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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교·중생제도로 우직이 걸어온 출가 70년 기록

  • 출판
  • 입력 2022.10.24 14:58
  • 수정 2022.10.27 14:55
  • 호수 1654
  • 댓글 0

불국사 회주 성타 스님 메모·일기·상량문·법어 등 수록
개인 역사 넘어 한국불교사에도 뚜렷한 족적으로 남아

노을을 등지고 달을 벗 삼아
나가성타 스님 지음 
조계종출판사 / 424쪽
3만2000원

스님의 1969년 일기장.
스님의 1969년 일기장.
무비·밀운 스님과 함께 월산·운허 스님을 모시고 찍은 사진.
무비·밀운 스님과 함께 월산·운허 스님을 모시고 찍은 사진.

경주 불국사 회주 나가성타(那伽性陀) 스님은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며 알리고 고통 받는 사람과 생명을 감싸 안아온 이 시대 선지식이다. 조계종 원로의원인 스님은 1952년 불국사에서 월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이래 수행자, 교육자, 학자, 행정가, 활동가, 전법사의 길을 우직이 걸어왔다. 그 70년 세월은 개인의 역사를 넘어 한국불교사에도 뚜렷한 족적으로 남았다.

어려서 출가한 스님은 통도사 강원과 동국대 역경연수원을 졸업하고 법주사 승가대학 강사로 재임하면서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다. 교육 경험과 안목은 종단으로 회향됐다. 1980년 조계종 교무부장을 맡아 단일계단 시행의 기반을 다졌다. 당시 비구와 비구니로 나눠 공부하던 중앙승가대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바꿔 정규대학에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닦은 것도 스님이었다.

스님이 조계종 종단개혁 다음해인 1995년 11월 포교원장에 취임한 것은 현대 포교의 새로운 이정표가 됐다. 신도증 발급 사업을 시작해 불자들의 소속감을 든든히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불자들 조직력과 활동력을 확장하는 성과를 일구었다. 파라미타청소년협회와 교사불자연합회의 창립을 주도적으로 견인해 포교 행정의 기초를 다졌다. 앞서 스님은 1980년부터 종법과 계율, 종단의 합리적인 운영을 위한 제도를 주관·정비하는 중앙종회의원으로 선출돼 제6대부터 11대까지 활동하며 한국불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1998년과 2006년, 2010년에 각각 3차례 불국사 주지를 연임한 데 이어 지금은 불국사 회주로 조계종 11교구의 발전과 화합을 위해 정성을 다하고 있다. 2016년에는 종단의 질서와 계율 가풍을 전담하는 호계원장에 취임해 종단 승풍을 진작시키고 청정한 수행가풍을 고취시키는 데에도 기여했다.

학승으로서의 업적도 주목할 만하다. 스님은 ‘백암사상’ ‘경허의 선사상’ ‘경허 선사와 한말의 불교’ ‘한국불교와 사회적 성격’ 등 논문을 발표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문헌을 섭렵하고 불교현장에서 고민한 내용이었기에 학계의 평가도 좋았다. ‘금오집’을 비롯해 ‘자연과 나’ ‘마음 멈춘 곳에 행복이라’ ‘모래 한 알, 들꽃 한 송이’ 등을 집필하기도 했다.
종단 외부적으로도 발자취는 뚜렷하다. 환경운동 1세대인 스님은 1993년 사단법인 대자연보전환경협회장을 비롯해 조계종 초대 환경위원장, 경주 생명의 숲 공동대표 등 환경단체를 잇따라 결성해 이끌었다. 환경운동이 곧 “생활 실천운동”이라는 성타 스님은 물을 아끼고 폐수를 줄이려 비누를 사용하지 않았다. 글을 쓸 일이 있으면 팸플릿이나 달력을 이용해왔다. 

이처럼 스님은 세간과 출세간을 넘나들며 부처님 가르침 배우고 실천하며 널리 펴려고 무던히 애써왔다. ‘노을을 등지고 달을 벗 삼아’는 성타 스님의 자서 기록을 모아 엮은 것이다. 스님은 책읽기를 즐겨한 세월만큼이나 기록하는 습관도 오래됐다. 여기에는 1960년대 초 통도사 학인시절 남겼던 메모, ‘사미율사기’ ‘도서사기’ ‘절요사기’ 등을 마치며 노트에 정리했던 내용이 소개돼 있다. 1960년 사찰의 일상과 젊은 스님의 감성은 보는 이들이 슬며시 미소 짓게 만든다. 또 1969년 일기장, 속리산 법주사에서 지내며 남겼던 기록, 불국사의 역사와 재건 과정을 알 수 있는 중요한 기록들도 포함돼 있다.
후반부에는 스님의 불교관과 사상이 담겨 있는 내용들이 실렸다. ‘한국불교의 전통성과 오늘의 과제’에서는 한국불교의 사상적 조류와 현대사회의 특성을 진단한 뒤 “불교는 본래 성속이 없는 행을 하는 것이나 능히 성속에 자유로운 것, 즉 세속화와 탈속화 운동을 통해 인류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불교의 보살도임을 선언한다. 스님이 직접 가려 뽑은 부처님 말씀과 우리의 궁극 목표인 불국토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사색도 담겼다. 대중들에게 설명했던 간단한 설법에 교리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스님은 중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이는 은사 월산 스님의 핵심 사상이기도 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중도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가운데’의 개념과는 전혀 다릅니다. 중도는 양극단을 배제한 것입니다. 왜 양극단의 배제가 중도의 한 부분이 되었을까요? 좋음과 싫음, 사랑과 증오, 관심과 무관심, 아름다움과 추함 등 극단은 여러 가지일 수 있습니다. 중도라는 것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나의 생각, 고정관념, 아집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입니다.”

스님은 기복과 믿음을 다루는 장에서는 복을 기원하는 행동 그 자체는 긍정도 부정도 아니라고 강조한 뒤 불교의 믿음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불교의 믿음은 이기적이지 않습니다. 남을 위하는 것이 결국은 나를 위하는 것이며, 세상 모든 생명을 돌보고 살피는 일이 나와 내 가족을 살피는 일과 다름없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만’이라는 한정된 생각은 우리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포대화상 같은 넉넉한 미소를 잃지 않는 스님. 아홉 살에 절에 들어가 동산, 금오, 효봉, 청담, 호월, 향곡, 경봉 스님을 수많은 선지식을 만나며 올곧게 깨달음과 전법의 길을 걸어온 스님의 삶에 대한 기록은 불교가 세상의 신뢰를 얻는 길은 출가자가 출가자다움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54호 / 2022년 10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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