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보운 스님

‘말’은 가장 큰 선이 되기도 하고 가장 독한 악이 되기도 합니다

천수경 시작이 ‘정구업진언’인 것은 입부터 깨끗이 하란 의미
십악 중 입으로 짓는 죄업이 네 가지나 될 만큼 구업이 많아
상대에 상처 주지 않게 입을 잘 다스려 품격 있는 불자 되길

보운 스님은 그동안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진 않았는지 뒤돌아보고, 참회하며 살아갈 것을 당부했다.
보운 스님은 그동안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진 않았는지 뒤돌아보고, 참회하며 살아갈 것을 당부했다.

금정총림 범어사는 신라시대 의상 스님께서 창건하신 화엄종찰입니다. 그리고 ‘화엄경’에 있어서 이 시대에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큰스님이 계십니다. 제가 말씀드리지 않아도 불자님 모두 짐작하실 겁니다. 무비 큰스님이십니다. 당신께서는 평생 경전을 연구하시고 설법하셨습니다. 그런 어른스님께서 계시는데 제가 ‘화엄경’을 펼치고 법문을 한다는 것이 무척 송구스럽고 굉장히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이 자리가 저에게는 주지 소임을 맡아 첫 법문을 하는 시간이기에 비록 잘하지 못하더라도 불자님들께서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오늘 제가 맡은 부분은 ‘화엄경’의 ‘여래출현품(如來出現品)’에 해당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여래께서 음성으로 나타나는 경우의 아홉 가지를 설명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이 가운데 여섯 번째, 여래의 음성은 물의 맛과 같다는 부분을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여래의 음성은 왜 물의 맛과 같은가. 물이라는 것은 아시다시피 담는 그릇에 따라서 다른 모양으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서 네모난 그릇에다가 물을 담으면 물 자체가 네모가 되고 둥근 그릇에 물이 담기면 물 모양이 둥글게 나옵니다. 여러 가지 그릇에 따라서 물 모양이 변화합니다. 물 자체는 한 맛이지만 그 그릇에 따라서 물의 나타나는 모양이 달라지듯 부처님의 음성도 중생들의 근기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우리는 삼법인(三法印)을 배웠습니다.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그리고 열반적정(涅槃寂靜)입니다. 제행무상이라는 것은 모든 것이 변화한다는 뜻입니다. 무상(無常)이라는 말은 허무하다는 뜻이 아니라 변화한다는 뜻입니다. 봄이 있으면 여름이 있고 여름이 있으면 가을이 있고 가을이 있으면 단풍이 듭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벚꽃이 피었는데 이제 단풍의 시즌이 왔습니다. 

이것이 무상이라는 것입니다. 변화한다는 겁니다. 봄은 좋았는데 가을은 좋지 않다고 하지 않습니다. 제행무상이 아니라 어떤 고정된 실체가 있으면 변화를 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고정된 실체가 없다, 그래서 제법무아라고 이야기합니다. 무아(無我)라는 것은 곧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제법이 무아이고 제행은 무상한 것입니다. 

물을 담는 그릇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그 그릇에 따라서 물의 모양이 바뀌듯이 여래의 음성도 변화합니다. 그래서 가지가지로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은 무상하고 무아이기 때문에 바뀐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고정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근기에 따라서 다 다르게 나타난다, 여래가 음성으로 출연할 때도 그 근기에 따라서 다 다르게 들린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여러분들께서는 제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생각이 똑같지 않습니다. 각자 다르게 듣는 것은 각자의 근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여래출현품’은 부처님께서 음성으로 나타나는 부분을 이야기합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자주 접하는 경전 중에 ‘천수경(千手經)’을 한번 살펴봅시다. ‘천수경’의 제일 첫 구절은 어떻게 시작합니까?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입니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그렇습니다. 바로 음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중노릇을 하면서 많이 느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천수경’의 첫 부분은 왜 ‘정구업진언’부터 나올까. 여러 큰스님께서도 당부하셨습니다. 우리가 평소 지은 구업(口業)을 부처님 전에 와서 기도할 때만이라도 깨끗이 하고 기도에 임하자는 뜻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천수경’의 중간 부분에 보면 십악참회(十惡懺悔)가 나옵니다. ‘살생중죄금일참회(殺生重罪今日懺悔)’로 시작해서 10가지 참회의 구절이 나옵니다. 그중에서 몸으로 짓는 죄업은 세 가지입니다. 살생(殺生), 투도(偸盜), 사음(邪淫)입니다. 그다음에 뜻으로 짓는 업도 탐애(貪愛), 진에(瞋恚), 치암(痴暗)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그렇다면 10가지 참회할 죄업 중에서 몸으로 짓는 죄업 세 가지, 뜻으로 짓는 죄업 세 가지 그리고 나머지 네 가지는 모두 입으로 짓는 죄업입니다. 망어중죄(妄語重罪), 기어중죄(綺語重罪), 양설중죄(兩舌重罪), 악구중죄(惡口重罪), 이렇게 입으로 짓는 죄업은 네 가지나 됩니다. 

