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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참사 속에서도 피어나는 온정

  • 기고
  • 입력 2023.03.03 18:55
  • 호수 1671
  • 댓글 0

튀르키예 지진 현장에서 보내온 편지6

마하라쉬 지역에 2번째 지원
정부·군인·NGO 단체 등 철수
연합팁, 회의진행해 물품 결정
지진 여파로 도매시장 문 닫아
겨우 한 곳 찾아 지원품 구매
매장에서 무료로 트럭 빌려줘

“안녕하세요 혹시 지난주에 마라하쉬에 오셨던 한국NGO 인가요?”

아침일찍부터 전화벨이 울린다. 띄엄띄엄 영어로 말하는 목소리가 낯익다.

“마하라쉬 하비베 선생님?”

전화 속 목소리의 주인공은 지난 22일 우리가 지원했던 마라하쉬 지역의 GAYBERY CADIRKENT 캠프 자원봉사자 하비베(HABIBE)선생님이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시간이 된다면 이 곳으로 한번 더 와달라 부탁했다.

무슨 일일까 싶어 오전에 방문하려던 캠프를 내일로 미루고 즉시 달려갔다. 마하라쉬에서만 사망자가 1200명 이상이고, 대부분의 건물과 집들 다 붕괴돼 대지진의 피해가 가장 컸던 곳 중 하나다.

캠프에 도착하니 그때 함께 놀았던 아이들이 가장 먼저 달려와 안기면서 반겼다. 곧이어 하비베 선생님과 자원봉사자들과 캠프를 돌아보니 그때와는 뭔가 다르게 보였다.

2월22일 방문했을 때는 적게나마 정부와 튀르키예 NGO의 지원이 있었고 캠프 입구에는 군인과 AFAD(재해대책본부) 관계자도 있었지만 어디로 간 것인지 보이지 않았다. 기부받은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인 큰 텐트에 가보니 옷가지 몇 벌과 생수 몇 통이 남아있는 전부였다. 이 캠프에는 50여 동의 텐트가 있고 주변 250여동의 텐트까지 합치면 이재민 600명이 피난살이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재민들을 위한 생필품 창고가 텅 비어 있는 것이다. 상황을 물어봤다. 돌아온 답은 충격적이었다.

“2월25일부터 갑자기 지원을 중단했어요. 그리고 군인과 AFAD(재해대책본부) 관계자도 철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식사는 하루 두 끼. 저 위에 있는 광장에서 수 천명이 줄을 서서 밥을 먹는데 양이 너무 적어 모두가 배가 고프고 기본적인 생필품도 떨어져 매우 힘듭니다. 한국 NGO가 좀 도와주실수 있나요?”

나는 몇 차례 이렇게 된 이유를 물었지만 하비베 선생님은 잘 모르겠다고만 대답했다. 나는 물건을 준비해서 내일 오겠다고 약속했다.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자원봉사 선생님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불교계 국제개발구호 연합팀 굿월드와 더프라미스는 빠르게 회의를 진행하고 필요한 물품 리스트를 작성한 후 도매시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물어물어 찾아간 인근의 모든 도매시장들은 지진으로 문을 닫았다, 마음이 급해졌다. 이런 긴급구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획을 세울 때 플랜B, C를 항상 준비해 두어야 한다. 즉시 우리는 가지안테프에서 가장 큰 도매슈퍼로 향했다. 도착해서 매니저를 만나 상황을 설명하고 “이 많은 것을 내일 오전까지 다 준비가 되겠냐”고 물으니 “튀르키예를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매장이 문을 닫은 밤 10시가 넘어서야 우리는 지원할 모든 물품의 수량과 품목을 체크하고 숙소로 돌아갔지만 빠진게 없을지 염려되는 탓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도매슈퍼로 가보니 매니저와 직원 10여 명이 출근시간 전인데도 일찍 나와 팔을 걷어부치고 돕는다. 다시 한 번 물품 체크를 시작했다. 쌀, 통조림, 오일, 소금, 설탕, 마카로니 등이 들어있는 식량박스와 휴지, 수건, 신발, 옷, 칫솔, 치약, 휴지, 생리대, 비누, 샴푸와 기본 청소 용품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확인하고 밖으로 옮겼다. 5톤 트럭도 불렀다, 일찍 나와준 지게차 기사가 고맙다. 지게차가 없었으면 다 싣지도 못할뻔했다.

그런데 또 문제가 발생했다. 물품이 너무 많아 트럭에 짐을 다 못 싣는다는 것. 지금 트럭을 한 대 더 섭외하자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캠프까지 가져가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러자 매니저가 고객 배달 일정을 다 미루고 매장 트럭을 무료로 빌려주겠다고 나섰다.

메니저의 도움으로 2대의 트럭에 모든 지원 물품을 가득 싣고 마라하쉬까지 3시간을 달려 캠프에 도착했다. 자원봉사자들과 청년들 그리고 아이들까지 나와 물품을 받아 창고로 옮긴다. 박스가 너무 많아 짐을 창고로 옮기는 데만 2시간이 걸렸다.

우리가 떠나려고 하자 한 할아버지는 “튀르키예는 한국전에도 참여한 형제다. 이렇게 형제가 슬플 때 와서 도와줘 너무 고맙다. 한국 국민들을 위해 항상 기도하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이재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자원봉사 선생님들께는 또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차를 타고 캠프를 나오는데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됐다. 그 뒤에는 이재민들이 우리를 향해 밝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후원계좌 KB국민은행 506501-04-310628 굿월드자선은행

[1671호 / 2023년 3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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