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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자의 철학으로 불교하기

  • 출판
  • 입력 2023.01.09 14:15
  • 호수 1664
  • 댓글 0

통도사승가대학의 불교철학 강의
홍창성 지음 / 운주사
248쪽 / 1만5000원

석가모니 부처님은 중생들과 끊임없이 대화했다. 중생들의 근기를 살펴 그에 맞게 대화했기에 이를 대기설법(對機說法)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불교는 끊임없는 질문과 대답 속에서 탄생한 종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불교는 부처님의 당시와 많이 다르다. 세월이 무게가 더해지면서 부처님 당시의 모습이 갈수록 희미해졌다. 그리고 시간의 무게만큼이나 불교는 굉장히 완고해졌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점차 믿음의 영역으로 굳어지고, 무거운 종교적인 의례가 더욱 중요하게 됐다. 활발발한 대화나 논의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이 책은 미국 홍창성 미네소타주립대학 철학교수가 통도사승가대학 학인 스님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불교철학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홍 교수는 서양철학을 전공했으면서도 불교에 문외한인 미국의 대학생들에게 불교철학을 강의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홍 교수가 불교의 전통적 가르침과 의례가 살아 숨쉬는 통도사승가대학에서 학인 스님들을 대상으로 서양 철학적 사유와 비판적 시각으로 불교철학을 강의했다. 

불교가 아닌 불교철학으로서 불교를 논한다는 것은 불교를 종교뿐만 아니라 철학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불교를 철학적 시각으로 보게 되면 언어와 논리, 사유체계를 비판적으로 검증할 수밖에 없다. 홍 교수는 철저한 비판적인 시각을 통해 불교의 사상과 교리를 통찰하고 결국 불교야 말로 존재와 사유에 대한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가르침임을 증명한다.

책은 통도사승가대학 강의의 기반이 됐던 기존 글들을 학인 스님들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수정 및 보완한 에세이들로 구성돼 있다. 홍 교수의 질문과 학인 스님들의 대답, 그리고 학인 스님들의 질문과 홍 교수의 대답들이 어우러져 현장감이 있으며, 강의 내용 자체가 살아 숨쉬는 것처럼 팔딱거린다.

책은 무아(無我)와 연기(緣起), 심리철학을 원용한 마음, 불교와 과학과의 관계, 깨달음과 열반, 자비행과 정토세계 등 16장에 걸쳐 다양한 주제들이 수록돼 있다. 특히 책의 1장에 실린 ‘지적 부지런함과 게으름’은 의미가 자못 깊다. 끊임없는 토론과 대화, 비판적 사유가 사라지면 지적 게으름에 빠지게 된다. 그러면 깊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쉽게 속고, 그러면서 쉽게 분노한다.  

우리의 학교교육은 여전히 질문과 토론을 귀찮아하고 주어진 답을 암기하는 악습이 여전하다. 불교 내부라고 다르지 않다. 불교는 부처님과 제자들의 대화, 외도들과의 논쟁과 토론으로 이뤄져 왔다. 그러나 한국불교는 이런 대화와 토론, 비판적 사유가 사라진지 오래다. 한국불교가 위기인 이유를 홍 교수는 이런 관점에서도 살피고 있다. 홍 교수가 굳이 첫 장을 할애해 ‘지적 부지런함과 게으름’의 의미를 들려주는 이유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664호 / 2023년 1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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