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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선 말고, ‘마음’으로 가는 진짜 쉬운 길

  • 출판
  • 입력 2023.02.10 19:48
  • 수정 2023.02.10 19:50
  • 호수 1668
  • 댓글 0

“선 수행 어렵다”는 인식, 복잡해진 수행법·교리·이론에서 비롯돼
​​​​​​​언하에 깨닫던 부처님 재세시·초기 선은 ‘마음’이 본질임을 보여줘

수심결과 마음공부
​​​​​​​법상 스님 지음 /불광출판사 / 384쪽 / 2만원

법상 스님은 지눌 스님의 ‘수심결’은 오직 법문만을 듣고도 깨달았던 부처님 재세시와 선의 황금시대를 오늘날 다시 열어줄 열쇠라고 강조한다.  [불광출판사 제공]
법상 스님은 지눌 스님의 ‘수심결’은 오직 법문만을 듣고도 깨달았던 부처님 재세시와 선의 황금시대를 오늘날 다시 열어줄 열쇠라고 강조한다.  [불광출판사 사진제공]

장좌불와, 용맹정진, 묵언, 무문관 등등. 선 수행을 언급할 때 따라붙는 이 같은 극단의 수행들은 그 명칭만으로도 일반인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수년 동안 눕지 않고, 잠들지 않고, 말도 끊고 문도 닫아버린 채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경외심을 불러온다. 하지만 동시에 특별한 이들이 아니라면 범접할 수 없는 세계로 선과 깨달음을 격리시켜 버린다. 법상 스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어릴 적에는 선불교가 너무 어려웠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고, 나 같은 하근기는 도저히 다가갈 수 없을 것 같았다.…풀리지 않는 화두처럼 벽에 콱 막혀 한 발짝도 더 내디딜 수 없었다.”

더 이상 불교 안에서는 답을 찾을 수 없을 것만 같던 백척간두에서 스님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갔다. 초기 선불교, 특히 육조혜능으로부터 하택신회와 규봉종밀에 이어 보조지눌에 이르기까지 선사들이 남긴 가르침을 접하며 스님은 “긴긴 역사 속에서 방편이 곧 본질이라고 오해하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달’이라고 오해했던 나의 실수를 보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특히 지눌 스님의 ‘수심결’을 보면서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선불교를 누구나 접근 가능한 실질적인 마음공부로 구현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텍스트”라고 확신했다.

선불교는 파사현정, 파격이라는 말에서도 찾아볼 수 있듯이 모든 격식의 타파에서 출발했다. 석가모니 부처님 이후 역사 속에 등장한 온갖 교리의 발전, 방편의 다양화, 대승경전의 발전, 무수한 수행법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요원해져만 가던 깨달음, 해탈의 본질을 다시 현실로 드러낸 것이다. 그 끝에서 보조지눌 스님의 ‘수심결’은 조사선이나 간화선만이, 혹은 돈오돈수나 돈오점수만이 유일한 길이나 진리가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온갖 방편인 손가락에 머물지 말고 곧바로 달을 보라고 일갈하고 있었다. 이 가르침이야말로 선의 본질이며 ‘어렵다’는 프레임 속에 갇혀 있는 선을 다시 현실 속에 풀어주는 열쇠라고 법상 스님은 강조한다.

스님은 그 증거를 부처님 재세시와 초기 선불교에서 찾았다. 깨달음은 특정한 교리나 수행법이 아닌 ‘언하’에 있었다는 점이었다. 부처님 당시, 그리고 선의 황금시대에 배출된 수많은 견성도인들이 모두 말씀으로 깨달음을 얻었다. 부처님께서는 오직 마주 앉아 진리를 설명해 주고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다섯 비구를 아라한의 경지로 이끌었다. 가섭존자 또한 부처님 곁에서 7일 동안 법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깨달았다. 법상 스님은 “앉아서 함께 좌선한 것도 아니고 비밀스러운 수행법이 따로 있었던 것도 아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다. 초기 경전을 보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깨달았다. ‘언하’에 깨닫는 이 놀라운 현상이 다시 일어난 것이 ‘선의 황금시대’였다. 달마로부터 시작해 혜능, 남악, 마조, 백장, 황벽, 임제, 남전, 조주, 위산, 운문, 원오, 대혜 등으로 이어지는 선사들에 의해 무수히 많은 제자들이 견성하고 깨달음을 얻었다. 마조도일선사만 해도 그렇다. 문하에 입실제자만 139명이며 이들은 모두 한 지역의 종장이 되어 법을 펼쳤다. 특히 80여명의 안목은 준수했다. “견성 도인이 한 스승 아래에서 이토록 많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는 법상 스님은 “법문을 듣고 깨닫거나 문답하다가 깨닫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여기에는 중요한 단서가 따라붙는다. “법을 스스로 확인한 사람이 자신의 깨달음을 전해 줄 때” 이토록 쉬울 수 있는 것이다. 부처님 당시와 초기 선불교 시대를 제외한 나머지 시대에는 깨달은 이가 드물었기에 깨달음을 얻는 일이 불가능할 정도록 어려운 일이 되었음은 당연하다. 법상 스님이 지금 ‘수심결’에 주목하는 이유다.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깨달음 같은 것은 나는 모른다. 그런 깨달음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너무 어렵다.… 그저 괴로움이 무엇인지 알고, 그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도록 안내해 주는 이 놀라운 선의 방편에 마음을 열어 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선의 세계에서 말과 언어는 또다시 세속제(世俗諦)이자 방편이다. 그것을 누구보다 절감한 법상 스님이다. 그런데도 ‘수심결’을 설명하는 이유는 “알쏭달쏭한 선문답이나 알 듯 모를 듯한 옛이야기에 갇혀 있는 선불교를 보다 현대적이고, 알기 쉽게 풀되, 초기 선불교의 참뜻이 전해지기”를 바라며 “선불교의 교과서와도 같고, 참고서와도 같은, 혹은 처음 선불교 혹은 마음공부의 길에 접어든 생활인들이 쉽게 집어들 수 있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발원 때문이다.

인터넷 공부모임 ‘목탁소리’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변화를 불러일으켰던 법상 스님이라면 기대해 볼 만하다. 이 책의 이름 ‘수심결과 마음공부’ 앞에 ‘깨달음을 얻는 비결’이라는 거창한 부연 대신에 붙인 ‘완전한 행복에 다가가는 가장 오래된 마음 비결’이라는 부제가 벌써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68호 / 2023년 2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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