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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일지, 우울증·불안감 감소 실용적”

  • 수행
  • 입력 2022.12.02 21:48
  • 호수 1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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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 스님, ‘오온 활용 명상일지쓰기의 치유 효과 연구’ 논문서
변화 주도하며 삶 주인으로 살 수 있는 자신감 형성하는 계기

수행일지는 수행 단계를 스스로 점검하며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으로 수행지도자들이 명상을 공부하는 수행자들에게 장려해왔다. 옛 선지식들도 수행과정에서 일어난 일상을 점검한 수행일기를 남겼으며 이 전통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수행일지를 작성하는 습관이 우울증과 불안감 등을 감소시키는 데 큰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와 주목된다.

명상상담평생교육원 교수 혜성 스님은 11월26일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 20주년 기념 ‘명상과 심리상담의 만남’ 주제 학술대회에서 ‘오온(五蘊)을 활용한 명상일지 쓰기의 치유적 효과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스님은 논문에서 “명상일지는 심리상담뿐 아니라 자기 발견적 내적성장과 마음 치유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논문에 따르면 인간이 괴로움을 느끼는 이유는 물질과 정신으로 결합된 ‘나’라는 존재에 대한 바른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괴로움의 발생과 소멸에 대한 가르침인 사성제의 고성제(苦聖諦)에 의하면 ‘나’는 서로 의지하며 생멸하는 오온(색·수·상·행·식)으로 구성돼있을 뿐인데, 이를 ‘나’라고 부르며 집착하는 것에서 괴로움을 겪는다. 오온에 기초해 자신의 마음 현상을 감정·생각·갈망에 따른 몸 느낌·행위 등으로 구별해 기록한다면 감정이 나타나고 사라짐을 관찰함으로써 무상과 무아를 깨달아 심리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스님은 상담이나 명상 경험이 전혀 없고, 불안과 우울증으로 병원에서 진단받았으나 치료는 받지 않은 내담자들에게 3개월여 동안 명상일지를 쓰게 하고 총 15회에 걸쳐 상담을 진행했다. 그 결과 내담자들의 우울 및 불안척도와 ‘5요인(관찰하기·묘사하기·행동자각하기·판단하지않기·반응하지않기) 알아차림척도’는 명상일지를 쓰기 전보다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 

스님은 “명상일지는 내담자가 자신의 왜곡된 사고와 거리두기를 통해 스스로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한 지표로 삼을 수 있다”며 “오온에 근거한 명상일지 쓰기는 몸과 마음의 고통을 타의가 아닌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에 따르면 명상일지는 현재 자신의 고통(정신·육체)의 원인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되므로 자신과 고통을 동일시하지 않게 된다. 또 과거의 잘못된 습관적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며, 닥쳐오는 상황에 대한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만약 우울증이 재발했을 때 자신이 상담자이자 내담자로 스스로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즉 지속적인 명상일지 쓰기는 ‘자신의 변화’는 자기 자신이 주도함을 인식시키며 삶의 주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자신감을 형성시키는 계기가 된다.

오온을 활용한 명상일지 쓰기의 효과는 선행연구에서도 확인된다. 송도선 경상대 교수는 2019년 교육철학 제72집(2019년 9월)에 게재한 ‘명상일기의 원리와 인성 변화에 대한 고찰’ 논문에서 “마음공부와 명상일지의 원리를 고찰하고 명상일지를 통한 인성 변화 또는 인성교육에 대한 사례 연구 자료들을 분석해본 결과, 명상일지가 초중등 학생들의 인성 함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또 “마음공부는 오온에 끌려가는 마음을 놓치지 않고 의식적으로 지켜보는 훈련”이라며 “마음을 살피는 행위가 몸에 배이면 아무리 위급하고 곤란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맹목적으로 끌려가지 않고 사태의 움직임을 또렷하게 지켜봄으로써 본마음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게 된다”고 강조했다. 

오용석·박성호 원광대 연구교수는 올 6월 발표한 ‘마음일기에 나타난 명상적 글쓰기의 역할과 치유’ 논문에서 “명상일지와 같은 ‘글쓰기 명상’은 불교명상의 한 수행법이지만 ‘글쓰기 치료’는 글쓰기를 치료 목적으로 활용하며 명상은 보조 역할”이라며 “‘글쓰기 명상’과 ‘글쓰기 치료’는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660호 / 2022년 1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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