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명상을 통해 생기는 지혜로 삶과 죽음의 괴로움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자신만만한 이 선언의 주인공은 팔공총림 동화사 율주를 역임한 자비선사 주지 지운 스님이다. 명상, 그 가운데서도 걷기명상을 통해 스님은 고요함에 이르고 사물을 꿰뚫어 보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단언한다. 지혜를 얻으며 탐욕과 분노를 사라지게 하는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다.
과연 걷기의 어떤 작용이 이같이 엄청난 일을 가능하게 하는가. 책을 살펴보자.
‘자비경선 걷기명상은 걸으면서 발바닥 감각을 알아차리는 가장 기본적인 명상입니다. 발과 땅의 접촉은 첫째, 상호의존을 뜻하고 둘째, 접촉이 원인이 되어 갖가지 감각이 일어나므로 인과(因果)의 뜻이 있습니다. 상호의존은 분리되어 있지 않음을 뜻하며 생명의 활동을 뜻합니다. 독립되어 있는 생명체는 없기 때문입니다.’
‘걷기명상을 한다는 것은 모든 존재가 관계성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의 활동일 뿐 차별성이 사라집니다. 자비경선은 이와 같은 이치를 스스로 느끼고 알게 하므로 걷는 순간순간 지혜가 생기게 합니다.’
땅에 의지해 발을 옮기는 움직임은 그 자체로 상호의존이며 그 속에서 모든 생명이 살아 있음을 느끼는 과정이다. 머물지 않는 나아감이며 깨어 있어는 행위다. 지운 스님은 이 과정을 곧 명상으로 지혜를 발현시킨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걷기명상은 ‘경(鏡)-환(幻)-공(空)-화(華)’의 네 단계 가운데 경(鏡)과 환(幻) 단계다. 그 결과로 견도(見道)의 깨달음까지 기술하고 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55호 / 2022년 1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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