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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으로 턱뼈·대퇴골 골절되며 꿈도 무너져

  • 복지
  • 입력 2023.03.03 21:10
  • 수정 2023.03.03 21:11
  • 호수 1671
  • 댓글 0

네팔서 온 비그람씨, 낙상으로 철심 박고 입안에도 나사못 심어
회사·네팔 스님 도움으로 수술했지만 1300만원 병원비는 남아

낙상으로 큰 부상을 입은 네팔 출신 비그람씨. 수술로 생명을 건졌지만 상당시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 1300만원에 달하는 치료비도 그에게는 큰 부담이다. 

네팔에서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와 함께 가난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던 비그람(27)씨. 아버지와 어머니의 급격한 건강 악화로 집안의 가장이 됐다. 당장의 수입으론 부모님 간병을 비롯한 생활비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더군다나 어릴 적부터 의지해온 누나가 결혼하게 돼 동생으로서 든든한 지원을 해주고 싶었다. 이런 뜻을 주변에 슬쩍 알렸더니 공감해준 지인들이 십시일반 도와줘 여권과 비행기 티켓을 구할 수 있었다. 가족에겐 늦은 이별을 고한 뒤 여느 이주노동자처럼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2021년 안동에 도착해 농사일에 뛰어들었다. 고향에서부터 자주 해오던 일이라 크게 어렵지 않았다. 새벽 6시부터 시작해 오후 7시까지 일당 10만원을 받으며 하루하루 돈을 모았다. 그렇게 한 달간 모은 200여만원 중 당장의 숙식비와 한 달 통신비 3만원을 빼고 모든 금액을 고향으로 송금했다. 농사를 짓지 않는 겨울에는 인력사무소를 찾아 각종 노동을 마다 않는 등 젊은 열정을 불태웠다. 고된 일에 퇴근하면 바로 쓰러져 부족한 잠을 채우기 일쑤였지만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금세 힘이 솟았다. 비교적 여유가 있는 주말마다 고향에 전화해 가족의 목소리 듣는 것을 낙으로 2년이 흘렀다.

불의의 사고는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취업비자 만료를 앞둔 한국에서의 두 번째 겨울, 경상북도 구미 인력사무소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다. 회사에서 방을 내어줘 옷가지 몇 벌만 들고 입주했다.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 시골, 햇볕이 드는 2층짜리 건물이었다. 업무에 대한 설명과 같이 지낼 동료를 소개받고 저녁 늦게 숙소 청소에 나섰다. 이곳저곳 쓸고 닦다 외벽 창문을 청소할 차례. 녹이 가득 슨 난간을 딛고 올라선 순간 앞이 깜깜해졌다. 구급대원들의 다급한 고함과 함께 이리저리 긴급하게 흔들리는 구급차의 초록색 천장. 정신을 다시 차렸을 땐 피투성이가 된 채로 응급실에 누워있었다. 

상태는 심각했다. 왼쪽으로 추락해 턱뼈를 비롯해 대퇴골이 부러졌고 앞니를 포함해 여러 치아를 찾을 수 없었다. 코뼈가 휘어지고 갈비뼈, 왼팔 등도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등  성한 곳이 없었다. 며칠간 큰 수술이 이어졌다. 살을 찢은 뒤 뼈에 철심을 박고 입 안엔 나사못 8개를 심어 턱뼈를 고정했다. 독한 항생제와 진통제로 가득한 고통의 나날이었다.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까무러쳤고, 매일 밤 눈물로 안부를 물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병실에서 그 또한 매일 밤 가족 생각에 눈물을 흘렸다. 

오랜 투병 끝에 목발을 짚고 퇴원 수속을 밟았다. 더 입원해야 했지만 1500만원에 달하는 병원비에 몸을 더 뉘일 수 없었다. 당장 식비도 없는데다가 통화료마저 내지 못해 핸드폰은 시계가 된지 오래.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비그람씨를 딱하게 여긴 회사 사장님과 한국에 거주하는 네팔 출신 쿤상 스님의 배려로 일부 해결했지만 아직도 1300여만원을 더 갚아야 한다. 

그는 현재 회사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2주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엑스레이를 찍고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입 안에 고정한 나사 8개를 뺄 시기도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버스가 오지 않는 외지인데다 택시를 탈 돈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다. 가족의 목소리를 들은 지도 오래다. 발급받은 취업비자 기한도 지났다. 원래라면 이미 한국을 떠나야 했으나 주변의 도움으로 메디컬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대신 이번 치료와 병원비를 모두 납부하는 대로 한국을 떠나야 한다. 

“병원비를 내지 못하면 고향으로 돌아가기 어려워요.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어지니 어릴 적부터 부모님과 함께 기도 올리던 부처님이 떠올랐어요. 부모님이 보고 싶어요.”

대학교를 다닐 나이에 집안의 가장이 된 네팔 청년 비그람씨에게 남은 건 양철 목발과 1300만원 병원 고지서뿐이다. 불자들의 자비 온정이 간절하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56-51 (사)일일시호일. 070-4707-1080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671호 / 2023년 3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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