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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벽화·태극기·스타벅스로고의 공통점은?

  • 출판
  • 입력 2023.01.09 14:13
  • 호수 1664
  • 댓글 0

부적의 비밀
자현 스님 지음·김재일 그림 / 모과나무 
300쪽 / 1만9000원

기원·상징 시각화의 결정판 ‘부적’
‘미신’ 편견 벗어나 인문학적 접근
불교의 확산·수용 과정도 엿보여

기원전 1만5000년에 그려진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벽화와 태극기에 사용된 태극과 팔괘. 기원전 1600년경부터 등장한 중국 은나라와 주나라의 상상 속 동물 도철, 그리고 신라와 가야의 금관에 장식된 곡옥. 신라의 처용도와 세계적인 기업 ‘스타벅스’의 로고.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상징과 기원이다. 구석기시대 동물벽화에서부터 오늘날 대기업의 로고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전하고자 하는 의미와 바람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왔다. 

이는 특히 동아시아 문화의 중요한 특징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그림이나 문자, 도형 등 시각화된 기원과 상징의 결정판은 바로 ‘부적’이다.

이 책은 그저 ‘낡은 미신’으로 치부해버리기 쉬운 부적 속에 담긴 ‘상징의 미학’을 발굴해내는 현미경이자 혜안이다. 무엇보다 부적에 대한 관습적인 평가절하 또는 부정적 인식을 제고하고 있다. 동시에 현대 사회에 영향력 있는 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과 필요성도 제시한다. 동양철학, 철학, 미술사학, 역사교육, 국어교육, 미술학 등 무려 6개의 박사학위를 취득한 유일무이한 경력의 소유자 자현 스님의 분야를 넘나드는 안목과 분석이 있었기에 가능한, 그리고 유쾌한 시도다. 

과학이 발달하기 훨씬 이전, 민속과 무속이 신앙의 주류를 이루던 시절보다 더 오래전부터 ‘부적’의 원류를 시작됐다. 그러나 점차로 주술성 짙은 종이 형태가 부적의 주류로 자리 잡고 그 속에 깃든 상징의 의미는 점차 잊혀 갔다. 

부적에 유독 ‘왕(王)’자와 ‘일(日)’자가 많이 쓰이는 이유는 왕조 국가의 절대 권위와 태양의 밝은 기운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부적을 붉은색 주사로 쓰는 것 또한 주사가 지닌 ‘진정’의 효능이 ‘영험함’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를 찾아 들어가다 보면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옛 사람들의 고민과 당대의 생활상으로 이어진다. 부적에라도 의지해야 했던 그 시절의 애환과 설움이 그 아래 고여있다.

인간의 고통 해결에 집중하는 불교가 부적과 만나는 것은 불가피한 흐름이었다. 특히 불교는 진언 문화가 발달한 인도에서 태동했으니, 도상과 그림, 문자 등을 통한 상징 문화에 대해서는 동아시아 못지않게 익숙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자현 스님은 “후기 인도불교인 밀교는 힌두교의 영향에 이해 도상과 그림 등이 발전한 불교”라며 “이 밀교의 중국 전래와 당나라 중기의 유행은 이후 인도와 동아시아라는 두 문화가 더욱더 긴밀하게 조화될 수 있도록 하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된다”고 평가한다. 

이처럼 부적은 불교가 아시아로 확산되고 성공적으로 토착화 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심지어 부적은 유교가 대세를 이룬 조선시대에도 불교가 일정부분 그 역할을 이어갈 수 있는 또 하나의 통로가 되었다. 인도 문자인 범어를 부적화한 것도 동아시아의 부적문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불교의 진언 문화로 극복하려는, 주체적 대응이었다는 설명이 눈길을 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64호 / 2023년 1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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