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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움도 행복도 마음이 만들어 낸다

  • 출판
  • 입력 2022.12.12 14:28
  • 수정 2022.12.12 15:10
  • 호수 1661
  • 댓글 0

틱낫한 마음
틱낫한 지음·윤서인 옮김 / 불광출판사/
352쪽 / 2만1000원

세친 ‘유식삼십송' ‘유식이십송' 바탕해 마음 속성·작동 원리 설명
마음 어떻게 다루고 수행해야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 제시
"어렵다” 겁먹지 말로 "당신 안에 스며들길” 당부로 용기 북돋아

올해 1월22일 세수 96, 법랍 80년으로 열반한 명상지도자이자 평화운동가였던 틱낫한 스님. 
올해 1월22일 세수 96, 법랍 80년으로 열반한 명상지도자이자 평화운동가였던 틱낫한 스님. 

사람들이 감정이나 생각, 의지를 표현할 때 그 중심에는 ‘마음’이 있다. “마음이 아프다.” “마음이 안 좋다.” “마음을 잘 다스려라.” “마음을 독하게 먹어라.” “마음먹기 달렸다.” 

우리는 눈과 귀, 코, 혀, 몸으로 사물을 지각하고 정보를 받아들인다. 그런데 동일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즐겁게 받아들이거나 괴롭게 만드는 건 결국 ‘마음’이다.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기쁨과 행복, 사랑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지만 분노, 혐오, 슬픔, 질투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결국 우리의 행복을 만드는 것도 마음이고, 괴로움을 만드는 것도 마음이다. 그러고 보면 마음이 바로 나 혹은 자아라는 착각에 빠질 만도 하다. 

부처님의 모든 가르침을 담고 있는 것이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이다. 불가에서는 이런 ‘팔만대장경’의 가르침을 260자로 줄이면 ‘반야심경(般若心經)’이 되고 다시 5자로 줄이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가 된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마저도 단 1자로 줄이면 마음 심(心)자 1자만 남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마음의 실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우리가 마음이라고 부르는 그 마음은 생각과 감각, 감정, 느낌, 기억, 의지 등 모든 것이 혼재해 있으며 수시로 변하기까지 한다. 그런 마음을 깨우쳐야 한다고 불교에서는 말한다. 현실의 고통을 해결하고, 궁극적인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모두 마음을 알고 깨우쳐야 가능하다. 부처님 팔만사천법문이 마음 하나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책은 마음의 실체를 철저하게 분석한 유식불교(唯識佛敎)를 바탕으로 마음의 속성과 작동원리를 풀어낸 틱낫한 스님의 역작이다. 마음에는 괴로움을 만들어 내는 씨앗도 있지만 행복과 평안에 다다를 수 있는 씨앗도 갖춰져 있다. 그래서 어떤 삶을 살 것인지는 마음의 실체를 알고 이를 수행을 통해 변화시킬건지, 아니면 마음이 하는 대로 끌려 다닐지에 대한 각자의 의지에 달려있다.  

틱낫한 스님은 4세기 인도 스님이자 학자였던 세친(世親)의 ‘유식삼십송’과 ‘유식이십송’을 바탕으로 유식불교를 알기 쉽게 풀어냈다. 일종의 불교심리학인 셈인데 스님은 세친의 두가지 저술과 ‘화엄경’의 가르침까지 모두 포함해 50편의 게송으로 새롭게 정리해 ‘유식오십송’이라 이름붙였다. 그리고 50편의 게송 하나하나에 친절한 설명을 더해 마음의 속성과 작동 원리에 대해 명쾌하고도 깊이 있는 가르침을 들려준다. 이를 통해 마음을 어떻게 다루고 수행해야 하는지, 수행이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차근차근 풀어내고 있다. 

스님은 마음을 채소 키우는 밭에 비유한다. 밭에 다양한 식물이 자라거나 혹은 씨앗이 뿌려지듯이, 우리의 마음은 과거의 말과 행동, 생각에 의해 다양한 씨앗이 심겨져 있거나 현재 심고 있다. 마음 밭에는 기쁨과 희망, 행복의 씨앗도 있지만 슬픔이나 두려움, 괴로움의 씨앗도 있다. 어떤 씨앗에 물을 주고 비료를 줘 키워낼지는 온전하게 자신의 결정에 달렸다.  

친절한 말과 생각, 행동으로 행복의 씨앗에 물을 주면 행복의 씨앗이 자라지만, 나쁜 말과 행동, 생각으로 괴로움의 씨앗에 물을 주면 괴로움의 씨앗이 자란다. 그러다가 특정 조건이 갖춰지면 그동안 키워낸 씨앗이 결국 실체를 드러난다. 분노와 미움, 사랑과 연민과 같은 감정을 비롯해 어떤 의식이나 행동, 습관 등이 바로 그 결과들이다. 

스님은 마음 밭을 가꿀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알아차림’이라고 말한다. 분노와 미움, 질투와 시기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이 일어났을 때, 이를 바로 알아차리고 받아들인다면 오래지 않아 그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상호 의존하여 존재한다는 연기적 본성을 볼 수 있다면 행복과 불행, 어리석음과 밝은 지혜는 서로 상반된 것이 아니라 동일한 기반에서 생겨난 것이며 이를 깨우치면 결국 깨달음의 본성과 조우하게 된다.

책은 오십게송을 먼저 소개한 뒤 이를 1부 아뢰야식, 2부 말나식, 3부 의식, 4부 감각식, 5부 현실의 참모습, 6부 수행 등 총 6편으로 구성돼 있다. 

유식은 어렵다. 그래서 꽤나 불교를 공부했다는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버겁고 힘겹다. 그래서 스님은 저자의 말을 통해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한다. 

“음악을 들을 때처럼, 빗물이 땅 속으로 스며드는 것처럼, 이 가르침을 당신 안으로 들여보내라. 이 오십게송을 머리로만 배운다면 땅에 비닐을 덮는 격이 될 것이지만 이 가르침의 법의 비가 마음작용에 스며들 수 있게 한다면 이 오십게송은 아비달마 불교 가르침 전부를 요점만 간추려서 알려줄 것이다.” 

유식은 어렵지만, 틱낫한 스님의 자비로운 설명이 있기에 은산철벽(銀山鐵壁)은 아니다. 마음의 작동원리를 알게 되면 삶이 그만큼 쉬워질 것이라는 스님의 말씀에 용기를 내보자.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661호 / 2022년 1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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