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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동성부부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첫 인정…“평등의 원칙”

  • 사회
  • 입력 2023.02.22 20:32
  • 수정 2023.02.23 10:04
  • 호수 1670
  • 댓글 0

소성욱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재가위원 건보 대상 항소
서울고등법원 행정부, 2월21일 2심 판결 “1심 판결 취소”
“동성이라 피부양자 자격 인정 않는 것은 차별 대우” 결론
지몽 스님 “이분법적 사고 벗어나 소수자 바라보는 계기”

[성소수자가족구성권네트워크]
[성소수자가족구성권네트워크]

소성욱 조계종 사회노동위 재가위원과 배우자 김용민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부과처분취소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현행법상 혼인은 남녀 결합’이라는 1심 판결을 뒤집고 사실혼 관계의 동성부부도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건보가 청구한 보험료 부과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국내 동성부부 건보 피부양자 자격이 최초로 인정된 사례라 의미가 크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3부(재판장 이승한)는 2월21일 소 재가위원이 항소한 보험료부과처분취소에 대해 “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취소하고, 피고가 2020년 11월23일 원고에 대하여 한 보험료 부과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결과는 소 위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 1심 재판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소성욱 재가위원은 김용민씨를 만나 2017년부터 같은 주소지에서 동거했으며 2019년에는 양가 가족 및 친지들에게 대외적으로 이를 알리는 ‘소소한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다 소 위원이 건강문제를 이유로 퇴사를 하게 됐고 2018년 12월1일자로 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됐다. 배우자 김씨는 국민보험공단 홈페이지에 동성커플임을 밝히며 피부양자 자격 취득에 관해 민원을 접수했다. 이에 공단 담당자는 ‘피부양자 자격취득이 가능하다’고 답변하면서 절차와 서류를 안내했고, 이를 그대로 수리해 2020년 2월26일자로 피부양자(사실혼 배우자) 자격을 취득했다. 그러나 2020년 10월23일 건보 측은 부부에게 전화로 ‘착오처리’라면서 피부양자 자격을 소급해 상실시켰고, ‘피부양자 인정요건 미충족을 이유로 보험료 납입을 요구했다. 소 위원은 2021년 2월 행정소송을 냈다. 1심에서 재판부는 “현행법 체계상 동성인 두 사람의 관계를 사실혼 관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어진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평등의 원칙’을 강조하며 판결의 기준으로 삼았다. 건강보험공단은 그간 피부양자인 ‘배우자’ 범위에 사실혼 관계에 있는 부부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해왔으며 건강보험제도의 목적과 피부양자 제도의 취지에 따라 사실혼의 범위를 넓게 인정해왔다. 그러나 소 위원의 경우 동성이라는 이유로 피부양자 자격을 일방적으로 박탈했다. 이에 재판부는 건보공단에 “합리적 이유 없이 동성결합 상대방을 사실혼 배우자와 차별해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했기에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결론내렸다.

이어 “같은 남성이기는 하나 서로를 반려자로 맞이하여 사랑하고 부양하며 함께 살아가기로 합의했고, 상당 기간 경제적으로 부양하고 있을 뿐 아니라 친척 및 지인들 앞에서 대외적으로 이를 선언하고 사회적 승인도 받았으므로 실질은 혼인관계와 다르지 않다”며 “건강보험제도에서 보호대상이 되는 ‘사실혼’은 이성 간의 결합‘일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므로, 사실혼이 성립했다고 볼 수 있음에도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했다.

[성소수자가족구성권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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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또 성적 지향에 따라 선택한 생활공동체의 상대방인 직장가입자가 이성인지 동성인지만 달리할 뿐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으로 판단해 “이성관계 사실혼 배우자 진단에 대해서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동성 관계인 동성결합 상대방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대해 하는 차별대우”라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소수자에 속한다는 것은 다수자와 다르다는 것일 뿐 그 자체로 틀리거나 잘못된 것일 수 없다”며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는 법원의 가장 큰 책무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소성욱 사노위 재가위원은 법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결과를 듣는 순간 벅차올랐다. 전화로 일방적으로 취소통보를 하고, 마땅히 주어져야할 권리임에도 성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당해왔다”며 “이번 재판부는 기일마다 ’평등의 원칙‘을 강조했고, 그래서 기대하는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이제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건보측에서 대법원에 상고할 가능성이 높지만 계속 싸울 것이고, 동성부부 법제화를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노위원장 지몽 스님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소수자라는 이유로 박탈당하고, 오랜기간 그 권리를 되찾기 위해 길 위에 나섰다”며 “법원은 우리사회 정서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판결은 국민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있음을 나타냈고,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다른 측면에서 성소수자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님은 “2심 판결로 차별금지법 제정이 바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영향을 끼칠 것임은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670호 / 2023년 3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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