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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석 대표 기고-뇌과학과 관찰자 그리고 불교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23.01.12 13:41
  • 수정 2023.01.12 13:46
  • 호수 1665
  • 댓글 0

바이오센트리즘은 불교유식학과 연관
생명·의식은 우주본질의 핵심적 요소
우리 마음이야말로 궁극적 현실임 시사

뇌가 먼저냐 아니면 의식이 먼저냐 그리고 (자율적 주체로서의 자아가 아닌) 우리를 머무는 무엇이 아닌 스스로 영속하는 패턴으로 보는 시스템 이론에 따른 인공지능의 가능성 유무 등 깨달음의 측면에서 보면 단순할 수 있는 문제들이 불교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화제이자 논쟁거리가 된 지 오래다. 그런 측면에서 의학계에서 줄기세포 최고 권위자이자 혁명적 사상가로 유명한 로버트 란자 박사가 그의 저서 ‘바이오센트리즘’에서 보여준 문제 제기와 방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은 당시에도 출간되자마자 과학계를 충격에 빠뜨리며 물리학자와 생물학자 등 전 세계 과학자들을 갑론을박 논쟁하게 만들었던 화제작이자 베스트셀러였다. 박사는 영화 ‘굿 윌 헌팅’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첫째, 박사는 ‘숲에서 나무가 쓰러질 때 아무도 없어도 소리가 나는 것일까’를 화두로 시작한다. 일반적 예상과는 달리 과학적 진실은 아무도 없는 숲에서 나무가 쓰러지면서 만들어 내는 것은 적막한 공기의 파동뿐이다. 작은 바람이 빠르게 부는 것과 같이 공기압의 변화는 있으나 그 바람 속에 소리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관찰자의 귀와 두뇌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만이 청각적 경험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촛불도 마찬가지다. 촛불이 방출하는 광자나 전자기 파동 그 자체에는 어떤 시각적 특성도 담고 있지 않다. 시각 시스템이 함께 할 때 비로소 주황색 불꽃을 경험하게 되는데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에는 같은 촛불이 회색이나 다른 색깔로 보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자신에게 친숙한 냄새와 맛, 촉감 등의 소위 외부세상이 두뇌 속 어디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이렇듯 내적 지각과 외부 세상은 서로 얽혀있어 동전의 앞뒷면과 같이 따로 구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현실은 의식을 수반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과학적 진실은 물자체는 인식할 수 없다는 칸트의 인식론이나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및 ‘삼라만상이 마음의 산물이며 마음밖에 존재치 않는다’는 불교의 유식학과 깊게 맞닿아 있다.

둘째,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고 왜 지구는 생명을 부양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하고 있나? 같은 중요 질문들에 현대 물리학은 어떤 대답도 들려주지 않는다. 가령 빅뱅의 폭발력이 100만 분의 1만큼 더 강했더라면 팽창 속도가 너무 빨라 은하계와 생명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강력이 2%만 약했더라면 원자핵이 생성되지 못해서 우주는 가장 단순한 형태인 수소만이 존재했을 것이다. 우주의 중요한 네 가지 힘과 200개가 넘는 물리 상수는 생명이 존재하기 위해 완벽하게 설정돼 있고 만약 하나라도 틀어지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다는 천문학의 인류원리는 ‘바이오센트리즘’ 의식 또는 생명중심주의를 뒷받침한다. 즉 우주의 법칙이 태초에 관찰자를 전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것이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그리고 우주의 96%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임에도 현대 과학이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는 점과 파동-입자의 이중성, 양자 중첩, 양자 얽힘 등 양자 역학에서 드러나는 기이한 현상도 의식을 배제하는 물리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음을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생명과 의식의 본질을 밝혀내지 않는 한 현재 해결돼지 못한 그 어떤 과제도 절대 해결할 수 없으며 생명과 의식은 수십억 년에 걸친 물리적 작용에 따른 부수적 결과물이 아니라 우주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 요소임을 강조한다. 양자역학이 관찰자의 의식을 가정하지 않고는 세계나 물리법칙을 설명할 수 없다는 말은 우리의 마음이야말로 궁극적 현실이며 관찰행위만이 풀밭의 민들레에서 태양과 바람, 비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둘러싼 모든 현실에 형태와 색체를 부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암묵적으로 의미하는 것이다.

[1665호 / 2023년 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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