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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4색 포교 스토리] 전주교도소 불자회 20년 외길 장현식 성불회 부회장

가족과 함께 어우러지는 신행의 장 만들다

1990년대 중반 전주교도소 성불회 조직
소규모 신행활동에서 가족 참여하는 문화
10명 남짓한 회원 80명까지 증가·유지 중4인

전국교정인불자연합회는 10월22일 고창 선운사에서 개최한 전국교정인불자연합회 수련회에서 장현식 전주교도소 교감에게 총무원장상을 수여했다. 30년간 교정기관에 재직하며 교정인·수감자 등을 대상으로 포교에 매진했으며 불자모임 ‘성불회’를 창립해 80명이 넘는 회원이 활동하는 단체로 성장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날 전국 교정인 불자 가운데 총무원장상은 딱 한 명이었다. 20년간 신심으로 불자회를 이끌어온 그에겐 큰 영예였고 기쁨이었다. 그는 당시 “큰 상을 받을 거라곤 생각 못했다. 불자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한 것뿐”이라며 “앞으로도 교정인 불자 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상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1990년대 전주교도소로 첫 발령받은 장현식씨는 미래에 이런 날이 올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어릴 적 부모님을 따라 절에 다녔지만 불연은 이어지지 않았다. 돌고 돌아 교도관으로 재직하면서 길고 긴 인연은 고리가 닿았다. 재소자를 관리하는 일은 고되기만 했고, 의지할 곳이 필요했다. 그때 장씨에게 다가온 것이 불교였다. 신도회에 가입해 활동한 것은 아니었지만 때때로 절을 찾았다. 법당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을 느꼈다. 비치돼있는 경전을 읽기도 하고, 사찰설명을 들으면서 신심을 키워나갔고 얼룩진 마음도 위로를 받았다. 좋은 건 나눠야 하는 법. 장씨는 불교를 통해 변화된 모습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또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재소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나누고 싶었다.

그가 근무했던 전주교도소는 이미 가톨릭과 개신교가 장악하고 있던 상태였다. 지역이 워낙 기독교 세가 강하다보니 그 영향이 고스란히 교정기관으로까지 미친 것이다. 이웃종교 모임은 있었지만 불자모임은 없었다. 그보다 불자를 찾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었다. 그는 원을 세웠다. ‘소수여도 좋다, 부처님 가르침을 나눌 수 있기만 하면 된다. 불자모임을 만들자.’

그의 원력은 실천으로 이어졌다. 마음 맞는 동료들을 모아 90년대 중반 ‘성불회’를 창립했다. 신행활동을 하며 힘을 북돋아 줄 수 있는 도반이 되어주고자 했다. 시작은 가벼웠다. 함께 모여 불교 서적도 읽고, 가끔 사찰을 찾아 참배하는 식으로 활동이 진행됐다. 혼자 다니는 것보다 동료들과 함께 하니 즐거움도 배가 됐다. 교도소 입구에 작은 석탑을 세우고 봉축행사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몇년이 넘도록 회원수는 10명 남짓.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공공기관이다보니 대놓고 종교를 드러내지 못하는 탓에 성불회 홍보도 쉽지않았다. 그는 ‘어떻게하면 성불회 회원을 늘릴 수 있을까’를 고심 또 고심했다.

방법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교도관 업무 특성상 3교대가 기본이기에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적었다. 모처럼 쉬는 날마저 신행활동을 하는 것에 가족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그는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 가족들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신행문화를 만들기로 했다. 가족과 함께하면 참여자도 늘어날 뿐 아니라 자연스레 포교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이러한 구상을 회원들에게 알리자 반응은 뜨거웠다.

방향을 세우자 프로그램 구상도 착착이었다. 봄·가을 버스를 대절해 전국 곳곳 사찰순례를 떠났고, 가족과 함께하는 템플스테이 체험을 진행했다. 또 지역 사찰과 연계해 스님의 법문을 들었고, 명상을 하며 사찰음식을 맛보기도 했다. 스님을 초청해 요가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등산을 가기도 했다. 사찰과 불교문화를 접할 기회가 제공되니 가족들의 만족도는 최상이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그는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다.

“사찰 문턱이라는 경계선만 넘으면 시야가 확 트이거든요. 곳곳을 다니면 불교가, 사찰이 나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오죠. 성불회 가족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접하게 하고 제가 겪었던 좋은 경험을 나눠주고자 했어요.”
 

20여년간 ‘성불회’활동에 전념한 장 부회장은 총무원장상을 수상했다.
20여년간 ‘성불회’활동에 전념한 장 부회장은 총무원장상을 수상했다.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 회비를 모아 성불회 가족들의 신도증도 만들었다. 단순한 방문이 아닌 재적사찰로 등록해야 ‘내 사찰’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불심도 싹틀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성불회의 새로운 신행문화가 바람을 타고 교도소 내로 퍼졌다. 직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고 성불회에 관심이 커지면서 비불자들도 가입을 희망하며 모여들었다. 초반 한자리수였던 회원수는 40명으로 증가했다. 정년퇴직한 인원을 제외하고도 신규 가입자가 늘면서 2019년에는 성불회 회원수가 80명을 넘어섰고 현재도 그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300여명 전주교도소 직원 가운데 성불회 회원만 30%에 달한다. 20여년 동안 불자모임을 위해 헌신한 공로가 바로 총무원장상 수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포교는 자연스럽게 물흐르듯 해야 마음이 동하고 도반이 되는 겁니다. 직장단체의 경우 회원이 직원에 한정돼있어 이탈을 막기 힘들 수 있어요. 성불회처럼 대상을 확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든다면 단체는 더욱 단단해지기 마련이에요. 코로나19 상황이지만 끊임없이 성불회의 문을 두드리는 걸 보면 우리의 포교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겠죠.”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663호 / 2023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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