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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만난 큰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 새해특집
  • 입력 2022.12.28 14:25
  • 수정 2022.12.29 10:17
  • 호수 1663
  • 댓글 2

마애부처님 모시기·명상센터 건립으로 불교중흥 토대 쌓겠다

소통·포교·교구는 하나…지역 특성 맞춤 포교에 눈높이 소통 필요 
동체대비 사상·자비심으로 소외이웃 위한 실천 활동 나서야할 때
탐욕 내려놓고 마음 청정히 닦으면 한국불교 발전 자연히 뒤따라

매일 아침 108배를 진행하고 있는 진우 스님은 “절을 할 땐 생각을 비우려고 한다”며 “무심한 상태에서 중도의 마음을 갖추려 부단히 노력한다면 원활한 종단운영과 불교 발전에 도움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사진=남수연 기자

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어깨가 무겁다. 종단 사상 처음 합의추대 방식으로 선출된 만큼 종단 안팎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37대 총무원장 선거에 앞서 조계종 24개 교구본사주지 스님들은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 “종단의 화합과 안정을 위해 단일후보로 추대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중앙종회 최대 종책 모임인 불교광장의 ‘진우 스님지지 선언’은 단일 추대 여론에 방점을 찍었다. 갈등과 혼란의 선거후유증에서 벗어나 진우 스님을 향한 지지가 폭넓게 형성됐다는 건 교단을 이끌 리더십과 종책 추진 능력,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인정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간 진우 스님은 여러 직책을 거치며 새로운 시도와 개혁으로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해왔다. 2012년 백양사 주지로 선출돼 위기에 내몰렸던 교구본사를 안정적으로 수습했고, 2018년 전임 총무원장 불신임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총무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종단을 추스르며 36대 총무원 집행부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2019년 9월에는 제8대 교육원장에 선출돼 승가교육제도 개편에 착수했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운 승가교육’을 목표로 방대한 교과과정을 조정했으며, 보편적인 승가교육을 기반으로 교육과정도 개편했다. 종단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불교개론’을 편찬해 불교에 입문하는 출재가 모두가 불교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렇기에 진우 스님과 37대 집행부를 향한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스님은 종단 운영과 관련해 소통·포교·교구를 종단운영 기조로, ‘수행·교구·포교·교육·승가복지·문화·사회’를 7대 중점분야로 선정하고 이에 따른 37개 세부 종책 과제를 제시했다. 이는 실질적인 해법과 뚜렷한 방향성으로 불교계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진우 스님이 풀어야 할 종단 안팎의 현안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과정이 녹록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신도 및 출가자 감소의 대안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고 종단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조직개편, 종단 수익구조 다변화, 전통사찰 규제 완화도 관심을 두고 대안을 모색해야 할 현안들이다. 

10월5일 서울 조계사에서 봉행된 취임법회에서 진우 스님은 ‘신뢰받는 불교, 존중받는 불교, 함께하는 불교’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스님은 오늘도 그 약속에 한걸음 더 다가가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스님은 12월19일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국불교 미래에 대한 고민과 나아가야 할 방향, 총무원장으로서의 소신과 각오를 진솔하게 펼쳐보였다. 편집자

▶ 임기를 시작한지 2개월여가 지났습니다. 업무에 적응은 되셨는지요.
“설정 스님이 35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사서실장에 임명됐고 호법부장, 기획실장, 총무부장 등 종무기관 소임을 두루 맡았습니다. 각 부서의 업무를 시작하면서 한국불교가 직면한 여러 상황들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었고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죠. 2018년에는 총무원장 직무대행을, 2019년에는 교육원장을 맡아 종무행정에도 깊이 몸담았습니다. 경험이 차곡차곡 쌓인 덕분인지 아직까지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 교단과 사회를 발전적으로 이끌어야 할 지도자로서 책임감이 무거울 것 같습니다. 총무원장 당선 전과 지금,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지요.
“한 부서를 담당했을 땐 그에 국한된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총무원장이라는 직책은 종단 전체를 관장해야 하죠. 그렇기에 사안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종단이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결정’의 역할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 부처님 말씀을 되새기는 글로 불자들과 소통을 해오시다 취임 이후에는 매일 108배로 아침을 맞고 있습니다. 
“2010년부터 올해 9월27일까지 일상의 지혜가 담긴 부처님 말씀이나 경전 해설 등을 불자들과 공유해왔습니다. 사실 불자들과 소통 목적으로 시작한 건 아닙니다. 그저 스님으로서, 수행자로서 자세가 흐트러졌다고 느낄 때마다 제 스스로 마음을 다잡기 위해 글을 써왔습니다. 108배 역시 현실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공고히 하는 하나의 수행법이었죠. 특히 절을 할 땐 생각을 비우려고 합니다. 마음을 청정하게 가꾸고 탐욕을 내려놓기 위함이죠. 무심(無心)한 상태에서 중도의 마음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면 원활한 종단운영과 불교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 한국불교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종단 운영 기조인 소통·포교·교구는 어떤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 보십니까.
“소통, 포교, 교구 굳이 3가지로 나눴다지만, 하나와 다름없습니다. 포교를 위해 소통해야 하고 소통함으로써 교구도 활성화 됩니다. 우리 모두가 부처님의 경지에 있다면 이심전심이라 말하거나 생각할 이유가 없겠죠. 그러나 중생들 간 교감을 통해 감동을 받고, 귀의로 이어지는 것이 포교라면 중생들의 관점, 눈높이에 맞춘 소통이 꼭 필요합니다. 또 각 지역의 특성이나 지역주민들의 정서에 맞춤 포교를 펼치기 위해선 지역적으로 구분돼 있는 교구를 중심으로 활동영역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총무원에서도 교구들과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해선 방향을 제시하는 길잡이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입니다.”

