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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붓 거쳐 세간에 내려온 동자승

  • 출판
  • 입력 2022.12.12 14:26
  • 호수 1661
  • 댓글 0

‘108동자승’
김주대 글·그림 / 한길사
252쪽 / 25만원

김주대 作 ‘인생상담'. 

절에 사는 어린스님 동자승. 세상의 때가 묻지 않았기에 순수함과 천진무구 대명사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단기출가한 동자승을 바라보는 이들까지 덩달아 맑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불교에서 동자승은 특별하다. 나이어린 스님을 일컫지만 열렬한 구도자나 보살로도 표현된다. ‘열반경’ 사구게를 들으려고 절벽에서 뛰어내린 설산동자, 선지식을 찾아 남쪽으로 순례를 떠난 숭고한 구도자 선재동자, 오대산에서 세조의 피부병을 낫게 해준 문수동자처럼 나이가 적지만 중생의 고통을 해결해주고 지혜를 완성하도록 이끌어도 준다.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과 사랑을 그려내던 작가가 이번에는 108점의 동자승으로 인간의 고독함을 수행과 예술로 승화해냈다. 그가 동자승에 주목한 이유도 맑고 통찰력 있는 존재이기 때문일 듯싶다. 이 책은 동자승을 소재로 글과 그림이 어우러지는 문인화첩으로 인생의 깊은 철학과 지혜, 아프고 높은 서정이 돋보인다. 마치 108배를 떠올리게 하는 108점의 그림 수행은 작가의 새로운 예술적 경지를 만들어냈다. 책장을 넘기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글과 그림, 언제 어느 곳에서 꼭 한번은 본 듯한 아이들이 때로 깊은 생각에 잠긴 모습과 귀여운 육성으로 생생하게 펼쳐진다.

책에는 동자승을 소재로 한 그림 107점과 ‘화엄경’이라는 제목의 큼직한 반가사유상 1점이 담겨 있다. 동자승들의 표정은 생생하고 동작은 생동감 있다. 참선하는 동자승부터 장난꾸러기 동자승, 자전거 타는 동자승, 절하는 동자승 등 그림은 잔잔한 감동을 넘어 슬픔까지 위로받는다. 자연스레 유년의 기억을 떠올리며 온갖 이념, 욕망, 인간관계에 짓눌린 현재의 자신을 직시하도록 한다.

‘꽃이 져도 오시라’ 등 시집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중견 시인인 만큼 그의 글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팔을 걷어붙인 동자승이 넙죽 엎드려 절하는 그림 왼쪽에 ‘딴 데 보지 마세요. 당신께 드리는 큰절입니다. 각각의 당신이 다 부처님이니까요’라는 글을 써넣었다. 목에 108염주를 두른 동자승 손과 고양이 발이 맞닿을 듯 그려진 그림 아래쪽에는 ‘고양이 키만큼 동자승이 낮게 엎드리자 고양이가 먼저 사람처럼 손을 내민다’는 글귀를 새겼다. 또 동자승의 맑은 눈을 도드라지게 그린 그림에는 ‘산머루 눈알 붕어입 아기를 보고 있으면 마주앉아 의논하고 싶다’라고 썼다.

개구쟁이 같은 동자승이지만 사회현실로도 인도한다. ‘그대 너무 늦지는 않게 오시라’며 촛불을 들고 염원하는 동자승, ‘이대론 살 수 없지 않습니까’라며 노동현장에 뛰어든 동자승 등 사회참여에도 적극적이다. 또 ‘악이 부활하면 그와 같은 세기로 선이 부활한다’며 세상의 평화가 저절로 오지 않음을 무겁게 일깨운다. 작가는 “형상을 닮는 것보다 마음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때가 되면 동자승들을 인간 세상으로 하산시켜 드려야지 하는 생각으로 그렸다”고 했다. 그의 붓과 시심을 거쳐 맑은 지혜가 강물처럼 흐르는 동자승들이 우리 곁에 나투었다.

책은 가로 30cm 세로 36cm의 큰 크기로 700부 한정판이다. 각각의 책 모두에 친필 사인과 넘버링을 남겨 책을 소장하는 이들에게 특별한 흔적을 선물한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61호 / 2022년 1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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