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습니다. 하루 사이에 묵은해와 새해가 갈리는 인간의 시간 위에서 우리는 또 다시 희망을 품고 미래를 향해 나아갑니다. 끊어지지 않은 시간의 줄기를 굳이 잘라 앞과 뒤를 만든 것은 박제화 된 삶에 탄력을 불어넣고 새롭게 결심할 계기를 삼고자함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알게 모르게 몸에 배었던 잘못된 습기를 제거하고, 올해는 정말 새로운 마음으로 많은 선업들을 쌓는 한해가 됐으면 합니다.
계묘년 첫날을 여는 사진은 경허·만공의 선풍이 흐르는 덕숭산 정혜사의 서설(瑞雪)입니다. 수덕사 대웅전 왼쪽으로 1000여개의 돌계단을 뛰어올라야 발길이 닿는 정혜사는 하늘이 감춘 수행도량입니다. 이곳에서 근현대 가물거리던 한국 선불교의 핏줄을 이은 경허·만공·전강 스님 같은 위대한 선지식이 출현했습니다. 그래서 도량 가득 내린 눈마저도 부처님의 수기인양 상서롭기만 합니다. 언젠가 ‘할’ 외마디 소리와 함께 하얀 눈길 위 외줄로 흔적을 남기며 저자로 향할 선지식을 기대하며, 우리 또한 백지처럼 하얀 새날에 정갈한 불자의 삶을 서원합시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663호 / 2023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