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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수행 안순심 씨 [하]

기자명 안순심
새벽 3시 예불 후 2시간 사경

사경도반 100명 만들기 발원


절 수행, 염불 수행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숫자놀음에 빠져서 숫자의 노예로 전락해버린 모습은 참으로 슬프기 그지없었다. 어떻게 맺은 인연이고 시작한 수행인데, 이처럼 철없는 짓만 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 귀중한 시간에.

이런 자책에 빠져들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부처님! 이제는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끊임없이 염불을 하겠습니다”라는 맹세와 함께 염불 수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에 사경공부도 함께 시작했다.

좬반야심경좭을 시작으로 좬관세음보살보문품좭좬금강경좭등 경전을 하나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글로 새기고 마음에 새기며 수행을 이어갔다. 좬반야심경좭 뿐만 아니라 좬관세음보살보문품좭,좬금강경좭,좬지장경좭,좬원각경좭,좬법화경좭은 벌써 여덟 번째다. 그렇다고 숫자에 매여 놀음을 하는 것은 아니고 사경한 책을 보니 그렇다는 것이다.

사경을 시작하고 해를 거듭하면서 숫자 세는 버릇도 자연스럽게 없어졌고, 입으로 경을 읽고 마음으로 부처님을 관하게 되었다. 반듯한 자세로 한 자 한 자 정성을 다해 글을 써 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환희심에 가슴이 벅차 오르기도 했다. 어느날부터인가 여러 도반들에게 좬법화경좭과 노트를 사 가지고 찾아가 사경공부를 권하기 시작했는데, 벌써 61명 째다. 100명의 도반을 찾을 때까지 노력할 생각이다.

매일 새벽 3시에 어김없이 일어나 목욕재계하고 향을 꽂고 예불을 드린다. 이어 신묘장구대다라니와 광명진언을 각각 108독씩하고 이후 2시간은 법화경 사경을 한다. 쓰기 좋게 한지를 8등분하여 한문 법화경을 쓸 때 일자일배(一字一拜)는 못해도 한 장을 시작할 때 3배를 올리고 있다.

붓끝에 묵향이 자욱하고 정성을 다하여 절을 한다. 첫 번째 1배는 나를 사랑하고 지켜주시는 모든 불보살님께 감사합니다. 두 번째 1배는 돌아가신 부모와 조상의 영가 그리고 온 법계의 일체 영가들이 부처님의 가호로 어두운 저승길에서 헤매지 않고 다 함께 극락세계에 왕생할 것을 기원한다. 마지막 1배는 내 스스로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순간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는 삶이 되게 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이렇게 새벽 수행이 끝나면 아침 준비를 마치고 8시전에 집을 나선다.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거리와 버스와 지하철 속은 나만의 법당이 된다. 경전을 읽거나 다라니경을 암송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도량이 없다.

이런 생활이 벌써 10년째다. 언제부턴가 경전을 펼치면 방안 가득히 그윽한 더덕향기가 내 몸을 감싼다. 몰라보게 건강이 좋아진 것이다. 이렇게 새벽에 참되게 살아가기를 발원하니 마음이 청정해져서 출근길이 즐거운 걸음이 될 수밖에 없다.

올해로 나이 일흔 여섯. 언제 부처님께서 부를지 몰라도 부끄럽지 않게 살고자 한다. “씨를 뿌리기는 쉬우나 열매를 맺기 어렵고 고민을 할 수는 있으나 해답을 얻기가 쉽지 않고 뜻을 세웠으나 이루기가 힘들도다. 모든 것이 부질없음을 아나 이렇게 뼈아프게 부대낌은 태어난 자의 도리가 아닐지….” 수첩갈피에 이 글을 붙여놓고 매일 아침 출근하면 가장 먼저 펼쳐본다. 뜻을 세웠으니 이룰 때까지 정진하리라. 이 길이 나의 가장 행복한 공부의 길이기에….


안순심/LG화재 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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