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리아 난민들의 열악한 지진 피해 이재민 생활

  • 기고
  • 입력 2023.03.13 16:08
  • 수정 2023.03.15 14:39
  • 호수 1673
  • 댓글 0

튀르키예 지진 현장에서 보내온 편지8

굿월드자선은행·더프라미스 우르파로 향해
시리아 난민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
판자로 만든 창고·비닐 천막에 2~3가구 거주
최소한의 교육 받지 못하는 시리아 학생 위해
굿월드, 고등학교까지 교육비 지원키로 결정
시리아인 운영 도매상서 물품 구매…쿠폰도 담아
사람 모여들 것 대비해 교환 쿠폰으로 제공

굿월드자선은행과 더프라미스 연합팀은 3월10일 샨니 우르파에서 합류했다. 각각의 프로젝트를 시행하다가 2주 만에 만난 것이다. 우르파는 튀르키예 남동쪽 끝자락에 있는 도시로, 시리아 국경까지 1시간 거리다. 튀르키예 사람들에게는 아브라함의 고향으로 알려져있다.

우르파도 마찬가지로 지진의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다른 곳보다는 그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래서 하타이, 마라하쉬 등에 살던 시리아 난민들이 국경 근처 도시로 피난을 와 텐트촌에서 생활하거나 10명 이상(2~3가구)이 단칸방에서 모여서 산다. 말이 단칸방이지 집 한 켠에 판자로 얼기설기 이어 붙여 만든 창고 같은 방이거나 그보다 못한 방이다. 이마저도 지진 후 임대료가 5배 이상 올라 살기가 어렵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텐트는 단 한 동도 없고, 지원 물품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처음 텐트촌 방문했을 때 본 충격적인 모습을 잊지 못한다. 4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흙먼지가 잔뜩 묻은 겨울옷을 입고 길바닥에 버려져 있는 밀가루빵 한 조각을 주워 텐트로 달려와 할머니 뒤에 숨어서 허겁지겁 먹는 것이다. 그 순간 나는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텐트촌으로 들어가 살펴보니 약 70여 개의 텐트가 있었다. 그러나 말만 텐트지 사실상 비닐 천막으로 지어진 천막촌이다. 아파트나 건물을 지으려는 공터였던 건지 흙과 돌멩이들 바닥에 깔려있고 그 위에 얇은 비닐 천막을 놓고 2~3 가족이 함께 살고 있다.

또 시에서 다른 용도로 사용하다가 놓고 간듯한 긴 텐트가 하나 있긴 했는데 그곳에는 무려 11가족이 천 칸막이만 설치해서 살고 있다. 우리는 그곳에 들어가 사람들을 모아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난민들은 “텐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텐트에서 살고 있는 튀르키예 이재민들은 모두 집이 필요하는데 시리아 난민들은 텐트가 필요하다니…. 그리고 음식이 너무나 필요하다고 했다.

지원을 위해 회의에 들어갔다. 회의 중간에 밖이 소란스러워 나가보니 50여 명의 천막촌 아이들이 다 모여 있었다. 아이들이 최소한의 생활도, 교육도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나는 자원봉사자에게 아이들의 이름, 부모 유무, 부모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를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어린이 구호단체인 굿월드자선은행은 설립 목적과 이념에 따라 난민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학업에 정진할 수 있도록 매달 교육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즉시 굿월드와 더프라미스 그리고 우르파 살고 있는 10여명의 시리아 자원봉사자들은 긴급하게 회의에 들어갔다. 300가구 지원을 결정했고, 이 곳은 다른 텐트촌과 달라 마라하쉬 지역에 전달했던 음식 양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수소문 끝에 시리아인이 운영하는 큰 도매상을 찾았다. 주인은 “우리 시리아인을 도와줘 감사하다”며 “이익을 남기지 않고 나와 세 명의 아들이 다 준비할 것이며 이 매장을 지원센터로 쓰라”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이곳에서 음식을 사면 시리아 음식을 살 수 있어서 좋고 곧 다가오는 라마단 기간에 쓸 음식도 미리 준비할 수 있어서 참 좋다”라고 반기며 준비에 들어갔다. 쌀, 혼합곡식, 밀가루, 스파게티. 스프, 콩, 차, 설탕, 소금, 치즈, 고기 통조림, 콩 통조림, 대추조림, 식용유 등과 휴지와 여성용품을 준비했다. 한 가구 당 지원물품 무게가 무려 36kg이다. 한 상자에 담을 수 없어 두 상자로 나눠 준비했다. 그리고 500리라의 편의점 쿠폰도 함께 담았다. 우리와 도매상 가족과 시리아인 자원봉사자들은 이틀 밤을 꼬박 새 600박스를 준비했다.

우리가 지원물품을 포장하는 동안 자원봉사자들은 단칸방에 사는 사람들과 천막촌에 사는 사람들의 리스트를 다 조사했다. 먼저 단칸방에 사는 사람들을 지원센터(도매상)로 불러 물품을 지급했다. 박스를 집과 천막촌으로 운반할 트럭운전도 자원봉사자들이 맡았다.

다음날 천막촌에 박스를 지원하려고 하니 자원봉사자들이 “천막촌에 이 박스들을 싣고 가면 큰 문제가 생긴다. 통제도 어렵고 천막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다 몰려 들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래서 우린 몇 가지의 방안을 가지고 다시 회의에 들어갔다. 결국 천막촌 사람들에게 교환권을 먼저 지급하고 사람들을 트럭에 태워 지원센터에서 물품과 교환해서 다시 트럭으로 태워 가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렇게 이틀 만에 600개의 물품박스가 무사히 다 나가고 나니 그제서야 밥도 먹지 못하고 잠도 못 잤다는 걸 깨달았다. 녹초가 됐다. 그래도 우리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숨을 돌릴 새도 없이 다음 목적지인 마르딘으로 향했다.

김규환 굿월드자선은행 사무국장

후원계좌 KB국민은행 506501-04-310628 굿월드자선은행

[1673호 / 2023년 3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