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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교수가 진단한 한국불교 근원적 문제

  • 기자칼럼
  • 입력 2022.12.12 15:36
  • 수정 2022.12.16 16:54
  • 호수 1661
  • 댓글 0

언론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사건 보도와 정보 제공, 각종 사회적 의제를 제시한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도 언론의 주요 기능 중 하나다. 불교 언론도 다르지 않다. 다만 포교와 교육, 불교를 외호하는 호법의 역할을 크게 강조하는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12월6일 법보신문 임직원과 필진 등 구성원들이 올 한해를 성찰하는 뜻깊은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원로학자이자 ‘한국역사와 불교’를 주제로 2017년 1월부터 5년째 연재를 이어오고 있는 최병헌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가 필진을 대표해 축사했다. 최 명예교수는 법보신문의 발전을 기원하는 덕담과 함께 한국불교계가 견지해야 할 무거운 책무 하나를 건넸다.

현재 불교는 출가자가 감소하고 신도수도 정체된 상황에서 가톨릭과 개신교 등 기독교 종교의 종교편향에 대응해야 하는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이런 한국불교의 현실은 우리에게만 닥친 어려움은 아니다. 일본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출가자가 부족해 빈 사찰이 속출하고, 유럽도 성직자가 부족해 방치된 성당이 늘고 있다. 

그러나 최 명예교수는 일본이나 유럽과 현상은 같지만 방향만 달리하면 한국불교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것은 불교가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들을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 우리 불교가 처한 위기의 근원적 원인은 ‘역사의식 부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진단했다.

최 명예교수는 육당 최남선 얘기를 소개했다. 당시 대표적 불교인물이었던 육당은 1955년 12월17일 돌연 다른 종교로 개종하며 한 일간지에 장문의 개종 이유서를 게재했다. 시대가 어려운데 불교와 유교에는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것이다.

“1950년대 전후 혼란한 시기 육당은 불교가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며 불교를 버렸습니다. 오늘 우리 사회는 어떻습니까?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가 정말 혼란스럽습니다. 그럼 이런 혼란한 사회 속에서 우리 불교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육당이 말한 당시와 달라진 게 있습니까? 그럼에도 역사 속 사례를 돌이켜 볼 때 민족종교로서 전통을 지키고 기대할 수 있는 건 불교뿐입니다. 이 시대 불교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성찰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 선각자적인 역할을 법보신문이 담당해주길 바랍니다.”

노교수의 이 조언은 비단 본지를 향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송년회 참석 대중은 물론 우리 불교계 전체가 짊어지고 고민할 부분임에 틀림이 없다. 송년회에 필진으로 참석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도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편안하게 해 줌으로써 저절로 포교가 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끝자락에서 무거운 화두 하나를 받았다. 계묘년 새해 본지를 포함한 우리 불교계가 향해야 할 분명한 길을 확인한 자리였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61호 / 2022년 1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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