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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통해 불교와 사람을 배우다

  • 출판
  • 입력 2022.11.01 14:25
  • 호수 1655
  • 댓글 0

붓끝에서 보살은 태어나고
손태호 지음 / 조계종출판사
344쪽 / 2만3000원

이유행의 ‘노승탁족도'. 18세기 작품.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유행의 ‘노승탁족도'. 18세기 작품.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보이는 것은 그 전과 같지 않으리라.”

정조 때 문장가 유한준(1732~1811)의 명언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가 문화재를 대하는 마음가짐으로 언급하면서 보편화 된 말인데, 결국 아는 만큼 보인다는 뜻이다.

듣는 귀가 없다면 좋은 음악을 들어도 소음에 불과하다. 위대한 화가의 작품이라도 보는 눈이 없다면 하찮은 낙서와 다를 바 없다. 어떤 예술이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듣는 귀와 보는 눈이 있어야한다. 그리고 이에 더해 작품의 동기와 배경, 작가가 살았던 당시 사람들의 삶까지 알게 된다면 더욱 밀도 깊은 감상이 가능할 것이다.

‘옛 그림으로 읽는 불교’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2019년 1월부터 2년여에 걸쳐 ‘법보신문’에 연재했던 ‘옛 그림으로 읽는 불교’를 뼈대 삼아 내용을 더하고 그림을 보태고 생각을 확장해 한 권의 책으로 출판했다.

저자는 여행사와 항공사에서 근무하며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던 중 더 이상 미혹(迷惑)되지 않는다는 불혹(不惑)의 나이 마흔에 갑자기 한국미술이 너무 좋아져 대학원을 다니며 공부를 시작했다. ‘조선전기 불상연구’로 미술학 박사를 받은 이후 한국문화예술조형연구소 연구이사로 활동하며 한국회화의 아름다움과 불교미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저술과 강연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유한준이 말한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보이는 것은 그 전과 같지 않으리라”의 삶을 사는 대표적 인물인 셈이다.

그림은 작가의 삶을 통째로 담은 인생의 지문과도 같다. 그림 한 점에 작가의 삶과 사상, 사유의 깊이가 담겨 있다. 그래서 한 점의 그림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한 사람의 삶을 온전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저자는 그림이 갖고 있는 이런 미덕을 최대한 살리고, 이를 살뜰히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틈틈이 등장하는 불교적인 작품을 통해 불교의 가르침과 가치를 읽어내고 그 속에 흐르는 깨달음의 물결로 독자를 인도한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제목인 ‘붓끝에서 보살은 태어난다’는 의미가 절로 읽히게 된다.

그림을 보며 느껴지는 무언의 감정이나 감동을 구도와 색감 같은 규격화 된 틀과 언어로 설명해 내기엔 역부족이다. 더구나 빛바랜 옛 그림에 담긴 메시지를 과거에서 불러와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해 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무성영화의 변사처럼 그림과 같은 예술작품은 이를 설명하고 알려주는 뛰어난 해설자가 필요하다. 저자는 40개의 주제에 맞춰 120여점의 그림을 엄선해, 현대적 시각으로 되살려냈으며 인문학과 철학, 종교를 두루 포괄하는 깊은 통찰로 남다른 여운을 선사한다. 관객을 웃고 울리는 무성영화의 변사처럼 변화무쌍한 저자의 그림 해설을 듣다보면 시나브로 보이는 것이 전과 같지 않음을 조금씩 깨닫게 될 것이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655호 / 2022년 1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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