하고 아바타가 대신했던 행동을 내가 직접 하고, 벽돌 한 장이라도 직접 올리든지 사찰이 사람들로 붐비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웃음지었다.

# 평화대탑
지원 스님은 남북이 함께 통일된 땅에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기원하고 통일을 시작으로 세계 평화가 도래하길 바라는 염원을 모을 수 있는 대탑을 건립하기로 발원했다.

총 면적 730평에 지하2층 지상9층으로 조성될 평화대탑은 고구려의 영탑사 대탑과 백제 미륵사 대탑, 신라의 분황사 대탑·전탑 그리고 고려의 만복사 대탑과 조선 법주사 팔상전의 양식을 하나로 겹쳐 모아 평화·통일을 표현했다.

특히 스님은 탑 내부를 중요시 여겼다. 이 탑이 어떻게 평화를 상징하는지 대중들에게 설명하기 위해서다. 해서 지구상 수많은 생명의 염원을 담고 소중한 평화 의지를 담기 위해 8만4000탑전을 조성하고, 탑의 바닥에 ‘지구상에 전쟁이 종식되는 날’이 담긴 메시지를 타임캡슐에 담아 묻을 예정이다. 또한 각 층마다 세계 지도자들이 보낸 평화염원 메시지를 걸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볼 수 있게 건축할 계획이다.

# 메타버스와 함께하는 공모전
이런 의미를 담은 평화대탑 불사는 제1회 지구평화축제 국제공모전을 개최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스님에 따르면 지구 곳곳에는 첨예한 대립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고, 전쟁으로까지 치닫는 등 피와 상처로 얼룩져가고 있었다. 또한 아이들은 자유를 갈망하며 어긋난 길로 향하고 있었고, 심지어 범죄까지 저지르는 최악의 상황까지 이르렀다. 자연의 고마움을 망각한 채 파괴하며 심각한 기후위기에 직면했고, 참혹한 재난을 우리 스스로가 만들었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공모전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인성관과 평화 정신을 심어주고자 했다.

지원 스님은 “이렇게 온 세상은 마치 인드라망의 거울처럼 서로를 비추며 천지만물과 끊임없이 연결되고 있다. 따라서 4차 혁명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이러한 인과의 이치를 알고 더불어 사는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며 “인성이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은혜와 고마움을 아는 것이고, 착하고 맑은 근본인성을 갖추기 위해서 참회의 마음,겸손한 마음, 유순한 마음, 자비·나눔·배려의 마음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와 평화, 행복, 연민 등 평화와 관련한 주제를 내건 공모전에는 유치부부터 일반까지 참여했고, 처음 개최한 공모전임에도 무려 1021점이 접수돼 참여자들이 세계 평화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스님은 공모전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메타버스에 적용키로 했다. 수상작이 200명이 넘는 만큼 작품을 전시할 공간 마련이 쉽지 않았다. 해서 가상공간인 메타버스에 시공간적 한계를 벗어나, 언제든 볼 수 있는 전시실을 구축한다. 수상작 모두 디지털로 전환한 뒤 NFT를 기반으로 한 상설 전시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도슨트 기능도 추가된다. 아이들이 직접 작품설명을 녹음해 메타버스 내에서 설명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그림과 글, 웹툰, 동영상을 보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학생들이 동참해 콘텐츠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미디어 포교가 인드라망이라는 말처럼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는 소셜 요소도 추가한다. 메타버스 내에서 만든 아바타라든지 다양한 창착품을 SNS 게시, 전 세계 불특정다수와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한 것.

스님은 “콘텐츠가 부족하면 유입이 준다. 전시작만으로는 부족하다. 평화랜드는 학생들이 창작자가 되어 릴스도 연결하고, 도슨트가 되기도 하는 자유로운 공간이다. 아름다운 꽃길은 길을 내지 아니 해도 저절로 길이 난다는 말처럼 아이들이 마음 것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저절로 포교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평화랜드는 다양한 존을 구성해 콘텐츠 영역의 다각화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선다일미(禪茶一味)’라는 콘셉트에 맞게 명상을 할 수 있도록 명상존을 조성하고, 차를 배울 수 있는 방도 마련한다. 2년간 연재해온 차(茶) 관련 칼럼을 바탕으로 10분짜리 영상을 제작해 차 강의를 공개하고 명상음악을 들으며 자체적으로 명상에 임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명상의 경우 스님이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 기분에 따라 원하는 음악을 골라 들을 수 있도록 선보일 예정이다.

대부분의 메타버스 플랫폼은 PC에서 구동되나, 평화랜드는 컴퓨터는 물론 스마트폰에서도 사용 가능하도록 앱을 출시해 어떤 제약도 없이 입장,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추후 참여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채팅방도 제작할 계획이다. 자신만의 작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고, 그 안에서 체험하고 느낀 것들을 서로 공유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스님은 “불교 문화 향유는 물론 환경적 제약을 넘어 능동적이고 자주적으로 평화를 깨달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분명 지원 스님의 선보일 포교방식은 시대의 흐름을 읽는 눈과 오랜 원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지금 방점을 찍고 있는 포교방법이 메타버스다. 그러나 메타버스 구축은 상당한 재정이 투입되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콘텐츠 하나하나가 다 돈이다. 불교계에도 이를 적극 받아들여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엔 플랫폼 구축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니 그리 반기지 않을 수 있다.

포교의 방식은 발빠르게 변해야 하고, 가능하다면 사람들이 무엇에 흥미를 가지고 관심을 갖고 있는 지를 분석해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 그렇기에 스님은 교구본사들은 이를 적극 도입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메타버스에서 사찰로 자연스레 이끌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역설한다.

올해 12월 말 공개되는 ‘평화랜드’(http://peacep.net)에는 공모전 작품과 동영상, 명상 등 선보이는 콘텐츠의 수가 많지 않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 했듯 그 문이 열리면 사람들의 관심과 함께 공간이 채워질 것이다. 스님 또한 구상하고 있는 작업들이 무궁무진하다.

1년이면 또 다른 기술이 눈 앞에 펼쳐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앞서가거나 따라잡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세계 평화를 발원하며 다양한 포교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지원 스님의 새로운 도전이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653호 / 2022년 10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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