▶ 총무원의 길잡이 역할을 강조하셨는데 구체적으로 ‘교구’ 발전을 위해 종단에서는 어떤 정책을 고민하고 있으신지요.
“교구제는 종단 운영의 골간체계입니다. 교구 역량은 종단 유지운영과 발전의 밑거름입니다. 또한 교구를 통해 종단의 존재이유가 현장에서 실현되며, 목적사업 추진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중앙과 교구와의 유기적 소통은 가장 중요하고 우선해야할 일입니다. 제37대 집행부는 교구가 지역불교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입니다. ‘지역불교활성화전략’을 핵심 종책으로 채택한 만큼 교구가 관장하는 기초 광역의 지역별 불교활성화를 위한 실효적 방안을 강구하고 실행할 것입니다. 한국불교 중흥의 당간지주를 세우는 ‘지역불교활성화’는 교구와 소통 없인 전진할 수 없습니다. 교구장 스님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를 요청합니다.”

▶ 미래세대를 위한 ‘청년포교’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청년불자들이 실제 겪고 있는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다고 보십니까.
“올해 9월28일, 임기를 시작하고 첫 자리로 청년·대학생 불자들과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이들 가운데 대다수가 경제적 자립을 걱정하거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죠. 세대 간 격차, 친구들과의 관계 문제 등 이런저런 이유로 20대 사망원인의 절반이 자살이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고갈된 상태에서 자신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그리기는 어렵습니다. 안타깝고 마음이 아픕니다. 종단은 포교원을 통해 매년 대학생 불자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지만 많이 부족합니다. 교구본사를 비롯해 관심을 넓혀 장학지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구본사와 사찰에서 청년·대학생을 위한 지원 사업이 우선순위로 자리매김 하도록 정책을 마련하겠습니다.”

▶ 취임 전후 신당역 사고 현장 애도, 장애 예술인 격려, 핼러윈 참사 추모 등 소외이웃과의 소통도 인상적입니다.
“우리 삶의 현장에는 많은 이들의 아픔과 슬픔이 있습니다. 빠른 사회변화와 성장이라는 과제 앞에 발생한 사회적 양극화와 소통단절이라는 역효과입니다. 불교는 생명에 대한 존중과 평등의 정신을 늘 가르침으로 삼고 있습니다. 동체대비 사상과 자비심을 바탕으로 실천적 활동에 나서야할 때입니다. 선대에도 그랬듯 재임기간 동안 우리 사회 곳곳에 불교적 정신이 전달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37대 집행부의 첫 원력 사업인 경주 남산 ‘열암곡 부처님 바로 세우기’가 지닌 의미와 추진 현황이 궁금합니다.
“열암곡 마애부처님을 바로 모시는 불사는 불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지금까지 부처님을 바로 모시지 못한 점에 출가자로 부끄럽고, 부처님 전에 참회 올립니다. 열암곡 부처님은 8세기 무렵 불국토인 통일신라 경주 남산에 조성된 부처님으로 찬란한 불교문화가 꽃 피웠던 시대에 중생구제라는 부처님 정신이 오롯이 반영돼 있습니다. 부처님 바로 모시기를 통해 불자들은 성찰과 자긍심을 고취할 새로운 발원의 계기로 삼아 수행과 보살행 실천의 원력을 새로이 했으면 합니다. 국가와 사회적 차원에서도 찬란한 민족 전통문화를 온 국민의 염원을 모아 복원함으로써 국민화합과 국운융창의 토대를 마련하고, 문화강국의 자존심을 세우는 대작불사로 인식될 것입니다. 종단에서는 명상치유센터 건립도 동시에 추진하고자 합니다. 불교에 기반한 수행명상 프로그램의 대중화로 현대인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행복한 세상으로 안내하는 쉼터를 서울 도심과 경주 남산 등에 건립해 운영할 계획입니다. 1월에는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4월에는 추진위원회를 출범해 홍보와 모연을 본격 진행할 예정입니다. 기도 및 순례, 서명운동 동참으로 사업이 원만하게 회향할 수 있도록 염원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출가자 감소가 가파릅니다. 어떤 복안을 갖고 계십니까.
“출가자 감소 문제 해결은 전 종단적 과제입니다. 종도 모두 출가자 감소가 전 불교적 문제라는 것에 동의하는 시점입니다. 달리 보면 지금이 범종단의 공감대 속에서 출가자 문제를 해결할 적기일 수도 있습니다. 출가 장려를 위해 제도적으로 합당한 정비를 하는 한편 출가를 독려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를 정리해 모든 계층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열어놓겠습니다. 젊은 세대와 소통을 통해 불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종단 내에서 활동하는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대한불교청년회 등 유관 단체들과 종립학교, 사찰과 연계해 현장에서 출가를 안내하고 독려하겠습니다. SNS,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가능한 영향력 있는 매체에 출가에 대한 자료를 배포하고, 유명 연예인을 활용한 ‘출가 템플스테이’ 개최도 적극 검토할 생각입니다. 아울러 적은 수라도 불교권, 비불교권 외국인들이 출가할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하겠습니다. 출가자 감소 문제를 보다 전문적이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내부 논의체계를 만들어 범종단적으로 출가 분위기를 조성하겠습니다.”

