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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국가에 간절히 바라고 기원합니다

기자명 법보
  • 오피니언
  • 입력 2022.11.08 15:31
  • 수정 2022.11.08 15:37
  • 호수 1657
  • 댓글 0

아가타 보원사 주지 정안 스님·조계종 전 문화부장

정안 스님.
정안 스님.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과 공직자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할 의무를 가진다. 세월호 참사에서도 이번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서도 공직자들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세월호 참사는 인천을 출발해 제주도로 행하던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안산 단원고 학생을 포함한 305명이 사망한 사건이며, 이번 이태원 핼러윈데이 참사는 코로나19로 모임을 구속받던 젊은이들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나들이 길에 인구 십만이 넘는 과밀로 좁은 골목길에서 154명의 압사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모두가 사고에 대한 긴급 대책에 따른 안전 메뉴얼 부재에서 오는 참사였다.

일제 해방 이후 국가는 국민을 존중 공경하며 안전하고 행복한 생활을 이루게 한 적이 없다. 국가는 국민을 산업전선의 전사로 해외 외화를 벌어들이는 일꾼으로 국가를 호국하는 호국전사로 여겼을 뿐, 정권의 연장을 도모하기 위해 국가는 국민을 언제나 불안과 공포 속에 몰아 넣기 일 수 이었다. 까닭에 세월호 참사나 이번 이태원 핼러윈데이 참사 사건에서도 참사를 당한 그들은 왜 죽었는지 그들이 죽은 원인이 무엇이며,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인지하기 전에 젊은이들이 모여 축제를 했을 뿐이고, 축제 주체자도 없고,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일이 아니며 국가가 진행한 행사도 아닌데 국가가 책임질 일이 무엇이냐는 투의 조직변명에 몰두하는 처사만 보였다.

대통령은 국민 개개인의 선거권을 통한 한 표 한 표를 모아 대통령이 되었다. 이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온 힘을 다한 국민 개개인은 보다 낳은 안전과 행복을 보장받기 위해 온 마음을 모으고 행동으로 선출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는 권위를 지니고 장차관을 임명하여 국민 개개인의 안전과 행복 추구를 충족시켜 주는 막대한 의무감을 지니게 된다. 대통령만이 아니다. 지방 자치제를 시행하면서 지방 자치장과 의회 의원들도 지방민들이 선출하게 되었다. 이는 대통령을 선출했듯이 지방민들이 선출한 지방자치장과 의원들은 지방민들을 대표하는 권한을 지니면서도 지방민의 안전과 발전으로 생명을 지켜줄 의무를 가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세계 어디를 가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세계 어느 곳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불이익을 당하면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 기구에서 나서야 한다. 국가를 대표하는 대표기구가 국민의 재난에 대처하지 못하고 방관하거나 방임하는 것은 국민이 국가를 잃어버린 것이 된다. 국가를 잃어버린 국민은 보호받거나 재난의 위기를 벗어나는 일이 어렵다. 국민 개개인이 국가에 의무적으로 세금을 내고 충성을 다하는 것도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기 때문이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그러하지 못했다. 이태원 핼러윈은 해마다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찾는 축제이다. 금년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모임 제재를 3년 만에 해제한 자유로움으로 많은 인원이 모일 것은 불 보듯 훤한 일이었다. 까닭에 십만이 넘는 국민이 모였다. 십만이 넘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데도 안전을 관리해야 할 국가기관의 장과 단체장들은 그들의 잔치놀이일 뿐이라고 인지했고, 숨이 막혀 죽어가는 그들을 보고도 대책보다 관망을 일삼았고, 자발적인 축제를 축하하며 바라보기보다는 범법자를 찾기에 급급했다.

보호받지 못한 우리의 젊은이들은 그렇게 국가를 잃고 보호받지 못한 상태로 버림받았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어디로 가야 안전한 곳인지, 누군가 이곳이 안전한 곳이라며 이곳으로 오라고 행복한 웃음으로 안내해 줄 수는 없는지. 누가 밀집된 고통 속에서 편안함을 유지할 수 있는지. 국가는 어디에 있는지, 국가 없는 국민으로 고통과 자괴감 속에 어쩔 수 없는 젊은 생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무한한 책임만 느낄뿐이다..

더 이상의 이러한 일은 없게 하여야 한다. 젊음은 미래 국가의 주인들이다. 미래의 국가에는 국민이 행복하게 살게 해 주어야 한다. 내일의 국민은 더 이상 국가로부터 버림받는 일이 없게 해 주어야 한다. 내일의 주민은 언제나 안전한 곳에서 하나라는 공동체로 살게 해 주어야 한다. 내일의 젊은이들은 불행으로 가슴 아파하는 일이 없게 해 주어야 한다. 내일의 공직 기관장들은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질 줄 아는 현자이어야 한다. 더는 지위와 권위에 매몰되어 스스로의 존재감에 구속되는 우매한 일이 없어야 한다. 그들로 하여금 국민이 국가임을 모두가 한 마음으로 인지하여야 한다. 간절히 바라고 기원한다.

[1657호 / 2022년 11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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