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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경 스님과 함께하는 33관음성지순례’ 직지사서 다라니 독송 정진

  • 수행
  • 입력 2022.12.07 10:03
  • 수정 2022.12.07 15:33
  • 호수 1661
  • 댓글 1

12월4일 옥천암·성관사 신도 등 300여명 직지사 순례 올라
주력행자들, 신묘장구대다라니로 관음보살 자비 실천 다짐
“주어진 소임 최선 다하며 서로를 스승으로 존중·정진해야”

“나모라다나 다라 야야 나막 알약 바로기제 새바라야 모지 사다바야…”

새벽이슬이 하나 둘 빛바랠 즈음 신묘장구대다라니 독송 소리가 고즈넉한 산사의 하늘을 가득 메웠다. 겨울바람이 매섭게 불어왔지만 불자들의 정진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한 번 독송할 때마다 염주를 한 알, 합장 반배. 폭포처럼 쏟아지는 목탁소리를 따라 독송 소리도 점점 커진다. 한 글자라도 놓칠세라 경전에서 눈을 뗄 새도 없다. 이윽고 기도가 끝나자 주력행자들은 함께 정진한 스님과 도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어느덧 중천에 떠오른 햇살이 이들을 관세음보살처럼 포근히 감쌌다.

12월4일 김천 직지사에서 300여 불자들의 다라니 염송이 펼쳐졌다. 서울 옥천암 주지 원경 스님을 따라 ‘33관음성지순례’를 온 수행자들이다. 이날 오전 6시 서울 조계사에서 출발한 이들은 오전 9시 직지사에 도착해 정성껏 초를 밝히고 불단에 공양을 올렸다. 곧이어 원경 스님의 목탁소리에 맞춰 다함께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독송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염주알을 돌리고, 때로는 일어나 절을 하며 다라니 독송을 끝없이 이어갔다.

“원경 스님을 따라 오랫동안 ‘다라니 108독’을 하던 것이 습관이 돼 틈이 날 때마다 독송하고 있다”는 안정렬(여래심·75) 불자는 “인간관계에서 흐트러진 마음을 다라니 정진으로 쉬이 다잡을 수 있었다”며 “부처님의 자리이타 가르침을 믿고 실천하자는 생각으로 꼬박꼬박 정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33관음성지순례’는 원경 스님이 순례와 기도를 접목해 2007년부터 이어온 ‘신묘장구대다라니 108독 108번 정진기도’에서 비롯됐다. 신도들과 서울 근교 여러 사찰에서 정진해오다 2019년 기도를 회향한 스님은 개인적으로 지역 사찰을 찾기 힘든 불자들을 위해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선정한 33개의 관음성지를 순례하며 다라니 기도를 진행하기로 했다. 첫 순례는 지난달 6일 낙산사에서 이뤄졌다.

약 2시간에 걸쳐 독송을 마친 주력행자들은 스님의 지도에 따라 마주선 뒤, 서로에게 절하고 포옹하며 기도 인연에 감사함을 전했다. 원경 스님은 법문에서 “무엇이든 꾸준히 하는 성실한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여러분이 TV에서 듣기 좋은 노래나 재밌는 방송이 방영되면 이미 한참 전에 듣고 봤더라도 다시 보는 데 거부감이 없듯이, 공부도 여러 번 다시 보며 꾸준히 해야 한다”며 “운동선수들이 하나의 동작을 위해 수없이 노력하는 것처럼 다라니를 꾸준히 독송해 몸에 익히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큰스님을 시봉하다 불만을 품은 제자 스님 이야기를 들려줬다.

“옛날에 큰스님을 3년간 시봉하던 제자 스님이 있었습니다. 큰스님에게 배움을 기대했던 제자는 아무리 기다려도 가르침을 주지 않자 떠나려 했습니다. 그러자 큰스님은 ‘나는 이미 가르침을 내렸다’고 했습니다. 큰스님이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가 공부였던 겁니다. 오늘 이 자리엔 각지에서 찾아온 300여 순례자가 모였습니다. 서로가 스승이라는 생각으로 정진 또 정진합시다.”

이어 매순간 주어진 소임에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했다. 스님은 “1시간만 정진해도 집중력이 떨어져 다들 힘들어하는데, 오늘 모인 불자들은 2시간 정진에도 몰입하는 것을 보니 흐뭇하다”며 “양초가 자기 몸을 태워서 주변을 환히 밝히듯, 삶에 대한 스스로의 태도도 이와 같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저 순간의 쾌락에 몸을 맡기거나 흘러가는 대로 살아도 뭐라 할 사람이 없지만, 궁극적으로 나와 남에게 모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을 속히 알아차리고 정진하자”고 덧붙였다.

정진을 마친 주력행자들은 직지사를 참배하며 정진을 거듭할 것을 서원했다. “불자 한 명 한 명 세심하게 챙겨주는 원경 스님과 다라니 정진하면 환희심이 난다”는 윤명숙(덕운화·63) 불자는 “처음엔 숨 쉴틈 없이 이어지는 독경이 어색했지만, 이제는 놓치지 않고 따라할 수 있게 됐다”며 “불자들의 수행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스님을 본받아 33관음성지를 모두 순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실(청정월·63) 불자는 조계사에서 신행활동을 하다 성지순례 현수막을 보고 동참하게 됐다. 김 불자는 “33관음성지순례와 다라니 정진은 사찰을 찾고 싶어도 가지 못했던 불자들에게 깊은 산속에서 만난 시원한 옹달샘”이라며 “언제나 서로를 배려하고 도우려는 마음 가득한 좋은 도반들과 함께 해 행복하다”고 밝혔다.

‘원경 스님과 함께하는 33관음성지순례’는 내년 1월8일 오대산 월정사에서 다라니 정진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선정 33관음성지는 조계사·고운사·구룡사·금산사·기림사·낙산사·내소사·대흥사·도선사·동화사·마곡사·백양사·범어사·법주사·법흥사·보리암·보문사·봉은사·불국사·선운사·송광사·수덕사·신륵사·신흥사·쌍계사·용주사·월정사·은해사·직지사·통도사·해인사·향일암·화엄사이다. 02)395-4031

직지사 일주문.
직지사 일주문.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661호 / 2022년 1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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