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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토 70%가 산이던  조선에 닥친 산림 종말 

  • 출판
  • 입력 2022.12.05 14:28
  • 수정 2022.12.05 22:41
  • 호수 1660
  • 댓글 0

조선의 숲은 왜 사라졌는가
전영우 지음 / 조계종출판사
427쪽 / 2만2000원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던 시절 금강산 관광이 유행이었던 적이 있다. 당시 버스를 타고 금강산에 다녀왔던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지워지지 않은 충격적인 잔상이 있다. 북측의 군사분계선을 넘자마자 만나게 되는 황량한 들판과 나무 한그루 없이 벌거벗은 민둥산이다. 완전히 이질적인 낯선 풍경은 놀랍도록 아름다웠던 금강산에 비례해서 더욱 가슴을 쓰라리게 했다. 연료가 부족해 나무를 땔감으로 쓰는 북녘의 가난한 삶은 이렇게 황망하게 상처 입은 땅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조선의 숲은 왜 사라졌는가’라는 책을 보며 이미 한참 지나버린 과거의 기억이 불현듯 되살아난 것은 황폐해진 조선의 숲은 여전히 한반도의 절반인 북녘의 땅에서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책은 왜 울창했던 조선의 산림이 후기로 넘어가면서 민둥산으로 변했으며, 어떻게 사라지게 됐는지 낱낱이 추적한 역작이다. 임진왜란 당시 전란의 위기 속에서도 단시일 내에 수십 척의 전함을 건조할 수 있을 만큼 풍부한 산림을 자랑하던 조선은 이후 불과 250년 만에 대다수의 산이 황무지로 변할 정도로 황폐화 됐다. 조정의 소나무 중심의 산림 정책과 왕가와 권문세족의 산림 독점과 남벌, 그리고 소빙기에 접어든 기후 탓에 온돌의 보급과 땔감의 급증이 원인이었다. 특히 산림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정책이나 고려 없이 무차별 남벌한 지배층의 잘못은 말할 것도 없다.

저자는 국민대 산림자원학과 명예교수이며 제30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장인 전영우 교수다. 전 교수는 ‘숲과 한국문화’ ‘나무와 숲이 있었네’ ‘한국의 사찰숲’ ‘송광사 사찰숲’ ‘우리 소나무’ 등 숲과 나무 관련 명저들을 내놓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림생물학의 권위자다.

전 교수는 조선시대 공식 기록물은 물론 사대부 문집과 향리에 낙향한 무신의 일기까지 뒤져 조선의 산림이 황폐화된 과정을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부족한 양묘 및 조림기술, 수목의 가치에 대한 지도층의 인식부재, 부실한 도구 및 목재 운송수단까지 지금까지 학계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기술적, 사상적 후진성까지 면밀하게 추적해 책에 실었다. 특히 17세기까지 1인당 산림 면적에 차이가 없었던 조선과 일본이 향후 한쪽은 산림을 모두 잃어버린데 반해, 과학적인 산림 조림과 육성, 유통을 통해 국가적인 부를 축적했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책은 평생을 우리 숲 연구에 바친 노학자가 집념으로 써내려간 역작이며 역사, 생태학, 산림학 분야의 귀중한 성취이다.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풍요로운 숲은 과거 역사에 대한 반성의 결과다. 따라서 반성의 의미가 퇴색되고, 또한 지나온 과거의 역사를 잊는 순간 우리는 또 다시 조선의 황량한 민둥산 앞을 서성이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660호 / 2022년 1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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