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판사·엿장수·절구통으로 불린 선지식, 효봉

  • 출판
  • 입력 2022.10.24 14:55
  • 호수 1654
  • 댓글 0
효봉 스님.
효봉 스님.

‘엿장수 중’ ‘판사 중’ ‘절구통 수좌’ 일제강점기와 근현대를 더불어 살았던 효봉(1888~1966) 스님의 별칭은 여러 개다. 스님의 별칭은 스님이 견뎌냈던 삶의 단단한 옹이들을 한마디로 웅변하고 하고 있다. 38세의 늦은 나이에 출가했으나 구산 스님과 법정 스님을 길러내고 조계종 종정으로 추대됐던 우리 곁에 가장 가깝게 머물다 간 선지식이었다. 스님의 삶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스님은 조선인 최초의 판사였다. 그러나 독립투사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이후 참을 수 없는 양심의 가책으로 모든 인연을 접고 엿장수로 3년여를 길거리에서 떠돌았다. 그러다 스승 석두 스님을 만나 불교에 귀의했다.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만난 불교였기에 스님의 수행은 범인이 흉내를 낼 수 없을 만큼 치열했다. 금강산 신계사 법기암 근처에 토굴을 짓고 문을 스스로 걸어 잠갔다. 죽음을 불사한 수행에 돌입했다. 그리고 오도송(悟道頌)을 읊으며 방문을 박차고 세상으로 걸어 나왔다.

바다 밑 제비집에 사슴이 알을 품고(海底燕巢鹿胞卵)/ 타는 불 속 거미집에 고기가 차 달이네(火中蛛室魚煎茶). 이 집안 소식을 뉘라서 알랴(此家消息誰能識)/ 흰구름은 서쪽으로 달은 동쪽으로(白雲西飛月東走).

스님이 스승에게 받은 법명은 운봉(雲峰)이었다. 그러나 스님은 오도 이후 꿈속에서 보조국사 지눌의 16세 법손인 고봉 스님을 만나 효봉(曉峰)이라는 법명을 받게 됐다. 효봉이라는 법호에 담긴 의미심장한 수기의 한 장면이다.

책은 2020년부터 2년3개월 동안 월간 ‘송광사’에 연재한 글을 엮어 출간한 것이다. 효봉 스님에 대한 자료에 의존한 글들과 달리 저자는 효봉 스님이 걸었던 길을 순례하고, 수행처를 답사하며 스님의 흔적과 숨결까지도 담아내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경주했다. 효봉 스님의 삶이 초월적 세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살아 숨쉬며, 우리 또한 스님의 수행과 깨달음을 쫓아 나아가기를 바라는 저자의 배려다. 

책은 1부 삶의 길에서 효봉 스님의 출생에서 열반에 이르는 여정을 밝히고 2부 사유의 길에서 스님의 불교관과 사상에 대해 고찰했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654호 / 2022년 10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