진우 스님이 12월19일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좋다’ ‘나쁘다’ 분별 말고 있는 그대로 봐야 인과서 벗어나

불교식 장례문화 정비 통한 수익으로 대사회적 역량 확대와 각종 불사 재정에 기여
전통사찰·사찰림 생태문화적 가치 보존하고 정책에도 반영되도록 정부와 적극 소통
대중 공감과 사회의 호응 받는 불교로 거듭나 “불교중흥 초석 됐다” 평가 받고 싶어

 

진우 스님은 계묘년 새해를 맞아 불자들에게 “상황을 억지로 바꾸려 욕심을 부리면 그 과보로 괴로움만 커진다”며 “본인이 가지고 있는 조건에 감사하며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남수연 기자

▶ 각종 불사 및 대사회적 역량 확대를 위해 예산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지만, 마땅한 재원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불교의 대사회적 역량 확대와 각종 불사 등 종단의 고유목적 사업을 위해서는 인력확충과 함께 그에 맞는 예산 규모도 중요합니다. 제37대 집행부의 핵심 종책과제로 명상센터와 도심 종합포교센터 건립을 천명했습니다. 이러한 핵심종책 과제 역시 많은 비용이 수반되는 일입니다. 사찰분담금으로 담보할 수 없는 10년 이후의 미래도 준비해야 합니다. 현재 종단의 재정구조는 사찰 분담금이 대부분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 동안 종단에서는 이러한 사찰분담금에서 벗어나고자 1998년 이후부터 사업부를 운영 중에 있으며, 각고의 노력 끝에 현재까지 11개년 누적금액으로 약 50억원 규모의 희사금으로 종단 재정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37대 집행부의 주요 과제로 ‘불교장례문화 확산’을 선정하고 사업부에서 이를 연구 중에 있습니다. 불교식 장례문화를 정비하고 이를 통한 수입으로 사찰 및 종단 재정에 기여하도록 할 것입니다.”

▶ 전통사찰을 옥죄고 있는 각종 규제를 풀어가는 것도 37대 총무원 집행부가 관심을 둬야 할 분야입니다.
“국립공원 지정 당시의 목적은 사찰 역사문화 보존보다는 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진행됐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립공원 내 사찰의 공익적 가치를 평가하고, 전통사찰이 그에 걸맞는 지원과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전환해야 합니다. 우리의 사찰은 대한민국 건국 이전부터 존재해왔으며, 전통적 종교의례와 수행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통사찰의 특수성을 국가가 현대적 행정 및 법체계에 잘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사찰과 사찰림이 가진 문화적 가치와 생태적 가치를 앞으로도 잘 보존하고 후대까지 잘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 및 국회에 우리의 상황을 설명하고, 그 정책이 법체계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협의하고 소통해 나갈 것입니다.”

▶ 종교편향 문제도 심각합니다. 다종교사회에서 국가와 종교의 올바른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우리 사회는 다종교 국가입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종교 간의 화합과 평화가 어느 때 보다 중요합니다. 종교는 사회의 갈등 해소와 화합을 위해 국가가 미치지 못하는 일들을 민간영역에서 도모하며 그에 맞는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국가는 종교계가 이러한 역할을 잘 수행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데, 최근에 발생한 사안을 보면 오히려 지자체가 종교 간 갈등을 유발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습니다. 정부차원에서 종교차별방지에 대한 제도를 더욱 강화하고 공무원들에 대한 교육도 활성화 해야 합니다. 다양한 종교들이 상호 연대하며 종교의 보편적인 가치를 이 사회에 구현하고 상생의 가치를 도모할 수 있도록 국가의 정책과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됩니다.”

