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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호감도’ 저조 무겁게 받아들여야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2.12.12 13:19
  • 호수 1661
  • 댓글 0

5대 종교 대 사회역할 큰 실망 
70%가 종교 ‘사회 영향력’ 인정
무종교인 호감 1위는 불교 ‘희망’
‘기후위기’ 21세기 의제 선도해야

한국리서치 ‘2022 종교인식조사-주요 종교 호감도 및 종교 효능감’에서 불교가 1위(호감도, 47.1점)를 기록했다. 가톨릭(45.2), 개신교(31.4), 원불교(27.5)가 뒤를 이었고, 이슬람교(15.5)에 대한 호감도가 가장 낮게 조사됐다. 2020년에도 불교는 1위(50.9)였고 가톨릭이 2위(50.3)였다. 2021년에는 가톨릭이 1위(50.7), 불교가 2위(50.4)였지만 0.3점의 근소한 차이였다. 늘 3위에 머물러 있는 개신교는 28(2020), 31.6(2021), 31.4(2022)을 기록하며 불교‧가톨릭과는 큰 격차를 보였다. 

간과할 수 없는 건 지난해에 비해 5대 종교의 호감도가 모두 떨어졌다는 점이다. 지금의 종교를 좋아하지 않거나 신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 수치들은 함의하고 있다. 불교가 1년 만에 가톨릭을 제치고 이 부문 1위를 했음에도 깊은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일반 대중들만 종교를 멀리하는 추세인가? 아니다. 불자 스스로 평가한 불교 호감도만 해도 1년 전(73.4)에 비해 5.2점(68.2) 떨어졌다. 가톨릭은 9.5 하락했고, 개신교는 6.7 하락했다. 종교에 대한 대중들의 호감도가 낮아지고, 자신이 믿는 종교에 대한 실망감이 높아가는 경향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작금의 저출산 상황에서 ‘불자 수’가 줄어드는 것은 ‘불가항력’이라고 애써 치부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불교에 대한 신뢰‧호감도가 낮아지는 현실까지 외면하는 건 방관을 넘어 전법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가 우리에게 실망만 안겨 주는 건 아니다. ‘믿는 종교가 없는 사람’들이 가장 호감하는 종교는 불교(47.4점)다. 천주교가 43이고, 개신교는 22.8이다. 또한 종교가 한국 사회에 영향을 준다는 응답은 76%에 달했다. 성별, 연령대와 관계없이 70%를 이상을 보여주었다. 믿는 종교가 있는 사람(78%)뿐만 아니라 없는 사람(74%) 또한 종교의 사회 영향력을 인정하고 있다. 영향력과 호감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불교의 역할에 따라 즉 우리 사회를 향해 무엇을 보이고, 선도하느냐에 따라 호감도를 높일 수 있다. 이것은 출산율 0.81명의 인구절벽 시대에도 포교의 새 지평을 열어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2015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고 불교계는 큰 충격에 빠졌었다. 1985년 조사가 시작된 후 종교인구 부문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불교가 개신교에 밀려 2위를 기록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2005년 1058만명이었던 불자는 10년만인 2015년에는 761만명을 기록했다. 300만명이 감소한 것이다. 이 수치가 가리키는 건, 현 상황에 안주하거나 전법에 대한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불자 수가 급감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이후 조계종을 비롯한 각 종단은 전법단을 쇄신하거나 확대하며 계층별 포교에 역점을 두고 있다. 복지‧구호 불사는 물론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높아지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한국리서치의 조사 결과를 놓고 보면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보인다. 불교의 대 사회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일례로 ‘21세기 의제’라 할 수 있는 기후 위기. 난민‧테러, 평화구현에 대한 중장기적 청사진이 필요하다. 각 종단과 단체들이 이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정토회를 제외하면 그 효과는 노력에 비해 크지 않다. 

현대인들이 불교에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 불교가 현대인들에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를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 ‘미래의 불교’를 논하는 선각자들과 함께 ‘불교 아젠다’를 정하고, ‘100년의 불교’를 설계해야 한다. 뚜렷한 목표와 실천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해야만 한다. 그러할 때 대중은 불교 곁에 설 것이다. 반면 우리 스스로 지향점을 정하지 못하면 대중은 더더욱 불교를 도외시할 것이다. 전법의 활로는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리서치 3년의 조사 결과에 너무 많은 의미를 담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다. 아니다. 앞서 언급했던 ‘2015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로 충격을 받았던 당시를 기억해 보자. 순위와 상관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진실, ‘불자 급감’ 앞에 교계는 숙연했다. 종교 호감도가 떨어지는 결과 앞에 우리는 또 한 번 숙연해야 한다. 그래야만 불교를 가장 선호한다는 결과 또한 희망으로 받아들이며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

[1661호 / 2022년 1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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