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교를 위한 제2의 삶, 은퇴출가

과거 사람들은 ‘장수’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으나 지금은 ‘장수’보다 ‘어떻게 잘 사는가’로 초점이 옮겨졌다. 의학의 발전으로 평균수명과 기대수명이 증가하면서 100세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조계종 교육원에서 은퇴출가한 사미·사미니 스님들을 대상으로 의무교육을 진행했다. 지금껏 사미·사미니계를 수지한 스님들을 위한 교육은 수차례 진행됐으나 오롯이 은퇴출가자들만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교육에는 사미 25명, 사미니 14명 등 총 39명의 은퇴출가자가 참여했다. 

‘은퇴출가에 관한 특별법’은 2017년 3월30일 제208차 임시회에서 논의와 표결 끝에 통과됐다. 이에 따라 뒤늦게 발심한 일반인도 계를 받고 출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실 은퇴출가는 논의 당시 종단의 고령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탈종교화로 전체적인 불자, 더 나아가 출가자들도 감소하는 상황에서 은퇴출가제도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일부 완화하고 100세 시대, 은퇴자들에게 부처님 가르침과 함께하는 새로운 삶을 선사해줄 것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는 이러한 삶을 선택한 은퇴출가자들이 가득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배경도, 이 때문에 몸에 밴 습도 각기 달랐을 테지만 삭발염의하고 가사장삼을 수한 채 출가자로서 살아가겠다는 서원을 세운 모습은 결연해 보였다.

조계종 홈페이지에 공지된 ‘은퇴출가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에 따르면 은퇴출가자들은 사찰종무행정의 보조역할을 맡거나 수행사찰 주지스님의 지시 또는 위임에 따라 전법교화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은퇴출가제도가 중요하다. 그동안 쌓아온 연륜과 지혜를 불교발전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스님은 “은퇴출가자들의 연륜, 젊은 출가자들의 활기가 화합해 서로를 이끌어준다”고 했고 또 다른 스님은 “남은 생을 불교발전에 회향하도록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청년포교도 중요하고, 젊은 출가자들도 필요하지만 은퇴출가자의 역할도 가벼이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종단은 은퇴출가자들의 활동영역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출가자로서 세운 서원과 원력을 헛되이 할 수 없기에 시스템을 구축하고 활동무대를 만들어야 한다. 

부처님 마지막 제자 수밧다는 120세의 나이에 출가해 수행정진 끝에 깨달음을 이뤘다. 은퇴출가자들도 수밧다와 같이 수행과 보살행으로 해탈의 기회를 얻고자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쉽지 않은 출가자의 길. 더군다나 나이가 들어 더욱 어려운 길. 이 길을 선택한 은퇴출가 스님들을 응원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지금까지 쌓아온 그들의 지혜가 불교발전에 한 축이 되길 기원한다.

윤태훈 기자 yth92@beopbo.com

[1654호 / 2022년 10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