저도 평소 말을 다소 거칠게 하는 편입니다. 국장스님들과 이야기를 할 때 저의 거친 표현 탓에 국장스님들이 마음의 상처를 많이 입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참회를 하고 이 법석에 동참하신 여러분도 함께 참회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입으로 지은 죄업은 굉장히 상처가 오래가고 생각 외로 파장이 큽니다. 예전에 노보살님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절에 올 때는 3일 정도 몸을 깨끗이 하고 쌀 한대를 지고 오더라도 땅에 놓지 않으려고 머리에 이고 가져와서 부처님 전에 올리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을 조심하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지극한 마음으로 절에 오셨습니다.
 
요즘은 시대가 많이 바뀌는 탓도 있겠지만 절에 와서도 불자님들이 두 분만 모여도 가짜 뉴스를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제가 총무 소임을 살 때 제가 머무는 방이 주차장에서 일주문으로 올라가는 길 중간에 위치하다 보니까 본의 아니게 불자님들의 대화가 자주 들려옵니다. 기회에 있으면 불자님들께 말의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거 없는 이야기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킵니다. 친한 사람끼리 단순하게 재미로 이야기를 했다고 하지만 그 말이 나중에는 나비 효과처럼 부풀어 올라서 태풍이 되어 몰려올 때가 있습니다. 상대방에게는 굉장히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기도 합니다. 

이 자리에 계신 불자님 중에는 혹시 ‘나는 그런 적이 없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래도 도량에 왔을 때 오늘 이 법문을 들으시면서 한번 반성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저부터 하겠습니다. 국장스님들께 참 모진 소리를 많이 했습니다. 제 말로 인해 마음 다치신 분이 많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아마 신도님 중에서도 있을 겁니다. 말을 모질게 하는 것이 저는 저의 장점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여래출현품’을 읽어보니 큰일 날 일입니다. 앞으로는 말 한마디도 신중하게, 정중하게 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함께 노력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스페인 격언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화살은 심장을 관통하고 매정한 말은 영혼을 관통한다.” 여러분께서도 상대방의 말에 의해서 상처를 받은 적이 있을 겁니다. 저도 있습니다. 스페인 사람들도 말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에 대해 강조를 했던 겁니다. 

유태인의 ‘탈무드’에 보면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느 날 왕이 신하 둘을 불러서 한 신하에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악한 것이 무엇인지 가서 찾아오라고 했고 또 다른 신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선한 것을 찾아오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두 신하는 세상을 다니면서 세상에 악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다녔고 또 가장 선한 것은 무엇인지 찾아다녔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서 두 신하가 왕에게 다시 왔습니다. 그래서 가장 선한 것을 찾아온 신하가 무엇을 꺼냈는가? 사람의 혀를 내놨습니다. 그런데 가장 악한 것을 찾으러 간 신하도 사람의 혀를 내놨다고 합니다. 사람의 혀가 가장 악할 수도 있고 선할 수도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그렇다면 불자님들은 어떤 혀를 사용해야 하겠습니까? 당연히 가장 선한 혀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것이 부처님의 제자고 수행자입니다.

그리고 “품격(品格)이 있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품격이라고 할 때 품(品)이라는 한자를 보면 입 구(口) 자가 세 번 들어갑니다. “저 사람 품격이 있는 분이네”라는 말은 곧 입을 잘 다스리는 자가 품격이 있고 입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 자가 품격이 없는 사람으로 비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가 하면 ‘논어’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임금 군(君) 자를 다들 아실 겁니다. 군자(君子)라고 할 때 한자로 군(君) 자는 윤(尹) 자 밑에 입 구(口) 자를 붙입니다. 윤(尹) 자는 다스린다는 뜻입니다. 무엇을 다스리는 것입니까? 입을 다스리는 사람이 군자라는 것입니다. ‘천수경’ 가장 앞부분에 ‘정구업진언’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러한 가르침과 상통하는 불교의 지혜입니다.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말로 하는 업이 얼마나 상처를 많이 남기는지, 반대로 말을 부드럽게 함으로 인하여 어떠한 이익이 있는지에 대한 가르침이 적지 않습니다. 말에 대한 상처가 얼마나 큰지를 세계 각국에서도 심각하게 생각한 것입니다. 그만큼 많은 이를 힘들게 한 것이 바로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초발심자경문’을 보겠습니다. ‘초발심자경문’에는 “같은 물이어도 뱀이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된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것도 여래의 음성이 근기마다 다 다르게 나타난다는 가르침과 마찬가지입니다. 물도 뱀이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는 것입니다.

말을 할 때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하지 않고, 가능하면 절에 왔을 때만큼이라도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서 말을 삼가야 하겠습니다. 또 ‘천수경’의 ‘정구업진언’을 할 때는 그동안 내가 살아오면서 상대방한테 상처를 주는 말을 하진 않았는지에 대해 한번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말’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가지 부탁을 더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께서 예불이나 기도에 동참하실 때 이왕이면 목소리를 크게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기도 소리가 크면 기도하는 법사스님도 한숨을 돌리고 더 집중해서 염불할 수 있습니다. ‘고성염불’에는 십종 공덕이 있다는 말씀도 있습니다. 혼자서 악을 쓰고 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기도 소리를 작게 해서 주위를 배려하려는 마음도 좋지만 이왕이면 목소리를 크게 해서 다 같이 기도하는 원력을 공명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 법문은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앞으로 더 노력하는 모습으로 여러분과 함께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이 법문은 9월26일 금정총림 범어사 보제루에서 봉행된 ‘불기 2566년 음력 9월 초하루 천일화엄대법회’에서 보운 스님이 설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1654호 / 2022년 10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