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님 권유로 시작한 108배, 이젠 일상 됐어요”

  • 수행
  • 입력 2023.01.05 19:54
  • 수정 2023.01.06 14:38
  • 호수 1664
  • 댓글 2

2년여 동안 하루 빠짐없이 108배 이어온 조희원·조수안 남매
모아온 장학금 사찰에 회향하기도…1000일까지 이어갈 계획

1월5일, 서늘한 법당에 들어서자 앳된 아이 둘이 절을 올리고 있었다. 한 배…두 배…세 배…합장한 채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지긋이 대는 이들의 몸짓엔 사뭇 진지함이 묻어났다. 다시 허리를 펴고 일어선 좌복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두 아이의 열정이 법당을 덥히고 있었다. 

조희원(14)·조수안(13) 남매는 단 하루도 빠짐없이 108배를 올리고 있다. 매일 학교와 학원을 마치고 절을 한다. 여행을 가서는 자기 전 숙소에서, 몸이 아파 도저히 못할 때도 다음날 끝까지 해내고야 만다. 올해는 이들이 이마를 조아린 지 꼬박 2년째다. 689일째인 이날도 군포 정각사(주지 정엄 스님)에서 절을 하고 있었다. 

좌측부터 조희원(14)·조수안(13) 남매. 689일째인 1월5일에도 정각사를 찾아 부처님께 108배를 올렸다.
좌측부터 조희원(14)·조수안(13) 남매. 689일째인 1월5일에도 정각사를 찾아 부처님께 108배를 올렸다.

“2년 동안 꾸준히 해오던 절을 갑자기 하루 하지 않는다면 쌓아온 공덕이 말짱 도루묵이라고 생각해요. 하루라도 쉰다면 처음부터 다시하기로 오빠와 굳게 약속했어요. 만약 오늘 50배 밖에 못했다면 다음날 168배를 하는 등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조수안)”

첫 시작은 주지 정엄 스님의 제안이었다. 스님은 정각사 정기 어린이법회에 3년 동안 성실히 참석하던 남매를 눈여겨보고 ‘매일매일 108배 챌린지’에 동참할 것을 권했다. 당시 여러 학생들이 챌린지에 도전하고 있었고, 스님은 이들에게 격려 차원으로 소정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코로나19로 등교가 제한될 때 운동도 하고 용돈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부모님은 사춘기에 접어든 남매에게 강력 추천했고 남매는 마다하지 않았다. 

하루도 빠짐없이 정각사 어린이 밴드에 108배 인증 게시글을 올리고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정각사 어린이 밴드에 108배 인증 게시글을 올리고 있다. 

매일 어머니와 함께 동영상을 찍어 네이버 밴드에 인증했다. 108배 챌린지에 도전하던 친구들은 많았지만, 대부분 100일을 넘기지 못했다. 2년 동안 초심을 잃지 않은 어린이는 이들 남매가 유일하다. 하루 절할 때마다 1000원씩, 한 달 3만원에서 많게는 5만원. 스님이 매달 준 장학금도 어느덧 80만원을 넘겼다. 남매는 차곡차곡 모아둔 장학금을 신년을 맞아 설판·쌀 공양, 연등을 부처님께 올리며 사찰에 회향했다.

108배를 하며 꿈이 생겼다. 조희원 학생은 PC게임 ‘배틀그라운드’ 프로게이머가 목표다. 1배할 때마다 “프로게이머가 되게 해주세요”라고 발원한다. 동시에 부처님의 탄생게인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을 마음에 새기고 ‘나와 남이 모두 소중한 존재’임을 되새기고 있다. 동생 조수안 학생은 키가 자라길 바라고 있다. 학교 친구들처럼 올해 160cm까지 훌쩍 크고 싶다. 

처음부터 목표가 있진 않았다. “어린이법회 형 누나들처럼 열심히 해보라는 어머니의 권유에 아무 생각 없이 시작했지만, 스님에게 가르침을 받고 매일 절하면서 이루고 싶은 것이 생겼다”는 조희원 학생은 “108배는 뚜렷하게 세운 목표를 반드시 해내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는 시간”이라고 밝혔다.

법회에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항상 뚜렷한 목표를 세울 것’을 당부한 정엄 스님의 영향이 크다. 스님은 “오래 전 중학생 때부터 절에 찾아와 꾸준히 108배를 하던 소녀가 있었다”며 “그저 절하지 말고 매순간 목표를 되새기라고 강조했더니 훌륭한 교사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또 “이처럼 희원이와 수안이 남매를 비롯한 정각사를 찾는 어린이들이 꾸준히 정진해 대한민국의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진을 마친 조수안 학생은 “틈만 나면 달콤한 과일이랑 사탕을 챙겨주시는 스님과 보살님들께 감사하다”며 “예쁘게 성장해 은혜 갚겠다”고 말했다. 

남매의 108배 챌린지는 1000일째 되는 날 회향한다.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664호 / 2023년 1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