▶ 내년은 한국·인도 수교 5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어떤 행사를 준비 중이신지요.
“종단에서는 한국과 인도의 문화교류 협력과 양국 관계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상월결사의 인도도보순례는 부처님의 삶과 자취가 생생하게 남아있는 인도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다시금 친견하며 구법순례의 길을 되짚어보는 행사로, 종단에서는 상월결사를 통해 순례가 원만히 회향할 수 있도록 다양한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입니다. 또한 도보순례 일정과 발맞추어 한·인 수교 50주년을 기념하고 한국불교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국제적 행사와 전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과 인도의 우의가 더욱 깊어지고, 한국불교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 법보신문을 통해 ‘금강경’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지요.
“물론 다른 경전도 그렇겠지만 조계종의 소의경전인 ‘금강경’에는 불교의 핵심 사상이 잘 담겨 있습니다. 내용적으로 불교의 진면목이 잘 함축돼 있으며, 최고의 경전이 가진 축원적이고 기도적인 기운들도 느낄 수 있습니다. ‘금강경’ 연재는 보다 많은 불자들에게 이같이 아름답고 감동적인 부처님 말씀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해석을 붙인 것입니다. 근간의 상당수 대중들은 물질적 이익을 성취하기 위해 살아가지만 그 이익의 대가는 분명합니다. 부처님은 이익과 대가를 ‘분별’이라 하셨고, 이 모두를 놓아야 진정한 해탈의 마음으로 들어서 괴로움이 다시는 생기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불교의 궁극적 목적인 ‘이고득락’을 조금이나마 빨리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입니다.”

▶ 일상에서 지표로 삼고 있는 경구나 가르침은 무엇인지요.
“부처님 말씀 모두가 소중합니다. 그 중에 조금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말이 있다면 ‘정좌처다반향초묘용시수류화개(靜坐處茶半香初妙用時水流花開)’입니다. ‘고요한 데 앉아 차를 반이나 마셨는데 향은 처음과 같다(靜坐處茶半香初)’는 것은 이곳이든 저곳이든 장소에 상관없고 어떤 일이 벌어져도 마음의 변동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묘용시수류화개(妙用時水流花開)는 낮이건 밤이건 순간순간의 자연스러운 시간 변화에 따라 물은 흐르고 꽃은 핀다는 뜻입니다.  이는 결국 ‘좋다’ ‘나쁘다’는 분별심을 갖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야 고락의 인과에서 벗어난다는 뜻입니다.”

▶ 스님만의 특별한 건강관리 비법이 있으신지요.
“가장 좋은 건강 비결은 욕심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욕심에는 감정이 실리기 마련입니다. 원하는 걸 성취하는 건 기분을 좋게 만들고, 그러기 위해 욕심을 부리죠. 그러나 기분이 좋은 일에는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인과로 뒤따르죠. 반면 원력이나 서원은 걸림 없이 이뤄지는 걸 목적으로 합니다. 혹여 지켜지지 않더라도 불만이나 기분 나쁜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다른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 또한 부처님 뜻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모든 중생은 인드라망 안에서 연기적으로 얽혀 있기에 인연의 소상들이 생겨납니다. 설사 병을 얻더라도 그 자체가 인연의 소치이기에 받아들여야 합니다. 건강이 안 좋다고 해서 의기소침하거나 분노하거나 안타까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내 길을 가면 됩니다.

▶ 임기가 끝나면 어떤 총무원장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불교중흥의 초석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대중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불교를 만들겠습니다. 명상치유센터 건립으로 불교가 사회적으로 호응 받고, 이를 통해 선명상을 보편화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불교의 가치가 우리 사회로 확산될 때 다시 부흥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 계묘년 새해를 맞아 불자들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본인이 가지고 있는 조건에 감사하며 살길 바랍니다. 상황을 억지로 바꾸려 욕심을 부리다 보면 그 과보로 괴로움은 더 커지기만 합니다. 조건에 맞춰 최선을 다해 살면 그것이 복이 돼 돌아와 스스로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지혜가 생길 것입니다. 사실 불만을 없앤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럴 땐 기도, 참선, 보시 등 신행생활을 열심히 해 마음을 다잡았으면 합니다. 그럼 번뇌에서 벗어나 피안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10월5일, 취임법회를 마친 진우 스님이 우정국로를 찾아 전국에서 상경한 불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10월5일, 취임법회를 마친 진우 스님이 우정국로를 찾아 전국에서 상경한 불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대담=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정리=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663호 / 2023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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